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찰대 왜 필요한가... 입학 정원 절반이 의무 복무 안 채워

2023. 9. 5. 08:35■ 大韓民國/소방 경찰

[단독] 이런 경찰대 왜 필요한가... 입학 정원 절반이 의무 복무 안 채워 (daum.net)

 

[단독] 이런 경찰대 왜 필요한가... 입학 정원 절반이 의무 복무 안 채워

의무 복무(6년)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사표를 낸 경찰대학 졸업생 수가 경찰대 개설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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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런 경찰대 왜 필요한가... 입학 정원 절반이 의무 복무 안 채워

주형식 기자입력 2023. 9. 5. 05:00수정 2023. 9. 5. 08:22

6년 의무근무 않고 상당수 로스쿨行

의무 복무(6년)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사표를 낸 경찰대학 졸업생 수가 경찰대 개설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인재 양성’이라는 경찰대 설립 취지가 퇴색되면서 수년째 논의를 끌어온 경찰대 폐지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경찰청이 이날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경찰대 졸업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고 경찰을 떠난 경찰대 졸업생은 31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조기 퇴직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대 신입생 정원이 50명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정원 기준 62%가 퇴직한 셈이다. 경찰대 출신 조기 퇴직자는 최근 급증했다. 지난 2019년에 8명이었던 퇴직자는 작년엔 신입생 정원의 과반 수준인 24명이었다.

 

경찰은 조기 퇴직자들의 진로를 별도로 조사하고 있지 않지만, 대부분 로스쿨 진학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이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실에 제출한 ‘2023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현황’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에 경찰대 출신 합격자는 87명이었다. 작년 72명보다 15명이 늘었다. 경찰대의 신입생 정원은 50명뿐이지만, 로스쿨 합격자 출신 대학 중 경찰대의 순위는 7위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입생 정원의 5분의 3가량이 일선 현장 업무를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않고 떠난 셈”이라며 “경찰대가 ‘로스쿨 인재 양성소’로 전락했다”고 했다.

경찰대생의 이탈은 경찰대가 세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크다. 경찰대생 한 명이 졸업하기까지는 학비, 기숙사비, 식비 등 7197만원가량의 세금이 투입된다. 조기 퇴직자들은 경찰대학 설치법에 따라 남은 의무 복무 개월 수만큼 돈을 상환해야 한다. 최근 5년간 의무 복무 기간에 그만둔 졸업생은 총 93명이다. 이 중 학비를 모두 상환한 졸업생은 52명이며, 나머지 41명은 분할 납부 중이다.

그래픽=이진영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대가 ‘로스쿨 사관학교’로 전락하고, 한편으로는 경찰대 출신끼리 조직화·담합화되다 보니 경찰 내부에서 비경찰대 출신들이 느끼는 피해 의식이 상당하다”며 “경찰대가 이대로 존치되면 폐쇄적인 조직 문화는 바뀌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별도의 심사 없이 경위로 임용된다. 이러한 특혜에도 경찰대 졸업생의 중도 이탈이 가속화되는 건 경찰의 인력 관리 실패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기 퇴직자들이 학비를 상환했더라도, 경찰 전문 인력들을 양성하기 위해 투입된 각종 인적, 물적 자원으로 되돌릴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이 초래된다”고 했다. 한 경찰대 재학생은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경찰대 선배들이 임용한 지 6년도 채 안 돼 로스쿨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허탈감을 넘어 과연 경찰에 미래가 있는 건지 불안하다”고 했다.

 

경찰대 졸업생의 조기 퇴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로스쿨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직 경찰관이 휴직하거나 업무와 병행하며 로스쿨에 진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당수 경찰대 출신은 졸업 직후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연수 휴직은 지정 기관에 한해 2년 이내로 가능한데, 3년 과정의 로스쿨은 연수 지정 기관이 아니다. 경찰대 출신 한 현직 경찰은 “경찰대가 법학과와 행정학과로만 나뉘다 보니 행정고시 등 공무원 준비를 하던 사람이 아무래도 많이 들어온다”며 “그러다 보니 경찰 사명감으로 경찰대에 입학했다기보다는 입학 시부터 받을 수 있는 학비 면제 등 각종 특혜만 보고 입학했다가 후회해 결국 로스쿨로 진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최근 경찰대 입지가 불안정해지고, 군 복무 등 각종 혜택이 줄어든 것도 경찰대생 조기 퇴직에 영향을 미쳤다. 경찰대 졸업생들은 기동대 소대장을 하면 군 경력이 인정됐지만, 2019년 입학생부터 이 제도는 폐지됐다. 군 미필 경찰대생은 일반 대학생처럼 휴학·졸업 후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경찰대의 ‘로스쿨 사관학교’ 변질과, 고질적 문제였던 고위직 독점까지 더해지면서 경찰에서는 ‘경찰대 무용론’이 나왔다. 올해 7월 기준 경찰 경무관 이상 고위급 간부 129명 중 경찰대 출신은 92명(71%)이었다. 경찰대의 고위직 독점은 소위 ‘경찰대 라인 챙기기’ 덕분에 이어졌다고 한다. 4년간 한 기숙사에서 지낸 동기·선후배가 경찰 조직에서도 서로 끌어주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경찰대 폐지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작년 9월 출범한 국무총리실 산하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5월 경찰대 존폐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 내부 반발 등으로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경찰대는 실무 전문가와 전문적 경찰 간부를 양성하는 곳이었지만, 운영 방식이 일반 대학처럼 됐다”며 “지금처럼 고등학생을 뽑아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치안대학원으로 바꿔 실무에 능한 경찰 전문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대를 4년 동안 다니면서 충분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경위 입직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경찰대 폐지보다는 개혁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우택 의원은 “묻지 마 살인 같은 이상동기 범죄, 마약 사범 창궐 등 과거 몇 년간 치안이 악화되면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경찰청장과 행안부장관은 경찰대 출신 경력들이 7000만원이 넘는 돈을 토해내면서까지 조직을 떠나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진단해서 종합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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