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산에 오르는가?

2022. 8. 5. 00:30■ 국제/미국

 

왜 산에 오르는가? - Daum 백과

 

왜 산에 오르는가?

산에 오르는 모든 행위를 등산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산에 가는 모든 이를 산악인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산에 가는 목적은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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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   산에 오르는가?

산에 오르는 모든 행위를 등산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산에 가는 모든 이를 산악인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산에 가는 목적은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광부는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산에 가기 때문에 이들을 산악인이라 칭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산을 오르기 위한 목적으로 산에 오르는 것을 '등산'이라고 한다.

등산은 결과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정상 등정을 위해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산의 환경과 혹독한 기상조건에 맞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며 얻어지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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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실현의 욕구에서 시작된 초기 등산

초기의 등산은 자아실현을 위한 도전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최고의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다.

 

1786년, 인류가 최초로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 등정에 성공하기 전까지만 해도 산 정상은 신의 영역이며 악마가 살고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스위스의 자연과학자 소쉬르(Saussure, 1740~1799)는 산 정상에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특히 알프스 몽블랑(4,807m)의 장엄함에 감동한 그는 정상에 오르는 이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등정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고, 그로부터 무려 26년이 지난 후에야 한 의사와 광물채취업자가 몽블랑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이듬해 소쉬르도 20여 명의 짐꾼들과 함께 정상에 올라가 측량을 했다. 아무도 오른 적 없는 신비스러운 알프스 산의 정체를 밝혀낸 것이다. 소쉬르는 오늘날 '근대 등산의 아버지'라 불린다.

이후 산 정상은 더 이상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도전 대상이 되었다. 신 중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등산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몽블랑 등정 이후 알프스의 여러 고봉이 많은 개척자의 도전을 받으며 하나 둘 등정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알프스의 황금기'라고 하는데, 1854년 베터호른[Wetterhorn(3,701m)] 등정을 시작으로 1865년 최후의 난봉이던 마터호른[Matterhorn(4,478m)] 정상에 오름으로써 등정이 마감되었다. 이 기간에 60개가 넘는 4,000m 높이의 알프스 고봉들이 모두 등정된 것이다.

당시 등정에 나서던 사람들은 대부분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귀족이나 학자들이었다. 인간의 기본 욕구가 충족된 상태였기에 최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을 실천한 것이다. 이들은 빙하를 탐사하고, 측량하고, 지질을 분석하기 위해 대자연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것들을 실천하고 이룩해냄으로써 스스로 최고의 존재가 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진정한 의미의 등산을 시작하는 첫 계기를 마련하였다.

 

매슬로(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설명했다. 먼저 크게 결핍의 욕구와 성장의 욕구로 나눌 수 있는데, 결핍의 욕구에는 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감과 애정에 대한 욕구가 포함된다. 이 세 가지 욕구는 아래부터 단계적으로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결핍의 욕구가 모두 충족되었다면 성장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할 것이다. 성장의 욕구에는 자기존중(자존)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명예나 권력을 누리려는 자기존중의 욕구를 달성한 사람은 그 다음으로 최고의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마지막 5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다.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려는 가장 높은 수준의 욕구로, 성장욕구, 자기완성욕구 등이 포함된다.

 

매슬로(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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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실현의 욕구는 등반방식을 변화시켰다

등산 초기 3,000~4,000m에 이르는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오르던 등반방식을 등정주의라 한다. 정상 등정만을 목표로 하던 이 시대를 '피크헌팅(peak hunting)의 시대'라고도 한다. 피크헌팅이란 '산의 최고점(정상) 사냥'이라는 뜻으로 정상에 선다는 의미를 지닌다.

자아실현 욕구에는 한계점이 없다. 생물학적 욕구에는 한계점이 있어서 일정 수준 이상 충족되면 그 욕구가 사라지지만 자아실현의 욕구는 충족될수록 더 강해지고는 한다. 따라서 정상을 오르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자 보다 강한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정상 등정이 목적이 아니라, 보다 어려운 등산 루트를 선택하여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가치를 두게 된 것이다(등로주의). 이후 알프스의 수많은 고봉의 암릉과 암벽에 보다 새롭고 어려운 루트들이 개발되었다.

 

요세미티의 하프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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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등산은 자기한계 극복이다

이러한 등반방식의 변화는 자기한계 극복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수직벽 등반을 시도하고, 3,000~4,000m 높이의 알프스 지역에서 8,000m 높이의 히말라야로 무대를 옮겨가고, 단독등반과 무산소등반을 시도하는 등 인간한계 극복의 도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암벽등반 역시 장비에 의존한 인공등반에서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만 오르는 자유등반의 시대를 맞이한다.

산악인은 스스로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여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즐기며 궁극적으로는 자아실현에 최상의 가치를 둔다. 이러한 극한 과정을 거치면서 강한 정신력과 건강이 부산물로 얻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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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국립 목포대 레저스포츠학과 스포츠마케팅 석사과정 중이며,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중국 사천성 산악구조대 훈련교관, 한국산악회 이사,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전임강사로 참..펼쳐보기

 

출처

똑똑한 등산 | 김성기 | 하서출판사

건강하고 안전한 등산을 위한 필수 지침서. 등산 전에 알아야 할 핵심 노하우를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다루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