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우즈’도 우즈다

2020. 12. 21. 01:21■ 스포츠/골프

‘열한 살 우즈’도 우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2020.12.20. 21:31

안철수 “결자해지” 서울시장 출마…야권 단일화 변수

영국발 ‘변종 코로나’ 소식에 유럽 각국 빗장 걸어 잠근다

ㆍ‘20인의 명인과 그 가족들’ 나선

ㆍPNC 챔피언십서도 빛난

ㆍ‘타이거 우즈의 아들’ 찰리

© 경향신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츠칼튼골프클럽에서 열린 PNC 챔피언십 1라운드 3번홀에서 아들 찰리가 이글을 잡자 활짝 웃으며 맞아주고 있다. PGA투어 트위터 제공

타이거 우즈는 영락없는 ‘아들 바보’였다. 아들 찰리를 바라보는 우즈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아버지로서의 순수한 기쁨과 자부심이 담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20일 올랜도 리츠칼튼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0 PNC 챔피언십 첫날 찰리가 골프 팬들을 사로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파5 3번홀에서 찰리는 드라이버 티샷을 핀까지 175야드 지점으로 보냈다. 찰리가 421야드로 세팅된 그린티에서 드라이버를 친 것을 감안하면 246야드를 날린 셈이다. 메이저 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역대 우승자 20명이 가족과 팀을 이뤄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두 명이 각자 샷을 날리고 선택한 볼 위치에서 두 명이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즈 부자는 찰리 볼을 선택했다. 찰리는 여기서 5번 우드를 꺼내 들었다. 앞에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서 똑바로 보내기는 어려운 상황. 드로를 쳐야 했다. 열한 살 찰리는 온몸을 돌려 샷을 날렸다. 오른쪽으로 걸어가서 볼이 홀에 붙는 것을 확인한 찰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우즈가 찰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찰리가 우즈의 손을 내려쳤다. 찰리는 약 90㎝짜리 이글 퍼트도 직접 마무리했다. 티샷에서 세컨드 샷, 퍼트까지 찰리가 이글을 다 만들어낸 것이다. 우즈는 입이 귀에 걸렸다. “너의 첫 이글이야, 찰리.”

찰리는 이날 인상적인 샷을 여러 번 선보였다. 13번, 14번, 18번홀에선 우즈가 찰리보다 더 잘 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티샷을 일부러 치지 않을 정도였다. 파4 16번홀에서도 찰리는 세컨드 샷을 홀에 완벽하게 붙였다. 퍼트도 깔끔했다. 9번홀에선 만만치 않은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TV로 중계되는 대회에 처음 출전했는데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찰리는 여러모로 아버지를 빼닮았다.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스윙도 판박이였고, 피니시 후 클럽을 빙글 돌리면서 내리는 동작, 다른 사람의 퍼트를 기다릴 때 오른발을 앞으로 꼬고 있는 자세도 아버지와 똑같았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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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우드샷·퍼팅까지

421야드 파5홀에서 이글 잡아

아버지 닮은 스윙에 강심장도

“2030년 마스터스 우승에 베팅”

세계 골프팬들 눈길 사로잡아

타이거·찰리 부자는 전반 9개 홀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로 8타를 줄였다. 후반에는 버디 3개, 보기 1개로 주춤했지만 합계 10언더파 62타 공동 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동반 라운드를 펼친 마이크와 저스틴 토머스 부자도 같은 성적이었다. 선두는 14언더파 58타를 친 맷 쿠차와 열세 살 아들 카메론 부자였다.

찰리는 장난기도 아버지 못지않았다. 파4 13번홀에서 마이크 토머스가 친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로 향했다. 저스틴 토머스는 벙커에서 흰색 종이를 발견하고 주워들었다. 거기엔 ‘홀을 뽑아라(draw hole)’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프로암에서 마이크가 찰리에게 써준 종이를 갖고 있다가 마이크의 티샷이 벙커에 들어가자 벙커 속에 갖다 놓은 것이다. 저스틴 토머스는 라운드를 마친 뒤 걸어가던 찰리를 뒤에서 다가가 번쩍 들어올렸다. “오늘 재미있었어?” 토머스가 물었다. 찰리는 “예”라고 말했다. “오늘 잘했어.”

우즈는 경기 내내 ‘아빠 모드’였다. 우즈는 “저는 제 게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 곁에 있으면서 서로 응원하고, 서로 기대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요. 무엇보다도, 저는 아빠입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찰리의 기량에 소셜미디어도 달아올랐다. PGA 투어의 트위터에는 “골프를 30년 넘게 했는데 찰리가 나보다 50배 낫다” “찰리의 2030년 마스터스 우승에 베팅하겠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같은 댓글들이 이어졌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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