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3. 15:21ㆍ■ 大韓民國/지방 자치
살아서는 진천..우한교민 포용한 진천답다, 2세기전 '예언'
강신욱 입력 2020.02.03. 12:10
[청주=뉴시스] 강신욱 기자 = 충북 진천군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귀국한 교민과 유학생 등 167명을 포용했다. 동시에 '생거진천(生居鎭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우한 교민들이 진천군 덕산면 충북혁신도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임시생활시설에 격리된다는 정부 발표에 진천군민은 반발했다.정부의 일방적 통보에 격한 반감을 드러냈던 진천군민들은 그러나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공포에 떨어야 했을 교민을 끌어 안았다.
우한 교민 173명이 격리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주변에는 진천군민들이 '산 좋고 물 좋은 생거진천에서 편히 계시다 가십시오', '우한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어가십시오'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어 불안해 하는 교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처럼 막판에 진천군민의 포용력을 보여주면서 '살아서는 진천'이라는 '생거진천'이 덩달아 시선을 끈다.
'생거진천'은 진천군이 1994년 10월26일 상표등록(300802호)해서 CI로 사용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특산물 공동 브랜드도 있다.
이 '생거진천'은 '사거용인(死居龍仁)'이란 말과 함께 곧잘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고 인용된다.
1932년 편찬된 '상산지(常山誌)'에 따르면 어느 여인이 용인과 진천으로 시집을 가서 낳은 두 아들이 서로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소송을 낸 것과 관련, 판관은 '생거진천 사거용인'의 뜻을 "진천은 샘물이 달고 토지가 비옥해 재황이 들지 않고, 용인은 산이 밝게 빛나고 물이 아름다워 사대부 가문의 이름 있는 무덤이 많아서다"라고 풀이했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란 말의 근거는 규장각 검서관과 음성현감 등을 지낸 성해응(1760~1839)의 문집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 잡기류의 '명오지(名塢志)'에 나온다. '진천의 들이 매우 평편하고 넓어 벼를 심기에 좋고 흉년이 들어도 농산물 수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진천은 비옥한 땅이 많고 용인은 아름다운 산이 많아 토박이들이 생거진천 사장용인이라 이른다'고 했다.
명오지에서는 요즘 널리 쓰이는 '사거용인'이 아닌 '사장용인'이라고 한 것이 눈길을 끈다. 모두 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는 뜻이다.
2013년 '생거진천 사거(장)용인'의 출처를 '연경재전집'에서 찾은 강남대 홍순석 교수는 논문에서 "생거진천 사거용인의 성어(成語)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부친을 모시고자 했던 자식의 효 행심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생거진천은 양택지, 사거용인은 음택지의 대명사로 각인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w6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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