국제대회마다 에이스 등장 '한국 양궁' 비결은?

2023. 10. 8. 22:06■ 스포츠/월드 스포츠

[항저우 줌] 국제대회마다 에이스 등장 '한국 양궁' 비결은?

서다빈입력 2023. 10. 7. 00:01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등장한 슈퍼루키 '임시현'
'클린' '공정' 국가대표 선발전이 원동력...38년 현대차그룹 후원도 큰 몫

한국 여자 양궁은 임시현이라는 뉴 페이스를 앞세워 아시안게임 단체전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항저우=뉴시스

[더팩트ㅣ서다빈 인턴기자] '런던' 기보배, '리우' 장혜진, '자카르타' 김우진, '도쿄' 안산 그리고 '항저우' 임시현까지. 국제대회마다 새로운 에이스가 한국 양궁을 빛냈다. 비결은 무엇일까. 어떤 국가대표 선발 과정을 거치기에 계속해서 새로운 유망주들이 등장하는 걸까?

정의의 여신 디케는 '모두가 법 앞에선 평등하다'고 말했다. 법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게 있다. 바로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클린 양궁'을 가장 중요시하는 대한양궁협회(회장 정의선)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너무나도 공정해 공익광고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한국의 2022년 여름을 뜨겁게 달궈준 '올림픽 3관왕' 안산(22·광주여대)을 이을 새로운 양궁 에이스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탄생했다. 슈퍼루키 임시현(20·한국체대)의 등장이다. 6일 중국 항저우 푸앙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점수 5-3(58-58 56-53 55-56 57-54)으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전 금메달 7연패에 성공했다.

금메달로 가는 길이 마냥 순탄하지 않았다. 마지막 4세트에서 안산이 4번째 발을 8점에 쏘며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최미선(27·광주은행)과 임시현이 잇따라 10점을 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사수를 맡은 임시현은 결승에서 쏜 8발의 화살 중 6개를 과녁 중앙에 꽂아 넣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며 'New 양궁 에이스'로 등극했다.

대한양궁협회의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발탁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대한양궁협회

이런 임시현도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많은 고배를 마셨다. 임시현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다시 진행된 선발전을 통해 태극마크를 달게 되었다.

2020년도에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과 2022년도에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되면서 양궁 협회는 기존에 선발된 대표 선수들에게 어떠한 혜택도 주지 않은 채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진행했다. 그 결과 '투잡 궁사' 주재훈(31·한국수력원자력)과 무명에 가까웠던 장민희(24·인천시청) 같은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수 있었다. 주먹밥 쿵야를 닮은 외모로 '제덕쿵야'라 불리우는 김제덕(19·예천군청) 또한 대회가 연기되며 새롭게 진행된 선발전에서 발탁되어 태극마크를 달게된 케이스다.

 

컴파운드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 혼성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소채원(26·현대모비스)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경험이 있다. 대부분의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위한 선발전에서 재수, 삼수는 기본으로 한다. 메달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는걸까?

국가대표 선발전은 모든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리그제와 점수를 산정해 기록하는 기록제를 병행해 대표 선수를 선발한다. 스포츠를 멍들게 하는 파벌과 특혜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없게 철저히 성적순으로만 대표 선수를 선발한다. 무한 경쟁체제로 진행되는 국내 선발전에서 과거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실수를 하면 국제 무대에 출전하지 못한다. 과거의 좋은 기록을 낸 선수라 해도 과거는 과거일 뿐, 5차례의 선발전과 평가전을 거치는 동안 순위권 밖으로 한 번이라도 밀려난다면 즉시 탈락하게 된다.

선발전에 통과되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 아시안게임 본선 티켓을 쟁취하기 위해 랭킹 라운드(예선)에서 다시 한번 내부 경쟁을 벌인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무한 경쟁'이다.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혼성 컴파운드 결승에서 주재훈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항저우=뉴시스

양궁장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진다. 체육계에서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아도 괜찮다. 생활체육인에게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기회도 주지 않는 몇몇 종목과 달리 한국 양궁은 실력 있는 사람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최근 '투잡 궁사'로 이름을 떨친 주재훈도 취미로 시작해 동호회 소속 출신이다. 이번 대회 은메달 2관왕을 달성한 주재훈도 양궁 국가대표 결정전에서 5번이나 낙마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과거에 "스포츠계에서도 흔히 사회풍자적인 ‘금수저’라는 게 있다 전통적인 학교를 졸업해서 영향력 있는 팀에 들어갔다든지. 그런데 양궁은 그런 게 전혀 1%도 있을 수가 없다. 4,055발을 잘 쏴야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는 대를 이어 한국 양궁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관심과 열정이 바탕이 됐다. 대한양궁협회 회장 및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과 식사도 하는 등 양궁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2021년 도쿄올림픽 때도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한 정 회장은 6일에도 항저우 양궁장을 찾아 남자 대표선수들의 금메달 획득을 응원했다.

5연속 연임 중인 정의선 회장은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양궁협회 회장에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대를 이어 38년째 양궁협회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38년 양궁 후원은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이다.

한편, 대한양궁협회는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를 뽑기 위해 현재 선발전을 진행 중이다. 2023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아시안게임과 11월에 있을 아시아선수권대회 참여를 위해 이번 1(9월), 2차(11월)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고 내년에 진행되는 3차 선발전부터 출전한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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