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8. 15:27ㆍ■ 국제/미국
미국판 킬링필드 '털사 학살', 100년만에 실체 드러나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입력 2019.12.18. 09:42
오클라호마대학 고고학 연구팀의 스콧 해머스테트 선임연구원은 "이른바 '털사 인종학살' 무덤이 이 도시의 한 공원묘지 인근에서 발견됐다"면서 "얼마나 많은 시신이 묻혔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털사 인종학살'은 1921년 5월 딕 로랜드라는 이름의 19세 흑인 청소년이 백인 여성을 엘리베이터에서 성폭행하려 했다고 해서 촉발됐다.
로랜드는 당시 백인 여성 성폭행 혐의를 억울하게 뒤집어썼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이 사건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켜 폭동으로 번졌다.
흑인 남성 수십명이 로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에 모이자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인 큐 클럭스 클랜(KKK) 소속 백인 회원 수백 명이 몰려가 폭력으로 맞불을 놓았다.
급기야 KKK는 '블랙 월스트리트'라고 불리는 부유한 흑인들의 집단 거주지인 그린우드구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는가 하면 개인 경비행기까지 동원해 시가지를 폭격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당시 오클라호마주 정부가 공식 집계한 사망자는 36명이지만, 미국 적십자사는 사상자 추산을 포기했다. 적십자사는 다만 거린우드의 주택 1256채가 불에 탔다고만 밝혔었다.
이후 2001년 털사 인종학살 연구를 위한 오클라호마 위원회는 재조사 결과 1921년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15시간 동안 발생한 사망자가 100명에서 300명까지로 추산했다.
그로부터 다시 18년 만인 이날 '털사 인종학살' 사건 희생자 무덤이 발견된 것.
현장 연구에 참여한 플로리다대학 범죄감식학자 피비 스터블필드는 "최대 100구의 시신이 묻혀있을 수 있지만, 유해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G.T. 바이넘 털사 시장은 "그동안 인종학살 사건은 우리 커뮤니티의 수치였다"면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이번 연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무덤을 발굴하는 작업에 향후 몇 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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