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3. 21:59ㆍ■ 국제/미국
[포토뒷담화] "OOO 참수하라!" 섬뜩한 정치집회
이한호 입력 2019.12.13. 20:02
‘참수(斬首ㆍ목을 베다)’라는 표현을 일반인들이 평생 몇 번이나 쓸까. 과거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나 쓰던 잔인한 살해 방식이 13일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진보와 보수 단체의 집회에서 소환, 거론됐다.
먼저, 진보 단체인 국민주권연대와 청년당이 미국 대사관 부근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규탄하는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를 열었다. 최근 북한은 ‘종북 좌파’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해리스 대사를 일제강점기 총독에 빗대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주최측은 지난 9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경연대회 포스터까지 제작해 올렸는데, 포스터에서 ‘내정간섭 총독 행세’라는 죄목을 인용해 논란을 키웠다. 그와 더불어 ‘문재인 종북 좌파 발언’ ‘주한미군 지원금 5배 인상 강요’ 등의 죄목도 추가됐다.
다행스럽게도 이날의 ‘대회’에서 실제 참수는 벌어지지 않았다. 주최측은 그 대신 해리스 대사의 사진을 찢어 ‘요리’하고 ‘묵사발’을 만드는 등 대안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찰이 참수형ㆍ화형 등을 묘사하거나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집회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칼로 목을 베는 퍼포먼스를 감행할 경우 외교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경찰은 대회 내내 꼼꼼히 지켜봤다. 축구공에 해리스 대사의 사진을 붙인 다음 공을 발로 차는 것조차 지나치게 모욕적이라는 경찰의 지적에 주최 측은 사진을 떼야 했다.
이날 참수 위협에 시달린 것은 해리스 대사만이 아니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들이 인근 광화문 광장에서 ‘김정은 참수 경연대회’를 개최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험한 꼴을 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분장한 주최측 관계자가 뿅망치를 휘둘러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제압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경찰은 두 주최측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계근무를 강화해야 했다.
결국 참수 경연대회는 뿅망치와 묵사발이 등장하는 퍼포먼스로 바뀌었지만 주한미국대사부터 남북 정상까지 ‘참수’의 대상으로 조롱하는 장면은 광장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진영간의 갈등은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mailto: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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