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조' 시장 "잘 먹겠습니다".. 풍력발전도 삼키려는 '독식왕' 한전

2020. 12. 12. 08:37■ 우주 과학 건설/Energy

'51조' 시장 "잘 먹겠습니다".. 풍력발전도 삼키려는 '독식왕' 한전

김설아 기자·권가림 기자 입력 2020.12.12. 06:36 댓글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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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찬 기자

약 51조 예산이 투입될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한국전력공사가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직접 발전사업자가 되어 전기를 생산을 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공공성을 망각한 민간사업 침투라는 지적부터 재정 부담을 야기하는 관제 뉴딜의 전형이란 시각도 있다. 여당이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 발판이 되는 법안을 마련하자 시장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망중립성 훼손 뿐 아니라 사업 독식 등 예상되는 피해가 한 둘이 아니다. 한전이 발전사업 명분에 살을 붙이면 붙일수록 자본시장 논리는 무시되고 있는 형국. 한전은 왜 발전사업까지 독식하려는 걸까. ‘생산자’ 한전이 가져올 부작용과 개선책은 무엇일까.

 

전기 ‘생산’도 하겠다는 한전, 왜?


 

 

# 대세는 ‘신재생에너지’다. 문재인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중 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수십조원을 투입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서다. 그만큼 돈이 될 것이란 인식에 관련 기업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미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기업이 적지 않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9년 12.7기가와트(GW)인 국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은 2025년 42.7GW까지 확대된다. 이에 투입되는 추정 예산금액만 51조원에 달한다. 해마다 5GW의 신재생 발전 용량이 추가되는 셈이다. 풍력발전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총 12.6GW의 사업이 허가를 받고 진행 중이다. ‘2025년까지 30GW 확대’를 선언한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선 16.5GW의 추가 설비가 필요하다. 시장 선점을 위한 눈치 경쟁도 치열하다. 발전 공기업과 민간 발전사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까지 국내시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 “깡통설비나 다름없는데….” 신재생에너지가 실제로 쓰이는 현장은 설비를 만드는 시장과 사뭇 다르다. 이곳에선 “설치보다 송배전망”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신재생에너지 장비가 많이 설치됐더라도 설비와 전력계통을 잇지 않으면 값비싼 깡통설비나 다름없어서다. 이미 발전 현장이나 수요지에서 관련 민원이 빗발친 지 오래다.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의 접속 지연 문제는 부지기수. 대규모 발전 사업자도 송전선로 부족으로 발전소를 준공해도 당장 가동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지 않고 보급만 확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 공사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사진=뉴스1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맞물려 한전의 고유 업무인 송배전망 건설이 핵심으로 떠올라서다. 한전은 수년간 불만이 잇따르던 계통연계 민원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던 전력망 확충 등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돌연 발전 사업 직접 진출을 선언했다. 송배전과 전력 판매를 넘어 발전사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것. 한전의 바람대로 된다면 발전과 송배전 및 판매 등으로 이뤄진 전력시장 전 단계를 독점하는 ‘전력 공룡’이 탄생한다. 한전과 전력거래 중인 6개 발전자회사와 민간 발전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심판이 선수로 뛰어드는 격이어서 뒤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반응도 마찬가지다.

 

◆정부 통제에 주주 눈치… 수익 챙기는 뉴욕 상장사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민간 발전업계는 지난 7월 발의된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갑석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갑)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할 경우 ‘시장형 공기업’이 한 해에 2개 종류의 전기사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여기서 시장형 공기업은 한전이다. 법 통과 시 태양광·풍력 등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이 허용된다. 한전은 오래전부터 발전사업 진출을 염두에 둬 왔고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공기업의 신재생 발전사업 겸업 허용을 추진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전은 그동안 6개 발전자회사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발족해 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해왔다. 서남해 해상풍력 60메가와트(MW) 실증사업이나 제주 한림 해상풍력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부사장 직속의 해상풍력사업단(TF)도 발족했다. 일각에선 SPC 설립과 TF 등 일련의 과정이 개정안 통과를 염두에 두고 전담 조직을 만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법안을 지지하고 찬성하는 쪽은 한전과 몇몇 의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속도가 더뎌 누구든지 진도를 빨리 빼야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됐다”라며 “한전 측에 업계와 어느 정도 수준의 합의만 이뤄내 오면 (법안 통과가) 된다고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한전이 법 개정에 목을 매는 이유는 결국 ‘수익’이다. 한전은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기도 하지만 뉴욕 증시 상장사이기도 하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때 못 올리고 정부 통제를 받고 있지만 동시에 주주의 이익실현을 해야 하는 상장회사이다 보니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해서 발전사업이 그 해답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취약한 재무구조를 보완할 새 사업책이 필요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전은 해외에서 원료를 대부분 수입해오기 때문에 유가·환율 등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 실제 저유가가 지속되던 2015~2016년 당시 10조원 넘는 대규모 흑자를 내다 유가가 비쌌던 지난해엔 1조3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선 저유가 기조로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한전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3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2% 증가했다. 발전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3조9000억원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한전은 발전 사업 직접 진출이 한전의 수익구조 개선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고 부수적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발전사업으로 인한 혜택이 사업자·소비자·주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사업성 개선과 글로벌 동반 진출이 가능해지고 전기료가 낮아질 것이란 자체 판단이다.

 

한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만으론 추진이 어려운 해상풍력 등 대규모 사업이나 한전 보유 기술 활용이 필요한 사업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며 “민간 사업자 등이 우려하는 독점 관련 문제에 대해선 입법과정에서 해소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여서? 빨라서?… “공공역할 망각하는 한전”

 

업계 시각은 이와 다르다. SPC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해 온 한전이 굳이 직접 발전을 해야 할 당위성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협회 관계자는 “한전이라면 빨리 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미 업체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분야에 힘이 센 한전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며 “지금도 SPC를 통해 발전사업을 하고 있고 발전 공기업도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한전의 주도적 참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술력 부족이 아닌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 문제 및 전력계통 부족 등에 있다는 설명이다. 풍력시장만 놓고 봐도 민간 발전사와 발전 공기업 등이 이미 20년간의 풍력에너지 개발 경험을 축적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SPC를 제외하곤 발전 사업을 해본 적 없는 한전의 기술력이 이들보다 나을 리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제시한 ‘빠르게 잘할 수 있고 대규모여서 한전밖에 할 수 없는’ 역량이 있다면 지금 독점 네트워크 사업자로 전력 계통망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것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보다 중요한 한전 고유의 역할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한전에 가장 중요한 공공역할이 송배전망 확충”이라며 “한전이 실제 해야 할 역할을 못하면서 자회사도 있는 발전사업을 직접 하겠다는 것은 공공의 역할을 망각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양 의원은 이어 “공공의 역할은 민간시장 침해가 아니라 민간자본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공공 인프라를 대응해 주고 투자 길을 이끌어주는 역할”이라며 “망을 제대로 하는 게 한전 본연의 업무이고 그것이 바로 그린뉴딜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한전판 ‘해상풍력’… 돌면 안 되는 이유 


 

 

# 전라남·북도가 맞닿은 부안과 영광의 앞바다. 2011년 11월 이곳엔 원전 2.5기(2500메가와트(㎿))와 맞먹는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 단지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예산만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 선장 역할을 맡은 건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한 한국전력공사(한전)과 자회사들이다. 정부는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통해 0.1%에 불과한 세계 풍력시장 점유율을 2020년 19%까지 높이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 그로부터 10년 뒤. 서남해 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 모습은 어떨까. 한전의 야심 찬 계획과 달리 실증단지는 현재 발전량을 3분의 1로 줄여 제한 발전 중이다. 10년간의 성과는 60MW 실증단지 1개다. 급기야 지난 7월 프로젝트 추진계획이 다시 설계됐다. 우선 400MW를 2022년 착공 후 확산단지 2기가와트(GW)도 이듬해인 2023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14조원 규모의 추가 개발비가 들어간다. 준공 목표시점은 8년 뒤인 2028년으로 미뤄졌다.

 

한국전력공사 이미지/사진=뉴스1

한전 발전사업의 현주소. 업계는 한전의 발전사업방식과 기술력 등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관계자는 “이것만 놓고 봐도 한전이 과연 풍력사업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기존에 원전과 석탄 발전에 치우쳐 있었다고 해도 의지가 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못했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관련 업계에선 인프라 독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송배전망과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한전이 발전사업에 뛰어들면 가뜩이나 ‘갑’의 위치가 ‘슈퍼갑’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산업 생태계 교란과 사업성 확보 실패 등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사업 규모 40MW 이상… 사실상 풍력시장 전체 

 

한전도 이 같은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한전은 민간 발전사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사업규모 제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 제한 ▲망 정보 공개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법안이 발의된 이후 민간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 같은 일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한전의 제시안 모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먼저 사업규모 제한의 경우 한전은 40MW 이상 대규모 해상풍력 등 핵심기술 기반 사업에만 진출하겠다는 전제를 내놨다. 40MW는 2019년 기준 전체 사업 건수 6만2363건의 0.03%인 20건에 불과하다는 게 한전 측 주장이다.

 

신재생에너지협회 관계자는 “이는 전체 재생에너지 시장에 빗댄 수치”라며 “그 기준도 처음엔 40MW였지만 지금은 80MW 이상으로 달라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한전이 주력하는 풍력만 놓고 봤을 때 40MW는 육상풍력의 경우 설비용량 기준 74%, 해상풍력은 설비용량 기준 95%에 달하는 사업 건수를 나타냈다. 한전 없이도 대형발전소 프로젝트를 충분히 맡을 수 있다는 것이 민간업체의 설명이다. 현재 육상 100MW급과 해상 300MW급 사업도 민간사업자를 통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RPS 부담 낮추고 전기요금도 오를 가능성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의무이행량 할당과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거래 제한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RPS는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을 할당해 시장에 보급하도록 하는 제도로 한전에게 부담인 제도다. 한전은 의무공급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REC를 구입해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업계에선 한전이 점차 정산 재원 부담을 줄이고 REC 의무 이행에 따른 정산 기준 가격을 무리하게 하락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PRS 의무비율을 현행 4%에서 2023년까지 10%로 높일 예정인 만큼 한전의 부담 털기는 발전사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저가로 형성된 별도 정산 가격은 시장 가격을 왜곡시키고 결국 사업자의 사업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한전의 사업비 투자나 회사채 발행 등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역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신재생에너지가 잘 돌기 위해선 꼭 필요한 핵심 부분인데도 한전은 지금까지 이 부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내부 투자심의에서 안건을 처리하고 사업비가 투입돼야 하는 시장형 공기업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한전이 최근 아직 허가도 받지 않은 해상풍력 사업을 위해 1.5GW를 선배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업계는 사업 참여 이후 생태계 교란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론 망 중립성을 확보하고 순차적인 업무처리를 하겠다고 표명하면서 시작도 안 한 해상풍력에 전기를 선배분하겠다는 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며 “가장 중요한 망 계통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에게 유리하고 이외 사업자에겐 계통 지연과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지멘스 회장 출신 사장님… 국내 기업 실적도 부재 

 

일각에선 김종갑 한전 사장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기도 한다. 김 사장은 독일 기업 지멘스 회장 출신으로 이 회사와 협업을 통해 ‘주식 부자’ 대열에 올랐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김 사장은 7년간 근무했던 지멘스 주식을 11억원가량 보유하고 있는데 한전 사장으로 부임한 후 지멘스와 계약한 수주 금액이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 질의에 답하는 김종갑 사장/사진=뉴시스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고 일감몰아주기 의혹부터 윤리적인 책임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한전이 국내 제조기업과 해외 동반 진출한 실적도 전무하다. 최근 해외 해상풍력을 활발히 개발 중인 ‘GIG’나 ‘오스테드’ 등 글로벌 기업은 타워나 하부구조물 등에 한국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한전은 2017년 요르단 푸제이즈 풍력발전 개발 시 국내 제조기업이 아닌 덴마크 베스타스를 선택했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지멘스 출신이어서 국내보다는 외산에 대한 인식이 좋고 취임 후 외산과 협업을 많이 해왔다”며 “한전이 발전사업 참여 시 민간 사업체와 글로벌 진출을 일궈내겠다고 했는데 현 상황에선 잘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김종갑 사장이 갖고 있는 지멘스 주식은 재임 중 성과에 따라 받은 주식일 뿐”이라며 “직무상 알게 된 정보로 주식을 보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부임 후 지멘스와 3건의 계약건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3건 중 2건은 취임 전 입찰공고된 것”이라며 “3건 모두 국내 공급자가 없어 외국업체만 입찰에 참여했고, 계약 절차상 입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인터뷰]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 공공성 망각하는 행동"


 


“전세계에 재생에너지가 10%도 안되는데 이렇게 송배전망 확충이 안돼 원성이 자자한 나라는 없습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제공=뉴스1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에 대해 “한전이 실제 해야 할 송배전망 확충에 대해선 전혀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은 발전자회사뿐 아니라 송배전망 사업자로서의 공공성을 망각하는 행동이란 설명이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그는 ‘그린뉴딜법’ 제정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에너지산업을 재생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국회 입성 전에는 ▲서울시에너지정책위원회 에너지수요관리분과 위원장 ▲서울시 기후행동포럼 정책분과위원 ▲국가기후환경회의 저감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환경 운동을 했다. 스스로 그린뉴딜기본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 입성했다고 말할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전문가다.

그는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음은 양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 문제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한전은 송배전과 판매를 독점하는 회사다. 발전에 진출한다고 하는데 자회사도 있다. 이를테면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 금산분리 원칙이 있지 않나. 발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망중립성인데 민간 사업자는 망중립성을 지킬 수가 없다. 공공기관이 발전사업까지 하는 건 내부자 거래를 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전의 역할은 망에 맞춰져야 하나.

발전사업보다 망 사업을 제대로 하는 본연의 역할이다. 그린뉴딜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 정부 재정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산업화하고 시장을 키우겠다는 목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사회에선 수백만개 발전자회사가 들어서고 판매 자회사가 만들어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 그럴 때일수록 공공인프라를 적재적소에 대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한전의 역할이다.

 

☞한전의 행보는 그린뉴딜을 역행하는 것인가.

그린뉴딜을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포도송이라고 보면 전력 계통은 가지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줄줄이 달리고 그 끝에 민간자본이 달리는 것이다. 수천억 민간자본이 갈 곳이 없어 주식과 부동산에 몰리는 데 한전이 그 가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그린뉴딜을 하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를 통해 산업화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민간 자본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투자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민간자본이 해상풍력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인데 한전이 민간시장에 침투해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은 그린뉴딜에 역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전도 상장사로 수익구조에 민감하지 않나. 

맞다. 하지만 한전은 수익만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아닌 것도 맞다. 그래서 정 발전사업을 하고 싶다면 송배전망을 떼 내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럼 송배전망은 어디서 담당하나.

전력청을 만들면 된다. 송배전망이 돈이 사실 별로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전도 적극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 송배전망은 고속도로 까는 것과 똑같다. 정부가 돈을 들여 망을 까는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고속도로를 동서남북으로 깔아놔야 재생에너지가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건 예산을 들여서라도 해야 하는 공공의 역할이다. 민간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제조업이 꽃을 피우고 전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도 될 것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한전이 ‘전기 생산’ 옷 입으려면?


 

독일 헬리골랜드에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 1999년 1월21일. 국내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신호탄인 ‘전력산업구조개편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전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후 소비로 이어지기 전까지 ‘발전-송전-배전-판매’ 단계를 거친다. 이 모든 단계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운영하는 독점체제였으나 2001년 한전 발전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동서발전 등 6개 발전 공기업으로 떼어내고 전력거래소를 신설한 뒤 이 체제를 20년간 유지했다. 한전에서 발전부문을 분리한 이유는 독점체제인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해 가격 지배력을 방지하는 등 공정한 시장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 한전이 다시 발전사업 직접 진출을 선언하자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틀이 20년 만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이 투자 대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국한할지라도 발전사업에 나선다는 점에서 20년 전 이뤄진 한전 발전부문 분리란 전력산업 구조 개편 취지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개편이 분명 논리와 명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전에게 다시 발전사업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그 변화를 되돌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발전소와 발전 공기업은 1998년 첫 상업용 풍력발전기를 개발한 후 인·허가 및 주민 수용성 등 발전단지 운영 경험을 쌓아왔다. 한전은 SPC(특수목적법인) 등을 통해 제한된 범위에서 국내 풍력발전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풍력단지 개발과 운영에선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최근엔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풍력 투자와 개발 경험이 많은 유럽 3대 해상풍력 투자개발사 ‘CIP’와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 등 글로벌 기업이 국내 풍력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전은 자체 추진 중인 사업을 흡수하거나 풍력단지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워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독점 한전에 생태계 집중… 경쟁은 사라질 것 

한국 연도별 풍력 발전량. /그래픽=김은옥 기자

전문가들과 업계에선 한전이 발전부터 판매를 독점하는 현 구조로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독과점 문제로는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없다는 선진국 사례도 있다. 분산형 시스템과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력시장 구조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전에서 발전을 뗀 이유는 발전사업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경쟁을 통해 발전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계통 독점 운영권을 쥔 한전에 생태계가 집중되면 경쟁 역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한전의 풍력사업 진출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송배전 사업과 전력 판매사업 등 독점적 지위에서 한전이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사와 완전 분리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사업을 정부 기관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업자 주도 구조인 한국과 달리 덴마크는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청을 세워 ▲발전사업지구 지정 ▲환경영향평가 승인 ▲발전사업 허가 ▲주민협의 등을 통합 수행하고 있다. 전력공기업 ‘에너지넷’은 계통사업만 맡도록 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풍력산업을 키워가고 있다.

 

지금처럼 SPC를 통해 발전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은 40메가와트(㎿) 이상의 대형 발전 프로젝트에만 참여해 규모가 작은 민간 발전소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도 육상풍력은 100㎿, 해상풍력은 300㎿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소규모 사업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제주와 전남 신안 등 풍력발전 집중지역은 전력 계통 여유 용량이 많지 않은 만큼 한전이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에 송전망 등을 우선 건설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석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한전이 자신의 사업에 계통 접수 우선권을 줄 경우 민간 사업자는 불이익을 당한다”며 “바잉파워(buying power·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기업의 구매력)로 시장을 교란하지 말고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업 등처럼 출자 형식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4회 멈춘 제주발전소… 전력대란 대비 시급 

덴마크 서남부 항구도시 에스비에르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정부 차원에서 전력망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력 초과 공급에 따른 위기를 포착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이사회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주 풍력발전소는 44회 멈췄다. 제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담을 수 있는 허용량이 590㎿로 크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에 보급된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556㎿ 규모로 사실상 신재생에너지 최대 운전 가능량의 한계에 달했다.

 

한 풍력발전사 관계자는 “신재생 확대 속도에 전력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진도·완도를 통해 들어오는 전력망이 포화에 달한 상태”라며 “제주로 들어가는 망만 있고 나가는 망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는 제주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풍력을 필두로 재생에너지 공급이 급격하게 늘면서 3~4년 뒤부터는 육지에서도 풍력 강제 셧다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한전이 직접 발전에 참여하면 이런 위기가 갈수록 잦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풍력발전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초과 공급”이라며 “선진국처럼 정부가 제반 조건을 살펴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전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상풍력 사업은 제조·설비부문 기준 1㎿당 32명의 고용 효과를 발생한다. 하지만 풍력 제조·설비 부문의 외산 의존도가 전체 시장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해 고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풍력에너지학회 학회장인 유기완 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가 가야 할 길이라면 한전을 참여시키되 국산 부품을 늘려 제조업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그래야 정부도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김설아 기자·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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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빠띠1시간전

    일본 전력민영화 해서 전기료 엄청 오른거 모르냐? 기레기야

    답글3댓글 찬성하기90댓글 비추천하기2

  • 오리너구리1시간전

    아따 길어서 못읽겠다...그냥 한전 니네가 가져라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47댓글 비추천하기12

  • 뽀로뽀로미1시간전

    민영화를 얘기하고 싶나..아님..대기업 먹을걸 한전이 먹으니 안된다라는건가? 전기는 절대 민영화 하면 안된다...

    답글4댓글 찬성하기234댓글 비추천하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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