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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어른들, 현금 들고 찾아와"...20년만에 '여중생 성폭행' 사과
박지혜2024. 6. 25. 19:1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경남 밀양시가 20년 전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 관련 25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안병구 밀양시장과 시의회, 밀양 지역 80여 개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날 오후 밀양시청 2층 대강당에서 피해자와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안병구 밀양시장 등 지역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경남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안 시장은 “20년 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아직 그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많은 분의 공분과 슬픔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재차 사과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했음에도 어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지역 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 했다”며 “우리 모두의 불찰”이라고 했다.
안 시장은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도시 시스템 재점검, 범죄예방 등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안 시장은 사과문 낭독 후 취재진의 질의응답은 따로 받지 않았다.
취임 석 달도 안 된 안 시장이 훼손된 지역 이미지를 수습하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다소 추상적인 사과가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는 이날 YTN 뉴스퀘어 2PM에서 “(사건이 일어난) 2004년 당시는 지금이랑 성범죄에 대한 분위기가 달랐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오히려 2차 가해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시기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가해자들에 대해 다시 형사적으로 처벌이 가능한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법률적 검토를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만일 불가능하다면 왜 그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발표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또 “피해자에게는 어떤 회복이 되었는지, 성범죄가 일어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 가해자는 오히려 발 뻗고 자는데 피해자는 제대로 된 피해 회복도 받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이 부분에 대해서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발표했으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안병구 (왼쪽 일곱 번째) 밀양시장 등이 지역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경남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달 초부터 유튜버들이 가해자라며 여러 남성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사건은 다시 주목받았고, 사건 당시 일부 지역 주민이 가해자들을 감싸고 피해자를 향해 2차 가해성 발언을 한 인터뷰가 재조명되면서 밀양시청 홈페이지에 비난 글이 쏟아지는 등 민원이 폭주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지난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절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들은 “앞으로 유튜버의 피해자 동의, 보호 없는 이름 노출,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동은 삼가주셨으면 좋겠다”며 “무분별한 추측으로 피해자를 상처받게 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밀양시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는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다.
상담소는 “폰뱅킹, 인터넷 뱅킹의 어려움이 있는 어른들이 현금을 들고 찾아와 후원 문의를 하는 등 피해자를 돕고자 한 손길이 많았다”며 “상담소는 고민 끝에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상의했고 오직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해 피해자 생계비 지원금을 전달하려고 한다”며 이달 30일까지 후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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