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추미애 압박에도.. 윤석열의 '마이웨이'

2019. 12. 8. 21:47■ 법률 사회/법률 재판 민사 형사

靑·추미애 압박에도.. 윤석열의 '마이웨이'

윤경환 기자 입력 2019.12.08. 17:28 수정 2019.12.08. 18:32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정점
조국·백원우·송철호 곧 소환
靑 추가 강제수사 가능성도
새 장관 인사권 행사 앞두고
수사 강도 높이고 속도낼 듯
[서울경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청와대의 경고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이 청와대의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을 파헤치는데 전력을 기울일 태세다. 조만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들이 줄소환되고 청와대에 대한 추가 강제수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정권과 검찰이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의 형국이다. 현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며 이전 정권의 적폐청산을 이끌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칼을 겨누며 ‘마이 웨이’ 행보를 이어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의 비리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던 박기성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을 7일과 8일 연이틀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실장은 김 전 시장 비리 의혹으로 이미 지난해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시 건설 현장에 특정 레미콘 업체 물량을 강요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지만 울산지검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박 전 실장은 이후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박 전 실장이 당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경위 전반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실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다 취재진을 만나 “과거 경찰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진술을 받으면서 조서에 적절한 이유 없이 가명을 사용했는데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이제는 황운하 청장이 답변을 내놔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발걸음은 최근 점점 빨라지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 6일과 7일 청와대에 첩보를 건넨 송 부시장을 잇따라 소환하면서 자택과 울산시청 집무실, 관용차량 등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했던 경력으로 의혹 제기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A수사관의 휴대전화 잠금장치를 푸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A수사관의 ‘아이폰X’를 압수한 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서 암호 해독을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검찰이 김 전 시장과 송철호 현 시장, 황 청장, 백 전 민정비서관 등을 곧 소환 조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일찌감치 정권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4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해 당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어느 수준까지 파악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인걸 당시 특별감찰반장 등 특감반원들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검찰은 의혹의 정점이자 청와대 감찰라인 최고 책임자였던 조 전 장관까지 조만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하명 수사 및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에 추가 강제수사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이렇게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는 것은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현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소신을 밑바탕에 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전후해 “피의사실 공개 금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하라”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진술에 의존해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 등 연일 견제구를 날렸지만 검찰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5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추 의원이 지명됨에 따라 수사의 강도와 속도가 더 강화될 것이란 예측이 곳곳에서 나온다. 새 법무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격 취임할 경우 곧장 인사권을 행사해 윤 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현 수사 라인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신임 장관이 오면 누가 수사 라인에서 밀려날지 벌써부터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에 검찰도 수사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간 검사장을 비롯한 검찰 인사권에 검찰총장의 입김도 상당 부분 반영돼 왔으나 이번엔 윤 총장 완전 배제를 장담할 수 없다는 예상이 많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