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 '26세 엄친아' 시장 당선 화제…외신들도 깜짝

2023. 5. 1. 23:27■ 국제/일본

[일본人사이드]하버드 출신 '26세 엄친아' 시장 당선 화제…외신들도 깜짝 - 아시아경제 (asiae.co.kr)

[일본人사이드]하버드 출신 '26세 엄친아' 시장 당선 화제…외신들도 깜짝

전진영기자

입력2023.04.29 09:0

수정2023.04.30 09:52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0초
뉴스듣기 공유 스크랩 글자크기 인쇄 RSS
 

1997년생 타카시마 료스케
외신도 "보수적인 일본 정계 이변 발생" 보도

얼마 전 일본은 통일지방선거를 마쳤습니다. 긴자 클럽에서 일하던 논란의 인플루언서와 20대 유튜버가 시의원에 당선이 되는 등 이변이 꽤 있었는데요. 이런 와중 26세 역대 최연소 시장이 탄생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하버드 출신으로 정치적 기반 없이 단번에 초선에 성공한 청년으로, CNN 등 외신도 이 젊은 정치인의 탄생에 주목하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이 최연소 시장 타카시마 료스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997년생 타카시마는 지난 23일 일본 효고현 아시야시장에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선거에는 현직 시장인 이토 마이도 나왔는데, 타카시마는 1만9779표를 얻어 현직 이토 시장의 1만1981표를 가뿐히 따돌렸습니다. 이로써 타카시마는 사상 최연소 시장 타이틀에 오르게 됐습니다. 그전까지 최연소 시장은 1994년 27세 나이로 도쿄도 무사시무라야마시장에 당선된 시시다 코타로였다고 합니다.

 

거리 유세 중인 타카시마 료스케.(사진출처=타카시마 료스케 공식 홈페이지)

타카시마는 이른바 '엄친아'로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타카시마는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알려진 고베의 나다중·고등학교 출신입니다. 이과가 강한 곳으로 한국의 과학고와 비슷한 느낌인데, 일본에서 가장 많이 의대를 보내는 학교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도쿄대와 하버드를 합격하고 하버드에 진학합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특목중·고를 나와서 서울대와 하버드 공대 동시 합격을 이뤄낸 것이나 마찬가진데요. 고등학교 시절 학생회장을 맡으며 지역 정치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마 타카시마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이 이 지역구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효고현 아시야시는 사실 일본의 대표적인 부촌이기 때문입니다. 고급 주택가가 있어 유명 소설 배경으로도 등장한 곳이기도 합니다.

하버드 공대를 나온 이후에는 일본 학생들에게 해외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이사장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시장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주변인에게 의사를 타진한 것은 지난해 여름이라고 합니다. 같은 단체에서 일했던 카나이 후미히로 사무국장은 “기업에 취직해 다니면서 직장 경험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 아니겠느냐”며 정치 입문을 말렸지만, 타카시마의 의지는 결연했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정책을 공부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등 준비를 차차 해나갔다고 하네요.

 

연설 중인 타카시마 료스케.(사진출처=타카시마 료스케 공식 홈페이지)

이후 시장 선거 정책으로는 ‘함께 사는 정책’을 내걸었는데요, 선배·현역·미래세대가 함께 사는 마을 만들기로 노인 대상 수면 검진 도입, 소득 제한 없이 만 18세까지 무상 의료 제공, 학생의 이해도와 개성에 따른 학습 실현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또한 지진 등 자연재해에 민감한 일본 특성에 맞게 지역 방재 계획도 보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실 공약만큼 선거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인지도인데요, 타카시마는 젊은 감성에 맞춰 SNS를 공략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틱톡과 트위터 등 SNS에서 정치 외의 영상들을 올려 인지도를 빠르게 구축해나갔습니다. 틱톡에서는 “도쿄대랑 하버드 중 어디가 더 들어가기 힘들어요?”라는 질문에 “종류가 다르다. 도쿄대는 시험 성적만 좋으면 되지만 하버드는 고등학교 때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을 다 포함해 어필해야 한다”라고 대답하는 영상 등을 올려 단숨에 인지도를 쌓습니다. '하버드 졸업자가 구글 입사 시험을 풀어봤다' 등 인기 영상 중에는 조회수 100만회가 넘는 것도 있다고 하네요.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설 무렵에는 이 인지도를 바탕으로 연설 영상 등을 올려 홍보 특수를 누렸습니다.


타카시마 료스케가 가로수 심기 활동에 나섰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사진출처=타카시마 료스케 인스타그램)

외신도 이번 입성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CNN은 “일본 국회의원의 대부분은 50세에서 70세이며 75%가 남성으로 보수적인 분위기"라면서 “타카시마의 지지자들은 보수적인 노인들에 의해 운영되는 일본에 있어 환영할만한 변화라고 축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정계에서 젊은 정치인이 입성한다는 것은 정치인 집안에서 지역구를 물려받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인데요, 무소속으로 정당 지원 없이 이를 해낸 점을 크게 평가했습니다.

타카시마는 당선 소감으로 "앞으로 4년간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으며 최선을 다해 시정을 추진하겠다"며 "'타카시마, 이건 아니지'라고 생각하실 때도 꼭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한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아시야시를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정치 신인 타카시마 시장은 모두의 기대에 부응할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보수적인 일본 정계의 편견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됩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