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3. 21:42ㆍ■ 우주 과학 건설/陸上 鐵道 自動車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포르쉐'가 만들었다
모토야 입력 2020.03.13 13:01 댓글 30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1997년 초대 토요타 프리우스가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그저 '미래의 청사진' 혹은 셀럽들의 이미지메이킹용 아이템 정도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날로 엄격해지는 배기가스 규제와 더불어 유가 불안정과 경기 불황 등으로 고효율 자동차를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오늘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게 되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중화를 선도한 것은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다. 그런데 이로 인해 간혹 토요타 프리우스를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토요타 프리우스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프리우스 이전에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당장 프리우스의 고향인 일본 내로만 국한해도 프리우스보다 먼저 출시가 이루어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혼다의 인사이트(Insight)였다. 물론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메커니즘은 토요타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두 가지의 동력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인사이트가 프리우스보다 앞서서 등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어떤 차였을까?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저 멀리 유럽에서, 그것도 20세기도 아닌, 19세기 말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오늘날 포르쉐AG의 설립자이자, 당대 최고의 공학자로 손꼽히는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와 오스트리아의 야콥 로너(Jacob Lohner)가 공동 개발한 '로너-포르쉐 믹스테-바겐(Lohner-Porsche Mixte-Wagen, 이하 로너 포르쉐)'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이런 혁신적인 자동차가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 내지는 의아함을 품을 독자들이 있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자동차 역사의 가장 첫 번째 장에 해당하는 시기였고, 그 때문에 실로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들이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조작계통도 차량마다 제멋대로였고, 차량이 작동하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대적인 자동차의 상징과도 같은 가솔린 엔진의 성능이 크게 우수하지 못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에는 자동차에는 증기기관(Steam Engine)을 시작으로 전기 모터, 가솔린 엔진 등, 다양한 형태의 동력원이 사용되었다. 이 당시 자동차 시장은 이 3개 동력원의 각축전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내연기관이 급속도로 발달하게 되면서 증기 자동차는 퇴출의 길을 걷고, 전기자동차 또한 근 1백년간 묻히게 되지만, 이 당시는 가솔린 엔진의 성능이 지금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었기에 이러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당시는 석유 사용량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정제기술도 부족했기에 여전히 석탄을 연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문턱에 있었던 이 시절 등장한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믹스테는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아직 오스트리아인이었던 시절, 그가 일했던 로너 자동차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포르쉐는 이미 1898년, 'P1'이라는 이명으로 알려진 C.2 페이톤(Phaeton)을 설계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전기차 설계능력을 증명한 바 있었다. 그리고 P1 전기자동차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포르쉐는 여기에 가솔린 엔진을 결합하여 모터에서 사용할 전기를 충전한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가 바로 로너 포르쉐였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된 이 혁신적인 자동차는 세간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물론 오늘날의 기준에서는 일반적인 병렬 스트롱 타입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기 보다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Range Extender)'에 가깝다. 이 방식은 내연기관은 축전지에 저장할 전력만 생산하고, 구동은 전기모터로만 하는 '직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다르게 이르는 말이다.
이 차량은 120년이 지난 오늘날의 시점에서는 참으로 놀라운 점들이 많다. 직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적용은 둘째치고, 각각의 바퀴에 모두 전기 모터가 내장된 인-휠 타입의 전기모터를 사용하여 4륜구동을 구현하고 있었다. 각각의 모터는 약 7~14마력의 최고출력을 낼 수 있었다. 따라서 네 바퀴로 구동하고 제동시에도 모터저항을 이용해 네 바퀴가 모두 제동할 수 있는 4륜 제동시스템까지 구현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설계가 돋보였다. 공차중량은 무려 1,500kg으로, 이 무게 중 410kg을 축전지가 차지했다. 속력도 빨라서 최고 60km/h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자신이 설계한 전기구동 자동차의 혁신성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이를 개조하여 경주차로 써먹기도 했다. 경주용으로 만들어진 로너-포르쉐 자동차는 3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 발휘, 90km/h에 가까운 고속력을 뽐냈다. 역사상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로너 포르쉐 자동차는 1905년까지 약 300대가 넘게 만들어져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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