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코노미스트가 만장일치로 선정한 ‘올해의 국가’

2022. 12. 21. 21:12■ 국제/영국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 11월 14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탈환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주민들이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쟁이 벌어지기 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드니프로 강변에 위치한 페체르크스 수도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우즈호로드에서 아침에 달이 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에 맞서 싸운 용기와 천재성, 세계인에 귀감”

4가지 이유 ‘영웅적 행동’, ‘천재성’, ‘회복력’, ‘영감’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하는 ‘올해의 국가’에 뽑혔다.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하고 “이번 연도에는 올해의 국가를 찾는 것이 전례 없이 쉬웠다”며 “보통 소속 기자와 편집인 등이 대여섯 개의 최종후보군 중에서 어느 나라를 택할지 열띤 토론을 하게 마련인데, 이번엔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가 뽑혔다”라고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부터 올해의 국가를 선정해 왔다. 이 매체는 대개 한 해 동안 눈에 띄는 발전상을 보여준 나라를 올해의 국가로 선정해왔지만, 우크라이나는 이와 같은 기존의 기준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우크라이나 경제는 3분의 1토막으로 줄었다.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고 도시는 처참히 무너졌으며 수백만 명은 삶의 터전을 버리고 피신해야 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겨울인 지금은 전기도, 난방도 끊긴 어두운 집에서 벌벌 떨며 살고 있다.

하지만 올해의 국가로 우크라이나가 선정된 것은 강대국 러시아의 침공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용기와 애국심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우크라이나는 크게 4가지의 가치를 보여줬다고 정리했다. 첫째가 우크라이나인들이 보여준 ‘영웅적 행동’이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만 해도 러시아는 물론 대부분이 우크라이나가 얼마 견디지 못하고 항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군은 수일 만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으로 보고 사흘 치 식량만 챙겨 수도권으로 진격하다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막혀 패퇴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피신처를 제공하겠다는 서구 국가들의 제의를 뿌리치며 조국을 사수했다. 국민들도 대학교수든, 배관공이든, 배우든 직업에 상관없이 입대해 두려울 수밖에 없는 러시아군에 당차게 맞서 싸웠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두 번째 가치는 ‘천재성’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은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침공을 물리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적의 약점을 기막히게 찾아내 공략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이 지원해준 첨단 무기 사용법을 빠르게 학습하고 서방이 준 정보를 기민하게 활용했고, 전투 현장에서 내려진 발 빠른 판단으로 느리고 관료주의적인 러시아군을 유린했다.

세 번째 가치는 ‘회복력’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수돗물이 없으면 눈을 녹여 먹었고, 집에 전기가 없으면 디젤 발전기가 있는 동네 카페에 모여 몸을 녹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겨울을 맞아 우크라이나인들을 굴복시키려 발전시설 등을 폭격해 파괴했지만 이들의 사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가치는 ‘영감’(Inspiration)이다. 이들은 이번 전쟁을 통해 약자가 괴롭힘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는 대만과 같이 위협적인 이웃에 시달리는 국가뿐만 아니라 억압된 모든 세계 시민들에게 본보기가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려면 한참 멀었지만, 올해 그들이 세계에 보여준 가치들은 타의 추종을 부인한다”고 평가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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