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400년간 호령했던 바이킹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2022. 3. 26. 22:11■ 국제/세계는 지금

그린란드 400년간 호령했던 바이킹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유지한 기자
 
2022.03.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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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년대부터 4세기 동안 그린란드를 호령한 바이킹은 갑자기 사라졌다. 많은 과학자와 역사가들은 그 이유가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추위가 아니라 가뭄 때문이었다”라고 지난 23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번성했던 바이킹 400년 만에 사회 붕괴

일명 바이킹으로 불리던 노르만족은 10세기 비옥한 땅을 찾아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떠나 스페인, 캐나다, 러시아 등 세계 곳곳으로 세력을 넓혔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바이킹은 985년 북쪽 그린란드까지 이동해 정착했다. 가축을 키우기 위한 목초지를 개간하며 농경 생활을 이어갔다. 한때 최대 인구가 2000명까지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랬던 그린란드의 바이킹 사회는 약 400년 후 빠르게 붕괴했다. 과학자와 역사가들 사이에 사회 계층화 같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는 주장들도 있지만 추운 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가설이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런 주장에 반박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들은 바이킹의 실제 정착지에서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린란드의 당시 기온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한 얼음 데이터는 바이킹 정착촌으로부터 북쪽 1000㎞ 이상 떨어진, 고도 2000m 이상의 지역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기온 거의 안 변했지만 건조해져

연구진은 실제 바이킹들이 살았던 지역 근처의 기후를 연구하기로 했다. 578 호수라고 불리는 곳은 바이킹의 농장에 인접해 있고, 그린란드 동부 정착촌에서 가장 큰 곳 중 하나였다. 이 호수의 퇴적물을 통해 지난 2000년간의 기록을 확인했다. 실제 바이킹이 살았던 곳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진은 먼저 2000년 샘플 속의 ‘지질(lipid)’을 통해 온도를 파악했다. 그리고 식물 잎의 왁스코팅을 통해 식물이 수분을 얼마나 잃었는지 확인했다. 기후가 얼마나 건조한지 알 수 있는 지표다.

그 결과는 기존 추위 때문이라는 가설과는 정반대였다. 연구진은 “그린란드 남부 바이킹이 정착한 동안 기온이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건조해졌다”라고 말했다. 바이킹은 농사를 짓는 게 힘들었고 가축에게 줄 먹이도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사회 불안정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바이킹이 그린란드를 떠난 이유를 단순히 기후변화 탓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라며 “그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한 바이킹도 결국 가뭄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