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8. 11:57ㆍ■ 우주 과학 건설/Energy
[취재K] 원유 탱크 '지붕 그림자'로 보관량 안다..'원유개미' 살 길은?
박대기 입력 2020.04.28. 11:35
위성 사진 분석해 지붕 그림자로 저유량 추정
금융에도 빅데이터·AI 바람
기관보다 개인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 적어 '정보 소외'
저유소 지붕의 비밀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비밀 중 하나는 원유를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졌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비행기와 공장이 멈춰 서면서 원유는 남아돌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1억 배럴씩 소비하던 것이 2~3천만 배럴 정도 소모량이 줄었습니다. 남은 원유는 저장해야 하는데 보관 장소도 한계가 있죠. 결국 '돈을 줄 테니 가져가라'는 상황까지 간 것이 '마이너스 유가' 사태였습니다.
남아도는 원유는 일단 지상의 원유 탱크 같은 곳에서 보관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전 세계 원유 탱크가 얼마나 차 있는지를 알고 있으면 앞으로의 유가 변화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저유소마다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통계 시스템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국가와 회사들이 각자 관리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하나의 답을 찾은 업체가 있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오비탈 인사이트'라는 곳인데요. 이 해결책을 알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원유 저장고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지상비축기지'라고 흔히 불리는 원유 저장고는 원기둥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붕이 보관된 원유 위에 떠 있는 형태입니다. 지붕과 원유 사이에 공기가 있으면 증발과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유가 꽉 찬 저유소는 지붕이 원기둥 끝까지 올라가 있고, 덜 차 있는 저유고는 지붕이 내려가 있습니다. 특히 해가 기울어진 시간대에 찍힌 인공위성 영상을 보면 덜 차 있는 저유고는 지붕에 검은 그림자가 생깁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승리…문제는 정보 격차
이 회사는 이렇게 얻어지는 전 세계 저유고 지붕의 그림자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현재의 원유 저장량을 분석하는 기술을 갖췄다고 합니다. 부유식 지붕 구조가 아닌 저장 탱크나 찾지 못한 곳 등을 감안하면 세계 원유저장탱크의 70%가량을 측정한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승리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발달하기 이전 중요한 경제지표는 정부에 의해 일괄적으로 발표됐습니다.
예를 들어 10일마다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은 정부가 발표합니다. 사전에 그 보안은 엄격하게 유지됩니다. 기자들에게 배포 즉시 보도하도록 하거나, 엠바고(보도 시점 유예)도 15분가량만 걸 정도입니다. 신규취업실적이나 실업자 수 등 정부의 많은 정보가 비슷하게 다뤄집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런 정부의 정보들은 시장의 모든 투자자가 비교적 공평하게 얻습니다. 개미 투자자도 기관 투자자와 비슷하게 정보를 구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법으로 얻은 정보들은 더는 공짜가 아닙니다. 정보에 대한 돈을 지불하는 곳만 그 정보를 알 수 있고, 정보가 도달하는 시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 격차라는 또 하나의 장애를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비단 원유 저장량 예측뿐만이 아닙니다. 정보 제공업체들은 곡식의 재배면적으로 선물시장의 가격변동을 예측하기도 하고 주차량이나 인파의 변화를 토대로 어느 쇼핑몰이 장사가 잘 되는지를 분석합니다. 또, 공장의 가동 상태 변화도 파악해 해당 산업의 수요 공급 추세를 알아내기도 합니다. 최재혁 베이징대학교 HSBC경영대 교수는 “정부의 경제지표의 경우 조사부터 발표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헤지펀드는 다양한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커지는 정보 격차
최근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인 ETF나 ETN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원유개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사안도 정보 비대칭이 있습니다. ETN의 판매되는 가격과 실제의 가치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습니다. 유가가 웬만큼 올라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계속됐지만 '원유 개미' 투자자들에게 정보가 잘 전달됐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거래상의 정보 비대칭 외에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의 차이까지 '원유 개미'가 넘어야 할 문턱은 너무나 높습니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정보의 불평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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