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8. 21:57ㆍ■ 자연 환경/재해 재난
벌거숭이 가리왕산, 평창 후 버려진 지금.."산사태 위험"
최재영 기자 입력 2019.11.18. 20:57 수정 2019.11.18. 21:52
<앵커>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가 열렸던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입니다. 처음 지을 때부터 환경 파괴 논란이 있었던 곳이라 올림픽이 끝나면 자연을 복원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 이후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아무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복원할지 결정하지 못해서인데, 그런 사이에 가리왕산은 제 모습을 더 잃어가고 있습니다.
최재영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제가 있는 곳은 경기장 피니시 라인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부터 저 위로 약 3km 정도가 경기장이었던 슬로프가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슬로프가 어떻게 많이 변했는지 제가 직접 걸어 올라가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가파른 결승선 슬로프를 넘어서니 여기저기 파놓은 물길이 눈에 띄었습니다.
성인 허벅지 높이만큼 깊었는데 지난해 호우 피해가 난 뒤 약 10억 원을 들여 임시로 만들었습니다.
해발 700m쯤 올라가자 시야가 넓게 트이는 구간이 나왔는데 축구장 66개 달하는 숲이 사라진 속살 일부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대부분 황무지였습니다.
그나마 자란 풀은 쑥 같은 생명력이 강한 것뿐이었습니다.
슬로프 주변에는 뿌리가 훤히 드러난 나무도 많았습니다.
[바닥 쪽에는 흙이 다 파여서 나무뿌리가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제 팔이 닿지 않을 정도로 많이 파여 있네요.]
해발 1천 m가 넘어가면서 경사는 더 가팔라졌고, 산림 유전자원 보호 구역인데도 자갈과 돌은 더 심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이기호/산림기술사 : 표토가 계속 유실되면서 자갈들이 드러나는 거죠. (그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갈밖에 안 남는 거네요?) 그렇죠. 나무가 자라는 생육 조건이 나빠지는 거죠.]
정상 근처에는 산사태 방지 시설들이 있었는데 일부는 이미 삭고 닳았습니다.
슬로프 주변에는 굴러 떨어진 바위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기도 했습니다.
산림청은 지금 상태라면 호우주의보 정도의 비가 올 경우 산사태가 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기호/산림기술사 : 자연계곡입니다. 이곳이. 그런데 이런 곳에 집중호우가 내리게 되면 자연의 특성상 물길을 찾아서 빠른 속도로 하단으로 (물이) 내려가게 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겁니다.]
가리왕산 복원 비용은 700~8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복원 방법을 결정하지 못하는 동안 가리왕산은 더 황폐해지고 복원 비용도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일(19일) 가리왕산 스키장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민관합동위원회 회의가 열립니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 회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 2년 동안 방치됐던 가리왕산 스키장은 지금 모습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이 빨리 나서 가리왕산이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하성원, VJ : 정영삼)
최재영 기자stillyo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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