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1. 06:51ㆍ■ 우주 과학 건설/Energy
[피플]꿈 좇아 '35년 금녀의 벽' 깬 첫 女원전조종사
세종=유영호 기자 입력 2019.11.11. 03:30
“원자로조종사가 되기 위해 새벽에도 출근해서 100가지 넘는 원자력발전소 비정상 상황을 가정해 대처 방안을 일일이 점검했죠. 원전 운전에 ‘만약’은 없습니다.”
이 진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1발전소 발전2팀장(직무대행·45)은 국내 여성 1호 ‘원전조종사’다. 2009년 프랑스프라마톰원전(FRA), 2013년 한국표준형원전(OPR), 2015년 한국신형원전(APR) 등 3개 노형 조종사면허(RO)를 잇따라 취득했다. 원전 비정상 상황에 수차례 성공적으로 대처해 우수 원전조종사에 최다 선발되기도 했다.
원자로조종사를 꿈꾸기 시작한 2007년,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에 입사하면서다. 대학원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한 이 팀장에게 머릿속 이론을 현실화할 수 있는 곳은 원전 현장이었다. 이 팀장은 “원전은 현존하는 최고 과학이론을 집대성한 산물”이라며 “핵물리학도로써 원전을 직접 운전·제어하는 원자로조종사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직업이었다”라고 했다.
지금은 자타 공인 ‘에이스’로 불리는 이 팀장이지만 원전조종사가 되기까진 고난의 연속이었다. 1978년 4월 국내 첫 상용원전인 고리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이후 원전 중앙제어실은 금녀(禁女)의 영역이었다. 그는 “입사 후 한울 1호기 발전팀에 처음 배치받았는데 여성은 나 혼자였다”면서 “원자로조종사가 여성에게 높은 벽이 있는 직무였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목표의식과 도전욕구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노력’이었다. 새벽에도 출근해 시뮬레이터로 원전 운전을 연습했다. 이 팀장은 “필기시험은 혼자서 공부할 수 있지만 실기시험은 직접 시뮬레이션 해보는 수 밖에 없었다”면서 “원전 중앙제어실과 똑같이 지어진 시뮬레이터가 발전소당 한 개 밖에 없어 새벽에도 나가 상황별에 조치능력을 길렀다”고 했다.
원자로조종사의 꿈을 이룬 이 팀장이지만 여전히 몸과 마음이 바쁘다. 자신처럼 원자로조종사란 꿈을 꾸는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게 역량 강화를 힘쓰고 있다. 원자로조종사를 통제하는 원자로조종감독자(SRO) 면허도 취득했다. 이 팀장은 “다른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도전정신을 가지고 노력 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팀장이 끝으로 강조한 것은 ‘본분’이다. 원자로조종사로써 원전을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한국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설비 기술 및 설계 우수성 갖추고 있어 막연한 선입견 때문에 두려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신뢰받는 원전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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