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폭행범 처벌 대신 ‘금주 치유’ 이끈 법원

2020. 12. 24. 00:14■ 법률 사회/법률 재판 민사 형사

상습 폭행범 처벌 대신 ‘금주 치유’ 이끈 법원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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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23 17:46 수정 : 2020.12.2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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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법원’ 프로그램 마련해
반성하는 모습 4개월 관찰
재판장, 집행유예 선고하며
“오늘 졸업식” 수료증 전달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피고인은 구속돼 재판을 받던 자신과 든든한 남편과 아버지로 돌아온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보고, 더 나은 모습이 피고인의 운명이 되길 바랍니다.”

23일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 희끗희끗한 머리에 일상복 차림인 60대 남성 A씨가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숙였다. A씨의 아내와 여동생이 방청석에서 지켜봤다. A씨가 폭행 범죄로 법정에 선 건 이번이 12번째였다. A씨는 B씨에게 상해를 입혀 형사재판을 받게 된 것에 앙심을 품고 술 마신 상태에서 B씨를 찾아가 폭행한 혐의(보복폭행)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 8월 A씨의 보석신청을 허가했다. 조건이 있었다. 법원이 마련한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이다. A씨는 술을 마시지 않고 오후 10시 전까지 귀가해 자기 전 하루 일과와 소회를 말하는 30초가량의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 비공개 카페에 올려야 했다. 재판부와 공판검사, 변호사, 보호관찰관이 카페에 접속해 이를 확인하고 댓글로 격려하기도 했다. 주 1회 화상회의를 하며 A씨의 상태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4개월가량 지켜보면서 A씨가 술을 마시지 않고 반성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1년간의 법무부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았고,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반성하는 모습으로 거듭났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정 재판장은 선고를 마친 뒤 “오늘은 A씨 치유 프로그램 졸업식”이라며 A씨에게 직접 수료증을 전달했다. 법정에서는 모두 일어서 박수를 쳤다.

이 재판부는 금주 약속을 지킨 음주운전자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 사건의 2심을 선고하며 부당하게 탈락한 피해연습생 12명의 이름을 공개하기도 했다.

형사재판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날 기회를 주는 이른바 ‘회복적 사법’은 정 재판장의 신조로 알려져 있다.

 

 

정 재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파기환송심 재판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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