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남편 지위 때문에 돕는게 맞냐" 조범동 "맞다"

2019. 11. 26. 08:09■ 법률 사회/법률 재판 민사 형사

[단독] 정경심 "남편 지위 때문에 돕는게 맞냐" 조범동 "맞다"

정진호 입력 2019.11.26. 05:01 수정 2019.11.26. 06:54

검찰, 정 교수 PC서 녹음파일 확보
정, 미공개정보로 차명투자 혐의
조국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에 무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을 타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조범동(36)씨에게 남편의 지위를 언급하며 대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녹음 파일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총괄대표이자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다.


"남편 지위 때문에 도움주냐" 먼저 물어
2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남편의 지위 때문에 도움을 주는 게 맞냐”고 묻는 대화 내용이 녹음된 육성 파일을 확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씨는 정 교수와의 대화에서 조 전 장관을 고려해 투자를 도왔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당시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때다.

앞서 정 교수는 조씨로부터 2차전지 업체 WFM의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받고 이를 통해 이익을 본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 교수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억 6400만원의 불법 이익을 봤다고 판단해 법원에 부동산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정 교수의 성북구 상가 건물은 당분간 처분이 불가능해졌다.


"공직자윤리법·뇌물 적용 뒷받침 증거"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차명 투자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조 전 장관에게 공직자윤리법 위반뿐 아니라 뇌물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 녹음된 대화 내용처럼 정 교수가 조 전 장관 지위를 앞세워 조씨의 정보 등을 토대로 이익을 얻었다면 대가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정 교수가 주가 상승이 예정된 주식을 장외에서 매입해 이득 봤다는 점에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 전 장관 대가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조씨가 조 전 장관의 지위를 고려해 정 교수에게 이익을 주려고 한 점은 뇌물 혐의 입증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증거다"고 말했다.


조국, 부인의 차명투자 알았나에 수사 초점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미공개정보 이용 차명 투자에 대해 알았는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 검증 과정에서부터 “사모펀드 투자에 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고 두 차례 조사에서는 모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진술이 아닌 정 교수와 조씨의 통화 녹음 내용 등 객관적 물증으로 조 전 장관의 관여 정황을 밝힐 계획이다. 특히 정 교수가 조씨에게 먼저 남편의 지위를 언급한 녹음 내용은 조 전 장관의 인지 사실을 밝힐 결정적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조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을 보고 정 교수에게 주식 정보 등을 제공했고 정 교수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는 의미라서 조 전 장관에게 이를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2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정 교수는 11일 14개 혐의가 추가돼 구속 상태로 2차 기소됐다.


정경심 기록 습관…조국 언급 녹음파일 여럿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 등과의 대화에서 조 전 장관을 언급한 녹음 파일을 여러 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습관적으로 중요 대화 기록을 메모나 녹음으로 남겨 보관해왔다고 한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 지위를 언급하는 녹음파일은 정 교수의 PC에서 발견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절차상 조 전 장관 본인의 증거에 대해선 특별한 범위 내에서 제시하고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며 “확보한 증거와 객관적 물품 등을 통해 차질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에 대해서도 아들(23)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해 추가 소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아들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고 판단했지만 정 교수를 두 차례 기소하면서는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