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재판부 "검찰, 자꾸 그러면 퇴정" 법정서 공개경고..왜

2019. 12. 11. 01:37■ 법률 사회/법률 재판 민사 형사

정경심 재판부 "검찰, 자꾸 그러면 퇴정" 법정서 공개경고..왜

백희연 입력 2019.12.10. 15:17 수정 2019.12.10. 15:32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10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열린 정 교수의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공범, 범행일시, 장소, 범행방법, 행사목적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됐다”며 “동일성 인정이 어려워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소장, 뭐가 달라졌나

검찰은 지난 9월 첫 기소 당시 표창장 위조 시점을 2012년 9월 7일이라고 공소장에 적었다. 그러나 두 달여 뒤 추가 기소한 공소장에는 2013년 6월이라고 바꿔 기재했다. 범행 장소도 동양대학교에서 정 교수의 주거지로 다르게 특정됐다.

공모자와 위조 방법에 대한 것도 달랐다. 첫 공소장에서는 ‘불상자’와 공모했다고 적시했지만 추가 기소 때는 딸을 공범으로 변경했다. 위조 방법에 대해서는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는 첫 공소 사실에 “스캔·캡처 등 방식을 사용해 만든 이미지를 붙여넣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첫 기소 때에는 ‘유명 대학 진학’이 위조 목적이었지만 두 번째 기소 때에는 ‘서울대에 제출할 목적’으로 변경됐다.

재판부는 이런 차이들을 지적하며 “죄명과 적용 법조, 표창장의 문안 내용 등이 동일하다고 인정되지만, 공범·일시·장소·방법·목적 등에서 모두 동일성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불허 부당”

이에 검찰은 “동일성이 인정되는데도 불과하고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는 재판부 결정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2012년 9월 7일자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기본 사실은 같고 관련한 일시나 장소 등 일부 사실만을 변경 신청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 불허 조치에 계속해서 반발하자, 재판부는 항의하는 검찰을 향해 “자꾸 그러면 퇴정시킬 수 있다.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나중에 선고나면 항소하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기 때문에 향후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사건은 추가 기소된 입시비리 사건과 별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 공소장을 추가로 제출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건을 두 번 기소할 수는 없지만 재판부가 처음에 공소장에 기재한 것과 공소장 변경을 통해 바꾸려던 내용을 별개로 판단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뉴스1]

검찰 관계자는 “변경하려는 공소장의 공소 사실이 이전과 다르다는 말은 양립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공소장 변경이 안 된다면 추가로 기소해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가로 공소장을 제출하더라도 처음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를 취소하지 않을 예정이다. 2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1심의 결정이 정당한지를 판단 받겠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재판부, 보석 석방 거론도

이날 재판부는 정 교수의 ‘보석 석방’을 거론하며 검찰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이 정 교수 측에 추가 기소된 사모펀드·입시비리 등 사건기록을 서둘러 제공하라는 취지다.

검찰이 아직 증거 기록 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자 재판부는 “이 사건이 11월 11일에 기소됐는데 한 달을 그대로 보냈다”며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주까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보석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딸의 공주대 인턴 경력을 꾸몄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주대의 자체 판단을 확인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주대 윤리위원회에서 이 의혹을 심의했다는 보도는 봤는데, 결과는 보지 못했다”며 “재판부 입장에서는 대학 자체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9일 표창장 위조 사건과 추가 기소 사건의 공판준비기일을 연속해서 열기로 했다.

백희연·정진호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