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마시‘쥐’… 연봉 2억 받으며 박멸 나선 뉴욕 ‘쥐 차르’

2023. 9. 15. 07:26■ 국제/미국

꼼짝마시‘쥐’… 연봉 2억 받으며 박멸 나선 뉴욕 ‘쥐 차르’ (naver.com)

 

꼼짝마시‘쥐’… 연봉 2억 받으며 박멸 나선 뉴욕 ‘쥐 차르’

임명 5개월 코라디, 일단 합격점 세계 경제와 문화를 선도하는 도시 미국 뉴욕이 수세기가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쥐’다. 단순한 불결의 상징을 넘어 각종 감염병과 해충의 매개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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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마시‘쥐’… 연봉 2억 받으며 박멸 나선 뉴욕 ‘쥐 차르’

입력2023.09.15. 오전 3:02 
 
수정2023.09.15. 오전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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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5개월 코라디, 일단 합격점세계 경제와 문화를 선도하는 도시 미국 뉴욕이 수세기가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쥐’다. 단순한 불결의 상징을 넘어 각종 감염병과 해충의 매개체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한다. 1865년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현재 속도로 쥐가 늘어날 경우 ‘피리 부는 사나이’를 데려와서 박멸해야 한다”고 개탄했을 정도다. 맨해튼 마천루 사이를 걷던 뉴요커와 관광객들이 보도블록 깔린 인도를 어슬렁거리는 쥐와 마주치고 비명을 지르는 장면은 익숙한 일상이다. 이 쥐는 하수구나 시궁창, 지하철역 등에 퍼져 사는 시궁쥐(rat)다. 상대적으로 작고 집 한 곳에서만 주로 사는 생쥐(mouse)와는 구별된다. 디즈니 만화 캐릭터 미키와 미니가 생쥐고, ‘라따뚜이’의 주인공 요리사 쥐가 시궁쥐다.

교육 공무원 출신으로 뉴욕의 쥐 박멸 작전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캐슬린 코라디 뉴욕시 설치류 경감국장(랫 차르)이 뉴욕시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주헌 특파원
‘쥐 박멸’을 핵심 시정 과제로 설정한 경찰 출신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해 연봉 15만5000달러(약 2억원)를 걸고 쥐 박멸을 전담할 고위 공무원직(설치류 완화국장)을 신설해 공개 임용했다. 그 결과 900대1 경쟁률을 뚫고 뉴욕시 교육 공무원 출신 캐슬린 코라디(34)가 선발됐다. ‘청부 살서(殺鼠) 업자’로 고용된 셈이다.

지난 4월 뉴욕 역사상 최초의 ‘랫 차르(Rat Czar)’에 취임한 그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됐다. ‘차르’는 제정러시아 황제라는 의미 외에 특정 분야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은 공직자를 뜻한다.

미국 뉴욕시의 사상 첫 '쥐 차르(Rat Czar)'를 뽑은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뒷줄 선그라스 쓴 남성)은 "이 자리는 거의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직"이라며 "코라디는 쥐 문제에 관한한 마에스트로"라고 말했다. /뉴욕시청 제공
최근 본지와 만난 코라디는 “인간이 있는 모든 곳에 쥐가 있고 쥐가 없는 유일한 곳은 남극 대륙”이라면서 “그들은 놀라운 생존자이며 인간 다음으로 성공적인 창조물”이라고 했다. 취임 직후 그는 뉴욕시 특성에 맞는 쥐 박멸 대책이 무엇인지 체계적인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인구밀도가 높은 뉴욕은 쥐가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지하에는 지하철과 하수관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지상에는 고층 건물이 숲을 이루지요. 쥐가 배불리 먹고 사는 음식의 공급원이자 서식처 역할을 합니다.” 2019년 CNN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뉴욕에 서식하는 쥐가 최소 200만마리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설치류 특유의 폭발적 번식 능력을 감안하면 마릿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뉴욕을 ‘쥐가 살기 힘든 도시’로 만들기로 박멸 작전의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건 ‘먹이 뺏기’예요. 그동안 맨해튼의 음식점들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아무 고민 없이 길거리에 내놨어요. 쥐에게 밥상을 차려준 거죠.”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행한 조치가 식당들이 음식 쓰레기를 내놓는 시간을 오후 4시에서 8시로 네 시간 늦춘 것이다. 쥐들이 굶주리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코라디는 “쥐를 ‘잡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쥐가 살기 힘든 상황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전략이 일단 성공하고 있다는 걸 ‘숫자’가 말해준다고 자평했다. 그는 “사실 뉴욕에 쥐가 몇 마리 사는지는 나도 모른다”며 “다만 전화(311)로 쥐 민원을 접수하는데, 접수 건수가 줄면 쥐가 줄어들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실제 뉴욕시의 월별 쥐 관련 민원 접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2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금도 SNS에는 뉴욕시 길거리에 쥐가 출몰하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틱톡

그는 과거 범국가적으로 쥐 박멸 캠페인을 벌였던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취임 후 뉴욕 맞춤형 쥐 박멸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각국의 사례도 수집했는데, 한국계 동료 공무원(케빈 김 뉴욕시 중소기업서비스국 국장)을 통해 쥐약을 살포하거나, 쥐꼬리를 학교로 가져가야 했던 한국의 과거 사례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도시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요. 쥐약을 뿌리거나 직접 살처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윤리적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거든요. 하지만 많은 대도시가 쥐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는 공감대를 갖게 되죠.”

어렸을 때 쥐떼가 출몰하는 롱아일랜드의 철로변에 살았던 그는 “열 살 때 ‘쥐 박멸을 위해 청소 작업을 해달라’며 이웃 어른들에게 연판장을 돌려 지역 철도국에 제출할 정도로 쥐 박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길을 걷다 쥐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나”고 묻자 “조금은 놀라겠지만 이것들이 왜 이곳에 나타나 내 다리 사이로 달려드는지 원인을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뉴욕 여행을 꿈꾸는 한국인들에게 “열심히 노력했고 이미 많이 바뀌었다. 쥐 걱정일랑 붙들어매고 오셔서 맘껏 즐기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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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calli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