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경 시인의 '애틋함을 전하는 너처럼'-제3집

2024. 6. 26. 16:41■ 문화 예술/글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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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매일] <시가 흐르는 아침> 애틋함을 전하는 너처럼

지구 외진 곳에서 애벌레 한 마리 제 몸에 날개를 그리고 있다   무음을 물고 나비를 향한 꿈 하나가 탯줄을 끊는다   짧고 강렬한 순간 몸에는 피가 도는지 날개돋이를 한다   꽃잎을 끌어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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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애틋함을 전하는 너처럼

이현경 시인
기사입력 2024-06-26 [16:30]

지구 외진 곳에서

애벌레 한 마리 제 몸에 날개를 그리고 있다

 

무음을 물고

나비를 향한 꿈 하나가 탯줄을 끊는다

 

짧고 강렬한 순간

몸에는 피가 도는지 날개돋이를 한다

 

꽃잎을 끌어안고 

활짝 펼쳐진 긴 기다림의 날개

 

사월의 설렘을 이고

허공에 푸르른 선 하나 그으며 날아오른다

 

행선지가 궁금한 나비의 여향餘香을 생각하며

 

저 눈부신 빛살을 타고

나도 뜻밖의 모련을 찾아, 풍덩 빠지고 싶다

 

▲ 이현경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지구 외진 곳에서 애벌레 한 마리가 `우화`를 하고 있다.

땅을 기어다니는 벌레가 하늘을 얻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저 징그러운 벌레의 몸속에 그토록 아름다운 날개가 숨어 있었다니.

탈바꿈은 천지가 개벽하는 것만큼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나비는 혼자의 힘으로 벌레에 갇힌 `시간의 탯줄`을 끊고 있다.

제 허물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하면 앞으로 벌어질 미래는 없다.

짧고 강렬한 순간이 지나면 그는 `나비`라는 근사한 이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파리 뒤에 숨어 풋내나는 이파리를 갉아먹던 애벌레는 이제 달콤하고 향긋한 꿀을 삼킬 수 있다. 

하지만 환경과 기후의 변화로 벌 나비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비행 속도는 느리고 날개는 커서 눈에 띄기 쉽고, 가벼운 몸 때문에 반격 수단도 빈약한 최약체 곤충 중 하나로, 먹이사슬의 아래 동물이라고 한다.

사마귀나 새, 개구리 등 천적은 사방에 있다.

먹이사슬에서 최약체인 나비는 반격할 가시도 뿔도 없다.

환경보전의 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벌 나비는 환경지표이다.

아름다운 날개를 탐내는 표본 수집가들은 나비를 잡아 가슴에 표본침을 꽂고 표본상자에 넣어 소장한다.

생각하면 한없이 애틋해진다.

 

이현경

서울 출생 

계간 『시현실』 등단

시집

1. 『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2. 『맑게 피어난 사색』

3. 『나무의 시계』

제25회 전국우암공모전 수상

제79회 한국인터넷문학상 수상

제5회  전국여성문학공모전 수상

제26회 대덕문화원 시 공모전 수상

제20회 탐미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

2021년 안양문화예술재단 공모 시 당선

2023년 주간 한국문학신문 공모전 대상

2019년 2023년 서울시 지하철 공모전 당선

2024년 서울시민문학상 시부문 수상

 

E-mail _ hkl3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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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나비

https://cafe.daum.net/mundypark1/F8HK/168

 20211104 TUE 가을 나비(정관행정복지센터) : https://borisu303.tistory.com/12127

■ 모나크 나비(Monarch butterfly)

모나크 나비(Monarch butterfly) : https://borisu303.tistory.com/9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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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이현경 시집 [
저자 이현경출판예맥  |  2018.7.7.페이지수91 | 사이즈    120*206mm판매가서적 9,000원   

책소개

이현경 시집 [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별에서 그대의 화음이 들리네》, 《촛농이 첫날밤을 읽고 있다》, 《눈을 감고 깊어지는 날》, 《내 안을 적시는 서정》, 《쪼개진 달걀》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이현경 시인

서울 출생으로 서울시 시민공모전 당선됐다. 시집에 『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맑게 피어난 사색』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 시인의 말 |

제1부
봄은 덧셈의 계절
도시의 꿀벌
도화역
푸른 초대장
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길 잃은 봉선화
여자의 여정
출력할 수 없는 사람
별에서 그대의 화음이 들리네
닮은 얼굴
모성애
가을 손수레
바람꽃 할머니
계절 끝에서
소멸하는 잎잎들
두 개의 뚜렷한 경계

제2부
경칩의 수신처
초록섬
수식할 수 없는 기다림
장미가 온다
영원한 불씨
두고 간 이별
타월 속의 이야기들
촛농이 첫날밤을 읽고 있다
따뜻한 색채를 덮어준 사람
지하철에서 사라진 처녀
천년의 미소
바위를 삼킨 넝쿨
바람의 이해
마지막 시선
밤의 층계
팩스 용지

제3부
봄을 번식 시킨다
밑동의 온도
그늘의 산란
노란 갈증
아카시아 꽃트림
현실의 경로
눈물과 화해하고 싶다
안개에 젖은 태양
헤아릴 수 없는 사람
눈을 감고 깊어지는 날
잠그지 못한 그리움
한 계절의 이별
시월의 감정
가까이 할 수 없는 것들
하얀 영토
횡단보도에서

갓 피어난 사색들
따뜻한 여운
초여름 숲길에서
바람의 갈래
내 안을 적시는 서정
젖고 싶다
구름에 들어간 월광
술래놀이
물의 통증
소리의 잉태
잎의 뒷면
오색의 서정
수생식물
쪼개진 달걀
갈대의 리듬
비좁은 동거
진원지

격려의 글 - 이종호(시인)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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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피어난 사색 이현경 시집 []
저자 이현경 출판 시산맥사  |  2019.9.19.페이지수106 | 사이즈    120*207mm판매가서적 8,100원   

책소개

이현경 시집 [맑게 피어난 사색].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시들을 감상할 수 있다. 《나무의 몸을 열고 꺼낸 휴식》, 《그늘 조각이 떨어진다》, 《화분의 삶을 쏟았다》, 《붉은 태양을 지우는 것들》, 《속삭임이 날아갔네》등 다양한 작품을 수록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이현경 시인

서울 출생으로 서울시 시민공모전 당선됐다. 시집에 『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맑게 피어난 사색』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1부
숲의 윤회 19
공중의 인연 20
건널목의 파라솔 22
수분크림 23
나무의 몸을 열고 꺼낸 휴식 24
교감의 강 26
맑게 피어난 사색들 27
트라우마 28
바다Ⅰ 30
지워진 바다Ⅱ 31
기억이 풍화되고 있다 32
허공을 적시는 분홍 34
불꽃의 테두리 35
따뜻한 메모 36
동그라미 38
자전거의 수식어 39
그늘 조각이 떨어진다 40

2부
행운의 서식지 45
봄의 첫 장 46
해빙된 낱말이 모이고 47
인내하던 단어 하나 48
삶이 혼자 서 있어 50
깨져버린 미래 51
횡단보도 교통사고 52
애별의 눈동자 54
모태 그리움 55
구름의 좌표 56
공기청정기 58
화분의 삶을 쏟았다 59
녹색 모자이크 60
바람의 길에서 62
창밖의 체온Ⅰ 64
창안의 체온Ⅱ 65

3부
그런 사람이 좋다 69
그 이름이 아름답다 70
빨간 도리질 71
달콤한 착지 72
표정이 없다 73
비의 이력들 74
솎아낸다 76
넝쿨의 손톱이 되어 78
붉은 태양을 지우는 것들 79
올림픽대로 80
그대에게, 나는 82
천년의 설렘으로 83
산은 블랙홀 84
노란 나비라고 불러줄게 85
먹구름의 마침표 86
청 빛 하늘 87
서리꽃 88

맑게 피어난 사색들

진분홍 조소들 93
앳된 표정 94
빨강 매혹 95
안개의 구간 96
푸른 속살 97
속삭임이 날아갔네 98
차곡차곡 아프네 99
꽃잎 열리는 소리 100
비꽃 101
매듭 없이 내린다 102
고운 이름이 있어요 103
생일선물 104
빙점이 번식해요 105
고립에서 흐르는 맛 106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구름이 숨겨놓은 별의 이야기와
투박한 돌 속에서 들리는 속삭임으로
섬세한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늘 아껴주신 분들께
제 따뜻한 온도를 드립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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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계 이현경 시집 []
저자 이현경 출판 시산맥사  |  2024.6.27.페이지수160 | 사이즈    131*210mm판매가서적 10,800원   

저자

이현경 시인

서울 출생으로 서울시 시민공모전 당선됐다. 시집에 『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맑게 피어난 사색』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1부
수직이 솟는다 19
상상이 일렁인다 20
애틋함을 전하는 너처럼 21
하얀 꽃을 건네주네 22
작은 배 하나 23
도시의 난민 24
빛을 던져주세요 26
겨울 통증에서 핀, 27
모국어 물소리 28
수줍은 꽃이고 싶습니다 30
그대 떠난 뒤, 31
삽의 얼굴 32
녹슨 호미 33
따뜻한 입구 34
다정한 기별이 오듯 35
섬에 두고 온 낱말 36
저, 빈 허공에 음악을 그린다 38
한 폭의 시선 39
차가운 속도 40
지우지 못한 울림 41
나무의 시계 42
그대, 파릇하게 생각난다 44
그대에게 푹 빠져 45
은하에 계신 이름 46

2부
봄날 꽃구경 가네 51
꽃불 52
계절이 체크인한다 53
너는, 꽃의 보석 54
누가 이곳에 파도를 방목했나 56
찾을 수 없는 시간 57
사색의 언어가 촉촉하다 58
도토리묵 59
빙점의 페이지 60
잃어버린 짝 하나 61
소리는 귀와 동거한다 62
거울 속 여자가 깨졌다 63
알림, 폐업합니다 64
속도가 덜컥거린다 65
등의 기억들 66
하얀 이별 68
상실 69
숲에서 온 마른 실핏줄 70
그대의 우산이 되어 71
친절한 향기 72
꽃을 든 남자 74
그림에서 뛰쳐나온 노을 75
일기에 그려진 얼굴 76

3부
풍경이 깨졌다 81
환하게 울부짖네 82
수양벚나무 한 그루 83
바다의 퍼즐 84
폴리스라인을 친다 86
보랏빛 진실 87
귀한 계절의 해체 88
바람의 길에서 89
혀의 돌출 90
곁에 두고 싶은 맛 91
벽과 시계 92
일제히 일렁인다 93
페르소나 94
뒤척이던 낱말 하나 96
살가운 손 97
미몽 98
불면을 건너야 합니다 100
슬픔의 면적은 크지만 101
이름값을 한다 102
입맛 당기는 소리 103
속을 열어보면 104
번쩍 순간을 긋고 105
2019년산, 무창포 바람 106
물속, 잠긴 그리움 107

숲을 열고 나온 나무
분수의 속도 111
환한 동행 112
한때, 한 시절이네 113
기억의 문을 닫고 114
풍경을 끌어당기네 116
갈등 117
비문증 118
덤 119
5초의 향기 120
백자의 눈물을 치우며 122
빈 깡통이 적막하다 123
우울은 출출하고 124
고독한 거처 125
아픈 서사 1...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20231122 WED 16:29 울산 슬도 항로표지관리소(서쪽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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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애틋함을 전하는 너처럼

이현경 시인 2024-06-26 [16:30]

https://m.kyilbo.com/335216

 

지구 외진 곳에서

애벌레 한 마리 제 몸에 날개를 그리고 있다

 

무음을 물고

나비를 향한 꿈 하나가 탯줄을 끊는다

 

짧고 강렬한 순간

몸에는 피가 도는지 날개돋이를 한다

 

꽃잎을 끌어안고

활짝 펼쳐진 긴 기다림의 날개

 

사월의 설렘을 이고

허공에 푸르른 선 하나 그으며 날아오른다

 

행선지가 궁금한 나비의 여향(餘香)을 생각하며

 

저 눈부신 빛살을 타고

나도 뜻밖의 모련을 찾아, 풍덩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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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시인 <시작노트>

지구 외진 곳에서 애벌레 한 마리가 `우화`를 하고 있다.

땅을 기어다니는 벌레가 하늘을 얻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저 징그러운 벌레의 몸속에 그토록 아름다운 날개가 숨어 있었다니.

탈바꿈은 천지가 개벽하는 것만큼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나비는 혼자의 힘으로 벌레에 갇힌 `시간의 탯줄`을 끊고 있다.

제 허물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하면 앞으로 벌어질 미래는 없다.

짧고 강렬한 순간이 지나면 그는 `나비`라는 근사한 이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파리 뒤에 숨어 풋내나는 이파리를 갉아먹던 애벌레는 이제 달콤하고 향긋한 꿀을 삼킬 수 있다.

 

하지만 환경과 기후의 변화로 벌 나비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비행 속도는 느리고 날개는 커서 눈에 띄기 쉽고, 가벼운 몸 때문에 반격 수단도 빈약한 최약체 곤충 중 하나로, 먹이사슬의 아래 동물이라고 한다.

사마귀나 새, 개구리 등 천적은 사방에 있다.

먹이사슬에서 최약체인 나비는 반격할 가시도 뿔도 없다.

환경보전의 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벌 나비는 환경지표이다.

아름다운 날개를 탐내는 표본 수집가들은 나비를 잡아 가슴에 표본침을 꽂고 표본상자에 넣어 소장한다.

생각하면 한없이 애틋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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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혀의 돌출

이현경 시인 2024-03-28 [17:33]

https://m.kyilbo.com/330759

 

바람 불어 추운 날

뜨끈한 국물 생각에

친구와 칼국숫집으로 들어갔네

그릇에 바지락이 반을 차지하고 있네

먼저 툭 터진 조개의 살점을 골라 먹는데

입을 꾹 다문 조개 몇 개

끝내 내 손에서 열렸네

삶의 비정 앞에서, 비밀을 숨긴 혀의 돌출

술술 불어 풀어지네

내게 강 같은 평화는 깨지고

뒤늦은 후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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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시인 <시작노트>

몹시 추운 날, 출출한 김에 친구와 칼굿수집으로 들어가서 바지락 칼국수를 시켰다.

꾹 담은 조개 몇 개를 억지로 열면서 며칠 전 한 친구가 혼자만 알고 있으라고 말한 것을 참지 못하고 그만 함께 있는 친구에게 술술 불어버렸다.

후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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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매운 겨울이 지나고

이현경 시인 2022-12-28 [17:35]

https://m.kyilbo.com/307039

 

미래를 어둡게 하던 가을 어느 날

홧김에 흙을 갈아엎어버렸다

 

매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오자

버려진 땅에서

굴러가지 못한 것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혹여, 이름 없이 사라질까 봐

막막한 시간 속에서

기척의 손을 잡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연 없는 사연이 어디 있을까

 

양파 싹이 뒤엉켜 솟고 있는 곳에

땅을 메우는 석양이 다른 슬픔으로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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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시인 <시작노트>

어느 가을날,

출하를 앞두고 있는 양파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가 되었다.

이유는 가격 폭락이었다.

농민들을 생각하며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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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봄날 꽃구경 가네

이현경 시인 2022-04-20 [17:14]

https://m.kyilbo.com/293148

 

눈부신 봄날

할머니 여럿이 꽃구경 가네

 

입술에 빨간 루주 덧바르고

관광버스에서 꽃처럼 내리네

 

벚나무 그늘에 앉아

분분히 날리는 꽃잎을 보며 꽃 피듯 웃는 할머니들

 

세월 벗어놓고 찰랑이는 시간

 

쏟아지는 벚꽃을 보며

가슴에 분홍 꽃 피던 영화 같은 날들이 그리워

수줍은 꽃잎 살짝 잡아당기네

 

눈물 나도록 환한 벚꽃 십 리 길이네

-----

이현경 시인 <시작노트>

환한 봄날 할머니 여럿이 벚꽃 구경을 하러 관광버스에서 내렸다.

벚꽃 십 리 길을 눈으로 갔다 와서 벚나무 그늘에 앉아 꽃 피듯 웃는 할머니들,

참 좋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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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바람의 길에서

이현경 시인 2021-10-11 [18:36]

https://m.kyilbo.com/282710

 

붉은 잠자리 하나

구름 밑에 물가를 선회하네

 

바람을 읽고 풀잎을 읽고

수초에 내려앉아 수초에 입술을 찍고 있네

 

수변의 풍경에 제 전율을 문지르고 싶었을까

 

위아래로 몸서리치는 꽁지의 떨림이

가을을 건드리네

 

눈망울에 잡힌 두 날개를 따라가면

끊어진 안부에 도착할까

 

설렘을 놓쳐버린 바람의 길에서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간 사람처럼

 

풀잎 끝에서 무심하게 날아가네

 

지우지 못한 이별을 휘감고

훨훨 가네

-----

이현경 시인 <시작노트>

가을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천변 길을 따라 걷는데,

수초에 내려앉아있는 잠자리을 보며 어느 날 슬며시 끊어진 안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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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수식어

이현경 시인 2020-08-20 [16:01]

https://m.kyilbo.com/259464

 

짝 잃은 바퀴가 버려져 있다

 

한때는 너의 이름이

풍경을 달렸을 작은 원에는

아이의 수식어도 떠났다

 

공기를 가르며

수없이 굴러갔을 자국이 지워지고

이제 너에게는 속도가 없다

 

바퀴의 동그란 선을

가슴에 가만히 올려놓으면

나의 각진 삶도 둥글게 돌아갈까

 

가을을 밟으며 굴러갔을

너의 귀환을 생각하는 오후

바퀴의 살 틈으로 고엽 하나 떨어져

짝 없는 외로움을 더한다

 

너를 보면 떠나고 싶어

 

그때, 그 바람 속으로

명랑한 속도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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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시인

산책길 외진 곳에 자전거 바퀴가 버려져 있다.

문득, 바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바람 속을 가르며 어디든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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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의 인연

이현경 시인 2020-06-16 [15:58]

https://m.kyilbo.com/255766

 

물의 풍경을 걷는다

 

나무의 그림자가

가득한 벤치에 앉아

 

문득, 하늘을 보고 있는데

 

바람에 일렁이던 잎새에

가지의 허락도 없이

벌레가 뚫어 놓은 구멍들

 

작은 틈으로

푸른 하늘의 빛들이 눈으로 모여든다

 

날을 수 없어 허공을 미워했지만

뜻밖에 만난 저 공중의 인연

 

해의 얼굴을 가리면

다 그늘이지만

 

벌레 먹은 구멍을 통과한 빛이

땅으로 내려와 작은 양지를 만든다

 

음지에 있던 풀잎 하나가

축복의 햇살에 파릇하다

 

너와 나의 어두운 그늘 속에도

 

가느다란 희원의 빛이

스몄으면 좋겠다

 

벌레의 아픔을 참고 견뎌낸

어린잎처럼,

-----

이현경 시인

호수를 걷다가 잠시 그늘에 앉아있는데 부는 바람에 일렁이는 잎들, 그 속에 벌레 먹은 잎새에 가느다란 푸른빛들이 눈으로 모여든다.

너와 나의 그늘 속에도 희원의 빛이 스몄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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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의 손톱이 되어

이현경 시인 2020-02-27 [17:21]

https://m.kyilbo.com/249744

 

밑그림도 없이

빈칸을 촘촘히 채우며

제 삶을 담장에 엮고 있다

 

입 다문 수직벽은 넝쿨의 가든

 

어린 손톱을 세우고

밤이 되면 벽에 앉은 달빛을 밟고

공중의 길을 오른다

 

중력을 거부하고

어린아이가 쏟은 물감처럼

은하 쪽으로 번지고 있다

 

모진 바람에도

벽을 꼭 움켜쥐고 있는 담쟁이를 보며

사유하는 시간

 

그 사람 살 냄새가 너무 깊어서

망설이던 손이 넝쿨이 되어

벽처럼 서 있는 그 사람 전부를 휘감고

 

담이 쓰러질 때까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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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시인

세찬 바람에도 벽을 꼭 움켜쥐고 있는 담쟁이를 보며, 벽처럼 서 있는 그 사람을 쓰러질 때까지 함께한다.

넝쿨의 손톱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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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대장

이현경 시인 2019-09-17 [17:16]

https://m.kyilbo.com/241001

 

숲이 걸어온다

부드러운 호흡이 불어온다

 

작은 풀잎 하나도 함께 숨을 쉬는 안식

생을 파릇하게 세운 잎들이

소리 없이 하늘을 푸르게 덮는다

가득한 초록이 바람에 흩어지면

나의 생애도 잎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다가 멈추기 위해 네 품에 드는 오후

 

빗방울이 떨어진다

풀색으로 우는 빗소리에 귀를 세운다

초록 냄새가 분주하고 능선에 파랑물이 소리친다

우거진 입구에 발 디디면 출구가 사라지는 곳

잎이 지기 전 깊은 숲길에서 나를 잃고 싶다

초대해준 숲이 내 가슴으로 우거져

나무의 모서리를 오려 집으로 가지고 왔다

 

가지에 묻었던 빗소리가 내 기분을 건드리며

밤새 젖은 소리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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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시인

긴 여름날, 깊은 생각에 숲길을 걷는다.

생을 파릇하게 세운 잎들이 바람에 흩어지고 나도 흔들린다.

초록이 가득한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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