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 아성을 넘본다..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2022. 5. 13. 09:34■ 우주 과학 건설/陸上 鐵道 自動車

[시승기] 마이바흐 아성을 넘본다..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남현수 입력 2022. 05. 13. 09:02 댓글 27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손 끝에서 G90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G90 롱휠베이스를 연이어 시승했다. G90 롱휠베이스는 일반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190mm 늘렸다. 2열에 앉은 VIP가 다리를 쭉 뻗어도 여유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길어진 만큼 가격도 7600만원 비싸다. 높은 가격 차이를 상쇄할 만큼 충분한 가치를 지녔는지 차근차근 살펴봤다.

G90 롱휠베이스는 B필러를 넓히는 대신 2열 도어 길이를 늘렸다. 디자인 완성도를 헤치지 않으면서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문제는 B필러를 늘리는 방식보다 개발 비용이 꽤 들어간다. 1999년 출시했던 에쿠스 리무진부터 제네시스 마크를 달았던 EQ900 리무진까지 모두 B필러를 잘라 늘린 버전으로 판매했다. 판매량이 높지 않은 리무진에 높은 비용을 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G90 롱휠베이스는 다이너스티 리무진 이후 두번째로 2열 문의 길이를 늘린 리무진이다. 새로운 시도를 알리기라도 하듯 리무진이라는 이름 대신 롱휠베이스를 차명에 붙였다.

기본 모델을 가지고 휠베이스를 늘리는 시도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세단에서 찾아 볼 수 있다. G90 롱휠베이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다듬었다. 전체적인 디테일에서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떠오른다. 최근 트렌드의 변화로 수행 기사를 두고 2열에 앉아가는 쇼퍼 드리븐카 수요가 줄고 있다. 판매도 한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가 롱휠베이스 버전을 내놓는 것은 의미하는 상징성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정도의 브랜드 이미지를 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판매량이 낮아도 브랜드 역량을 총동원한 플래그십 모델을 내놓음으로써 기술력을 뽐낼 수 있다. 판매량에만 연연하지 않는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두 줄 헤드램프와 오각형 크래스트 그릴은 기본 모델과 동일하다. 차이는 크롬 장식이다. 범퍼 하단을 감싸는 크롬이 한층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완성한다. 측면으로 돌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롱휠베이스 전용 20인치 휠이 적용된다. 거대한 크롬 휠은 마치 마이바흐를 연상시킨다.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느낌을 표현했다. 휠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말아 넣어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을 모두 잡았다. DLO(Day Light Opening, 윈도우 라인)를 크롬으로 두른 것은 노말 버전과 동일하다. 롱휠베이스는 여기에 B필러 크롬을 더했다. 이런 디테일은 고급 차량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S클래스 고급 버전인 마이바흐가 B필러를 크롬으로 감싼다. 19cm가 늘어난 만큼 뒷문의 길이도 길어졌다. B필러를 뚝 잘라 만들었던 이전 세대들보다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 활시위를 당긴 듯 전면부터 후면까지 이어지는 팽팽한 파라볼릭 라인과 캐릭터 라인들을 헤치지 않는다. 얼핏 보면 기본 모델과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후면은 범퍼 하단의 크롬 장식을 제외하면 기본 버전과 차이가 없다. 이전 세대가 ‘G90’라는 차명 옆에 ‘L’이라는 네이밍을 더했다면 새로운 G90는 바뀐 디테일을 제외하면 롱휠베이스라는 점을 알 수 없다.

 

G90 롱휠베이스는 5인승을 기본으로 4인승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모든 편의안전장비는 기본 모델과 동일하다. 제네시스 차량에 적용되는 모든 편의안전장비를 누릴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2열 공간이다. 안 그래도 넓었던 무릎 공간이 휠베이스가 늘어나며 광활해졌다. 무릎 공간에 주먹이 6개 이상 세워서 들어간다. 신장 179cm의 기자가 발을 쭉 뻗어도 1열 시트에 닿지 않는다. 편안한 목쿠션과 자유자재로 조절되는 시트를 조작하면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별도로 마련한 ‘REST’ 버튼을 누르거나 센터 암레스트에 마련한 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가장 안락한 자세를 완성할 수 있다. 이 때 조수석 시트는 가장 앞쪽으로 당겨지며 2열 시트 등받이는 눕고, 종아리 받침대가 올라온다.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다. 이전에 시승한 G90에서는 발을 쭉 뻗으면 1열 시트 등받이에 발이 닿았지만 롱휠베이스는 다르다. 발을 쭉 뻗어도 30cm 이상 공간이 남는다. 1열 시트 등받이에 위치한 발바닥 마시지기를 사용하려면 1열 시트를 다시 뒤로 당겨야 한다. 공간이 너무 넓어 발생하는 사소한 귀찮음이다. 2열에 앉아 운전을 하지 않아도 이동 중에 심심할 틈이 없다. 23개의 스피커를 곳곳에 심은 뱅앤울룹슨 프리미엄 3D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음악을 들어도 되고, 10개의 공기 주머니와 2셀 쿠션으로 조합한 마사지 기능을 작동 시켜 잠시 릴랙스한 기분을 만낄할 수도 있다. 1열 시트 등받이에 붙은 10.2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DMB 시청도 가능하다.

 

 

 

널따란 2열에 앉아 있으면 스르륵 잠이 온다. 안락함은 정숙성에서 기인한다.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과 흡음재를 대거 적용한 데 이어 모든 도어에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했다. 바닥 소음은 물론 문을 통해 실내로 들이치는 모든 소리를 잡아냈다. 다만, G90와 마찬가지로 2열에 앉으면 C필러에서 약간의 풍절음이 들려온다. 도로의 포장 사태가 불량한 도로를 달려도 G90 롱휠베이스에 앉아있으면 불편하지 않다. 네 개의 바퀴에 적용된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네비게이션과 카메라 정보를 통해 전방 상황을 예측하고 감쇄력을 조절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세 개의 공기 주머니가 적용된 에어서스펜션은 모드에 따라 높낮이를 바꾼다. 최대 25mm 높이고 20mm 낮춘다. 주목할 점은 쇼퍼 모드. 2열 승객에 특화된다. 가속, 제동, 승차감 등 차량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모든 요소가 2열에 앉은 승객에게 집중한다. 쇼퍼 모드에선 앞 서스펜션이 중간 정도의 탄탄함을 지니고, 뒷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조율한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해 안락함을 완성한다.

 

트렁크 공간은 일반 모델과 거의 유사하다. 용량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치상으로 볼 때 폭과 깊이는 동일하지만 높이가 약간 낮다. 트렁크 바닥에 48V 배터리를 배치해서다. 골프백 서 너 개는 충분히 실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에는 직접 운전을 해 볼 차례다. 2열에서 떠나기 싫은 마음을 접어두고 스티어링휠을 잡았다. G90 롱휠베이스는 V8 5.0 타우 엔진을 대신해 V6 3.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일레트릭 슈퍼차저가 엮인다. 최고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0kg.m로 수치로는 기존 V8 엔진 부럽지 않는 성능을 낸다. 참고로 이전 세대까지 사용했던 V8 5.0L 엔진이 최고출력 425마력, 최대토크 53.0kg.m에 비해 최대토크는 오히려 높다. 2345kg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를 매끄럽게 이끈다.

터보랙은 찾아 볼 수 없다. '일렉트릭 슈퍼차저'라는 말이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차이라면 두 개의 전기모터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전기모터는 일반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동일하게 움직인다. 감속할 때 버려지는 운동 에너지를 회수하는 회생제동 시스템과 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 엔진을 미리 끄는 긴 ISG, 시동시 엔진 크랭크를 돌리는 스타트 모터의 역할과 가속할 때 순간적으로 힘을 보태기도 한다. 가속할 때 힘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시동이 굉장히 매끈하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12V 전원보다 높은 48V 전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단발 시동이 가능하다. 시골에서 많이 사용되는 경운기를 상상하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에 나오는 경운기는 키로 돌리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과거에 경운기의 시동을 걸기 위해선 막대기를 꼽고 열심히 돌려야 했다. 이 돌리는 힘이 일반적인 차량에 비해 세다고 이해하면 된다. 마일드하이브리드의 도입으로 덩치는 키웠지만 노말 버전 G90과 비교해 복합연비가 단 0.1km/L 떨어진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은 전동식 슈퍼차저다. 롱휠베이스에 적용된 엔진 배기량은 노말 버전과 동일하다. 대신 최고출력이 35마력, 최대토크가 2kg.m가 더 높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 역시 5.7초로 G90(6.2초)보다 0.5초 빠르다. 덩치가 커지고 225kg 무거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속력은 더 좋아진 셈이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터보차저 용량을 키웠다. 터보차저 크기가 커지면 공기를 압축해 엔진으로 보내기 위해 흡입해야 하는 공기의 양이 늘어나다. 낮은 RPM에서 터보랙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전동식 슈퍼차저를 도입한 것이다. 인위적으로 공기를 터보차저에 불어넣는다. 결과적으로 저회전에서 응답력을 높이고, 실용 영역에서의 가속감을 극대화했다. 실제로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가속하는 것과 비슷하다.

주행을 하면서 감탄한 부분은 후륜 조향 장비다. 5465mm에 달하는 긴 전장이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유턴이 잦은 도로환경에 유용하다. 저속에서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최대 4도 회전한다. 회전반경이 줄어들어 일반적인 중형 세단을 운전하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동일한 방향으로 조향을 지원해 매끄러운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

베테랑 운전 기사로 만들어주는 운전자 주행 보조 장비도 듬뿍 담았다. 앞 차와 간격을 조정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중앙 유지 장비에 고속도로 주행보조 2가 적용되어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방향지시등 조작만으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다. 수 많은 운전자 주행 보조 장비 중 가장 마음에 든 장비는 정전식 스티어링휠이다. 현대차그룹이 판매하는 차량 중 유일하게 G90에만 적용했다. 차선 중앙 유지 장비가 탑재된 차량을 운전하다 보면 분명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는데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지 말라'는 경고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약간 스티어링 휠을 돌리거나 스티어링휠에 위치한 버튼을 조작해 경고를 해제해야 한다. 정전식 스티어링휠은 살짝만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어도 된다.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가격은 1억7330만원부터다. 기본 모델보다 7600만원 비싸다. 무광 컬러 옵션(80만원)을 제외한 모든 선택 사양이 적용된 시승 차량의 가격은 1억8330만원.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다만, 넓은 2열 공간과 현대차 그룹의 개발 역량을 총망라한 최신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다. G90 롱휠베이스는 마땅한 경쟁 모델이 없다. 가격만 놓고 보면 메르세데스-벤츠 S500이나 BMW 750i 등과 엇비슷하다.

오로지 쇼퍼 드리븐을 위해 개발된 점과 실내 크기를 비교하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와 비교할 수 있다. 마이바흐의 시작 가격은 2억7160만원으로 G90 롱휠베이스보다 1억원 비싸다. 가격으로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네시스의 상품성이 수입 프리미엄 세단과 견줄 정도로 발전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G90 롱휠베이스는 특수 용도다. 한정적인 수량이 국내에서 판매될 것이 자명한 사실이지만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해롱휠베이스를 라인업에 끼워 넣었다. 지난해부터 제네시스가 북미에서 호조를 보인다.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인피니티를 잡았고, 어큐라도 눈 앞에 있다. 왕좌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G90 롱휠베이스는 제네시스가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나기 전 내연기관이 적용된 마지막 플래그십 세단으로 가치는 충분하다.

한 줄 평

장점 : 드넓은 공간과 부드러운 파워트레인 감각

단점 : 1억원대 후반 가격인데 경쟁차와 비교해 실내의 화려함과 소재가 떨어진다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엔진

V6 3.5L 터보 가솔린 48V 마일드하이브리드 슈퍼차저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AWD

전장

5,465mm

전폭

1,930mm

전고

1,490mm

축거

3,370mm

공차중량

2,345kg

최고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0kg.m

복합연비

8.2km/L(20인치, 빌트인캠, 4인승)

시승차 가격

1억8,830만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카가이 자율주행 연구소 이동의 즐거움 <카가이> www.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