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수골 구만폭포·얼음골 가마불협곡.. 무더위도 얼린다

2024. 3. 12. 06:23■ 등산/산행로 소개

통수골 구만폭포·얼음골 가마불협곡.. 무더위도 얼린다 (daum.net)

 

통수골 구만폭포·얼음골 가마불협곡.. 무더위도 얼린다

경남 밀양에는 높은 산과 시원한 계곡이 많아 여름 무더위 속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좋다. 특히 산내면 일대는 천황산 재약산 가지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산군 중 1000m 넘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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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수골 구만폭포·얼음골 가마불협곡.. 무더위도 얼린다

남호철입력 2022. 7. 13. 21:23

 
산 높고 물 좋은 '한여름 피서지' 경남 밀양
구만약물탕에서 계곡 바위를 건너 산으로 오르면 만나는 절벽에 뚫린 구만굴 내부에서 내다본 풍경. 사고 예방을 위해 접근이 금지돼 있다.


경남 밀양에는 높은 산과 시원한 계곡이 많아 여름 무더위 속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좋다. 특히 산내면 일대는 천황산 재약산 가지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산군 중 1000m 넘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오싹한 얼음골뿐 아니라 가지산(해발 1240m)을 주산으로 운문산 억산 구만산(九萬山) 등이 길게 이어지며 기암괴석과 소(沼) 및 폭포를 펼쳐놓는다.

산내면 봉의리에 있는 구만산은 해발 785m로 그리 높지 않지만 깊은 골을 지녔다. 산의 형세보다 산이 품은 계곡의 명성이 더 높다. 산내면사무소 소재지에서 구만폭포에 닿는 골짜기가 구만계곡이다. 양쪽에 수직 암벽이 솟아있는 좁은 협곡이 남북으로 8㎞ 이어지는데 깊은 통처럼 생겨 통수골로도 불린다. 계곡 입구는 좁으나 폭포를 지나면서 넓어지는 형태로 안팎이 단절된 다른 세상 같은 계곡이다. 임진왜란 때 이 일대로 9만명이 피신했을 정도로 골의 품이 깊다.

구만폭포 상단 바위에 올라선 등산객이 손을 흔들고 있다.


초입 구만암에서 계곡 물길을 따라 구만폭포로 가는 길(1.76㎞)과 오른쪽 산으로 붙어 구만산 정상으로 가는 길(4.5㎞)로 나뉜다. 오른쪽 산으로 올라 정상을 거쳐 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시계 반대 방향 코스가 인기다. 산행을 하지 않는다면 울창한 숲 아래 물줄기를 따라 폭포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도 좋다. 계곡을 좌우로 건너다니며 맑은 물을 바라보고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설악산 천불동에 비견되는 계곡길을 1시간 남짓 걸으면 구만폭포와 마주한다. 폭포를 삼킬 듯한 거벽과 아들바위 상여바위 병풍바위 등 천태만상의 기암절벽이 주변을 에워쌌다. 머리 위 절벽 틈에서 무협영화의 무술 고수나 신선이 나올 것 같다. 멀리서 보면 90여m의 3단 폭포이지만 바로 아래에서는 50m 규모의 마지막 세 번째 단만 눈에 들어온다.

 

폭포수가 만들어내는 15m짜리 소(沼)는 그리 깊지 않지만, 애절한 전설을 품고 있다. 옛날 대나무 통장수가 폭포 왼쪽 절벽 벼랑길을 지나다가 지게의 통이 암벽에 부딪히면서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죽은 통장수가 처자식을 생각하며 애절하게 운다. 그 소리가 퉁소를 닮아 퉁소폭포로도 불린다.

장마철인데도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수량이 적지만 폭포의 웅장함은 가시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면 폭포가 일으키는, 이슬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더위에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준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켜 놓은 듯 시원하다.

구만폭포 가는 중간에 길게 나무 계단이 놓여 있다. 10m 높이의 바위에서 구만약수가 흘러나오는 곳이다. 구만약물탕이라 불리는 약수는 위장병과 피부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물맞이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계곡 바위를 건너 산으로 오르면 절벽에 뚫린 구만굴이 있다. 동굴 주변에선 낙석에 주의해야 한다. 사람이 생활한 흔적이 남아 있는 굴 내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구만산에서 뻗어 내려온 능선의 숲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인생샷’을 건지려는 이들에게 인기인데, 지난해 6월 추락사고 이후 접근이 금지돼 있다.

밀양 얼음골 인근 암가마불협곡을 타고 비밀스럽게 흐르는 폭포.


산내면 남명리에는 한여름에 냉기를 더 뿜어내는 피서 명소 얼음골이 있다. 재약산 북쪽 중턱 해발 600∼750m 지점에 있는 얼음골 결빙지는 천연기념물이다. 바위틈에서 여름철 평균 기온이 1.2도 정도인 찬바람이 안개처럼 밀려 나온다.

얼음골 인근에는 거대한 절벽에서 흘러내린 물에 의해 두꺼운 암반이 깎여 나가 가마솥을 걸어 놓은 아궁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은 가마불협곡이 있다. 암·수 가마불협곡에서 수십m를 미끄러지듯 쏟아지는 시원한 폭포수를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선 단애의 비경이 장관이다.

 

바로 옆 얼음골 케이블카는 ‘영남 알프스’를 힘들이지 않고 둘러볼 수 있게 해준다. 하부승강장에서 높이 1020m 상부 승강장까지 1.8㎞를 약 10분 만에 올라갈 수 있다. 상부 승강장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은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승강장에서 데크길을 따라 10여분 가면 재약산과 운문산, 백운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하늘정원 녹산대’가 있다.

얼음골 케이블카 바로 옆 시례호박소도 빼놓을 수 없다.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백옥 같은 화강암에 커다란 소를 이뤘다. 모양이 절구호박(방아확의 경상도 방언)같이 생겼다. 호박소 계곡 입구에서 가지산 쇠점골 숲길을 1㎞ 정도 걸어가면 오천평반석이 나온다. 계곡 가운데 넓고 평평한 바위 면적이 5000평에 이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지산 쇠점골 계곡의 '화강암 융단' 오천평반석.

여행메모
홍조류 묵 ‘한천’ 중심지 양촌마을
양산 경계 ‘영남대로 관문’ 작원관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구만폭포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부산-대구) 밀양나들목에서 나와 24번 국도로 약 10㎞를 달려 산내면까지 진행한다. 면사무소 앞에서 구만폭포 방향으로 좌회전해 봉의로를 타고 1.5㎞가량 더 가면 된다.

구만산 입구 양촌은 우리나라 한천산업의 중심지이다. 한천은 우뭇가사리 등 홍조류를 고아 묵처럼 만든 것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이곳에서 한천을 생산했다고 한다.

산내면 소재지에는 유명한 맛집이 별로 없다. 구만산 입구 구만산장에서 촌닭 백숙이나 산채비빔밥과 냉면을 맛볼 수 있다.

얼음골 입장료는 어른 기준 1000원이며, 주차는 무료다. 호박소는 입장료·주차장 모두 무료다.

트윈터널은 남밀양나들목에서 9㎞, 삼랑진나들목에서 3㎞가량 떨어진 밀양강 변에 있다. 입장료는 어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이며, 오전 10시 30분부터 운영한다. 삼랑진과 양산 경계에 영남대로의 첫 관문인 작원관(鵲院關)이 있었다. 지금의 작원관지는 삼랑진읍에서 약 2㎞ 떨어진 낙동강변 경부선 철길 옆에 자리한다.

밀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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