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 폭발' 호주..기온 12˚C 상승하고 코알라 떼죽음 당해

2019. 12. 6. 14:30■ 자연 환경/재해 재난

'들불 폭발' 호주..기온 12˚C 상승하고 코알라 떼죽음 당해

김예진 입력 2019.12.06. 14:18

EPA=연합뉴스
호주 들불이 두달을 넘겼다. 불길이 잡히기는 커녕 더 확산하고 있다. 시드니 남서부 쪽에서 5일 밤(현지시간) 들불이 갑작스레 ‘폭발’해 진화 작업 중이던 소방대까지 도망쳐 빠져나와야 했다. 현지 언론은 “위기의 정점”이라고 보도했다.

◆“믿을 수 없는 장면”

시드니모닝헤럴드는 6일 “어젯 밤 위기의 정점 순간, 뉴사우스웨일스 주변 7곳이 ‘긴급 경고’ 지역으로 분류됐다”며 “주 전체를 장악한 위기가 다시 팽팽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오늘(6일) 아침 ‘긴급 경고’로 마지막까지 남은 화재지점이 ‘주시’ 수준 지역으로 위험등급이 한단계 내려오긴 했지만, 지역민들은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벌어진 들불 ‘폭발’(exposion)을 두고 현지 매체들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이 화재는 그린와틀그릭 지역에서 나타났다. 소방대가 상대하고 있던 불이 “갑작스레 하늘로 높이 뻗어있는 나무들을 단 몇초만에 갑자기 집어삼키며 들불이 폭발”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 사진기자 닉 모어가 촬영한 사진에는 시뻘건 화염을 비춘 땅바닥이 불그스름하고, 불똥이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다. 소방관들조차 팔을 들어 머리를 보호하면서 화염 반대지점으로 급히 뛰고 있는 모습이다. 이 매체는 “소방관들이 퇴각하기 직전까지 소방차 한대가 홀로 남아 이 장면을 잡았다”고 했다. 이 현장에서 소방관 세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관들이 촬영한 영상에서도 불길이 카메라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하늘 높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불똥이 사방으로 우박처럼 떨어지며 소방관들이 잡고 있는 카메라는 정신없이 흔들린다. “불이 얼마나 급속도로 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소방대는 이 매체에 말했다.

호주에서는 소방관 약 3000명이 127개 화재 지점에서 분투를 벌이고 있지만 “매우 고온이며 매우 건조하고 매우 바람이 강한 조건에 놓여있다”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소방국의 대변인이 말했다. 그는 이어 “매우 강력한 바람으로 인해 불길이 더 강해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보여져 앞으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2˚C 치솟고 공기질 최악

청정 날씨를 자랑하던 호주였지만 기록적 화재로 공기질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날 학교 31곳이 휴고했고 주말 해변가도 폐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PA=연합뉴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부는 강풍은 시속 80㎞수준이며 퀸즐랜드주 일부 지역에선 앞으로 이틀동안 기온이 40˚C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평균치보다 12˚C가량 높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매체들도 공기질이 “재난 수준”이라고 전하고 있다.

호주의 자랑인 코알라들도 나무에 매달려 산 채로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화재 이전부터 멸종위기 우려가 나왔던 코알라들은 이번 화재로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호주 들불은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지역은 10월 초, 뉴사우스웨일스주 중부지역은 10월 중후반, 시드니 인근 지역도 10월 중후반, 브리즈번과 투움바 지역은 11월 초에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8월부터 시작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