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을 선택할 권리, 뉴질랜드 적극적 안락사 합법화

2020. 10. 30. 20:31■ 인생/세상 살이

삶의 마지막을 선택할 권리, 뉴질랜드 적극적 안락사 합법화

김수경 기자 입력 2020.10.30. 19:36 수정 2020.10.30. 19:45

 

맷 비커스씨와 5년 전 뇌종양을 앓다 사망한 그의 전 부인/페이스북

뉴질랜드에서 말기암 환자에 약물을 주입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가 사실상 합법화됐다. 뉴질랜드 현지통신 뉴스허브와 AP통신의 30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삶의 마지막 선택 법안(End of Life Choice Bill)’에 관한 국민 투표의 예비 개표 결과 157만4645명의 뉴질랜드인이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투표수의 65.2%에 해당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81만5829명으로 전체의 33.8%에 그쳤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17%에 해당하는 해외 투표 등의 특별 투표가 아직 개표되지 않았지만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 상황을 뒤집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에 부쳐진 ‘삶의 마지막 선택 법안’에는 불치병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 뿐만 아니라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도 포함됐다.

조건은 까다롭다. ▲환자가 18세 이상일 것 ▲뉴질랜드 국민이거나 영주권자일 것 ▲6개월 이내에 목숨을 잃을 것이 자명한 불치병을 앓고 있을 것 ▲두 명의 의사의 승인을 받을 것 ▲신체능력이 현저하고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 ▲완화될 수 없고 견디기 힘든 고통이 있을 것 ▲안락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 모든 조건들이 충족된 환자는 치사량의 약물 투여 날짜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보조한 의료진은 보건부의 등록기관에 양식에 맞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검토위원회에 이를 전달해야한다.

5년 전 뇌종양을 앓다 숨진 아내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워온 변호사 맷 비커스씨는 개표 결과에 대해 “연민에 대한 승리”라고 BBC에 말했다. 비커스씨는 아내의 투병과 관련한 저서에서 “그녀는 죽길 원한 것이 아니었다.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이다. 선택의 기회를 빼앗긴 것이 문제였다. 아내는 죽음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고싶었고 원하는 때 고통을 끝내는 것을 선택하고 싶어했다”고 적었다.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단체들은 생명경시 풍조를 우려하며 “법안에 위험 요소가 매우 많다”며 “법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법안의 최종 결과는 내달 6일 확정된다. 이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11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현재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캐나다, 벨기에, 콜롬비아 등이다. 스위스에서는 의사가 사망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살이 허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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