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는 데만 400년..과학적 아이디어 보태 28일 내 썩는 마스크 만들었죠"

2022. 9. 27. 10:26■ 건강 의학/COVID-19 Omicron외

Covid19 Waste Fighter (3)
황성연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 인터뷰

[비즈니스 포커스]

황성연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 주요 약력 : 한양대 섬유고분자공학과 박사. SKC첨단기술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센터장.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 이사(현). 국제ESG협회 부위원장(현).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현). 사진=본인 제공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매달 1290억 개의 일회용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다. 특히 일회용 마스크 필터는 플라스틱류인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져 썩기까지 400년이 넘게 걸린다.

감염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 일회용 마스크는 K-방역의 핵심 용품에서 환경 오염 문제를 유발하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감염병 확산 우려로 재활용도 할 수 없어 그대로 소각·매립되거나 곳곳에 버려지면서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된 것이다.

한경비즈니스는 한국언론재단의 후원으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쓰레기에 맞서는 전사들을 찾아나섰다. 셋째 주자는 황성연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다.

황 교수는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센터장 때인 2021년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 성분을 활용한 친환경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 황 교수가 개발한 마스크 필터는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를 이용해 퇴비화 조건에서 28일 안에 100% 자연 분해되고 숨쉬기 편하며 재활용이 가능하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돼 학술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황 교수는 최근 화학연구원을 떠나 교육자로서 화이트 바이오산업 분야 후학 양성에 나섰다. 그는 “학생들과 원천 기술을 연구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연구에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10년 후에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성연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 2021년 3월호 표지 논문에 선정됐다.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 달이면 100% 분해되고 재활용이 가능한 마스크 필터’는 어떻게 개발했나요.

“2018년 겨울 중국발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 이후 한국에서도 플라스틱 사용 저감 노력과 재활용 방향에 대한 정책들이 많이 제시됐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따라 일회용 제품 사용량이 전혀 줄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해양 보호 단체 오션스 아시아(OCEANS ASIA)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15억 개 이상의 마스크가 바다로 버려졌다고 합니다. 버려지더라도 바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재와 제품을 연구하다가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를 개발하게 됐어요.”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표지 논문에 선정돼 학계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2000년대 초반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도입 이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석유계 플라스틱보다 물성이 낮다’는 편견과 ‘기능성이 부족하면서도 가격이 비싸다’는 선입견이 생겼어요.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가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 표지 논문에 선정되면서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 연구의 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상용화 제품 제작에서도 매우 높은 가능성을 제시해 원천 기술과 상용화 간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한국의 원천 기술로 짧은 시일에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을 확보한 것에 의의가 있어요.”

-개발 과정에서 시행 착오는 없었습니까.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는 사용 후 토양에서 한 달 이내에 100% 분해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마스크 필터의 효율이 KF94 수준과 유사하면서도 호흡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호흡이 편한 것과 필터 효율이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워요. 연구팀에서 나노 섬유와 마이크로 섬유를 겹쳐 필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반복적인 실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만족할 만한 필터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 개발에 사용한 기술을 다른 제품에도 활용할 수 있나요.

“개발한 소재의 용도 확장도 가능합니다.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석유계 플라스틱 시장의 1%도 안 되고 생분해성 마스크 시장은 더욱더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상용화된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스케일업 테스트도 진행 중이고 이를 통해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 추진에도 노력 중입니다.

연구팀은 매년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기능성 완제품을 개발해 왔어요. 고강성 생분해성 봉투, 고효율 마스크 필터가 대표적이죠. 그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필터와 배달용 음식 트레이처럼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에 과학적 아이디어를 보태 기능성을 부여하고 사용 후 자연으로 분해될 수 있는 소재와 제품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수행 중입니다.”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의 제작 원리.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마스크 필터 외에도 콧대 고정 철사, 연결 고리, 고무줄 등 모든 부분을 생분해성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현재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은 80% 이상 완료됐고 기술적 가치 확보를 위한 특허를 출원 중에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마스크 필터 연구보다 가격 경쟁력이 아직은 부족해 대량 생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자동차, 전기‧전자 분야에서 기업들의 바이오 탄성체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용도 전개를 통해 마스크 소재 시장도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 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상용화 가능 시점은 언제입니까.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의 효율성은 검증됐지만 이 제품이 상업적 가치를 갖기 위해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기존 마스크는 폴리프로필렌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생분해성 마스크보다 상용화 시 최소 3배 이상은 저렴한 상황이고 불법 수입 등 수입·가격 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어요.

이 때문에 지금 시장에 진입하는 생분해성 마스크의 자생 능력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후 폐마스크가 해양 환경 생태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보고된다면 전 세계가 정책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요.

“정부 부처 간의 일관된 정책이 필요합니다. 2022년 7월 열린 ‘제1차 경제 규제 혁신 TF 회의’에서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들의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공장에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밝혔어요. 이런 정책이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 일조하고 생분해성 마스크 상용화 시점도 앞당길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환경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지원 정책과 달리 모든 플라스틱에 대해 재활용·재사용 이외에는 매립 없이 전량 소각하는 방향의 정책을 펴고 있어요.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많은 중소기업이 좋은 의도로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 실적에 압박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들에 부당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좋은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에 한해서라도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활성화를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포스트 플라스틱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이 실제로 사회에서 효율성이 있는지에 대한 실증화 사업, 생분해성 과정의 전주기 평가 사업, 2050년 미래의 바이오 플라스틱 기술 등에 대한 지원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기업의 출구 전략으로 개발한 제품을 시장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환경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에요.

2050년의 미래를 누구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선형적 정책 구조에서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로의 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내용은 2022년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나온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에 대한 기본 내용이고 한국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합니다.”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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