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C40 리차지, 볼보의 첫 봄날

2022. 4. 11. 04:12■ 우주 과학 건설/陸上 鐵道 自動車

볼보 C40 리차지, 볼보의 첫 봄날

모터트렌드 입력 2022. 04. 10. 12:0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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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화창한 봄날, 볼보의 첫 순수전기차 C40 리차지를 만난다. C40 리차지는 세련된 전기차 감각과 볼보의 아늑한 감성을 한아름 품고 한국 봄햇살과 난생 처음 마주했다

 

어느새 3월 초입, 게다가 오늘은 완연한 봄 날씨다. 이럴 땐 달리 도리가 없다. 길고 긴 겨울 내내 어깨를 짓누르던 무겁고 두꺼운 외투는 벗어두고, 오랜만에 가벼운 재킷 하나 걸치고 서둘러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 소중한 봄 햇볕을 조금이라도 오래 쬘 수 있을 테니까.

보들보들한 면 목도리에 스니커 꺼내 신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정수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단숨에 휘감아버리는 햇볕은, 창 너머로 보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이럴 때는 빨리 운전석에 앉아 햇빛을 향해 달리고 싶은 욕심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익숙한 최신 볼보 분위기에 전기차만의 디테일을 심어놓은 C40 리차지 인테리어

도어를 열자 어느새 차 안까지 가득 드리운 햇볕이 바닷빛 같기도 하고 깊은 호숫빛 같기도 한 피오르드 블루 색상 도어트림을 환히 비춘다. 넓은 유리지붕은 봄날 드라이브에 더없이 좋은 파트너다. 유리지붕은 아직 찬 겨울 기운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대기마저 걸러내고, 오직 따뜻한 봄기운만을 차 안에 한아름 내려놓았다. 올해 처음 느끼는 봄기운이고 봄 햇살이다.

변속기 레버를 D레인지로 내리자 계기반이 반짝 깨어나고 차는 조용히 눈을 뜬다. 봄볕에 따뜻하게 데워진 차체가 이제 그 햇살 속으로 나아갈 채비를 마친 것이다. 센터페시아에서 시원하게 빛나는 12.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몇 번 건드려 플로(FLO)로 들어가 오늘 날씨에 어울릴 잔잔한 연주곡 리스트를 고른다.

13개 스피커가 지원하는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은 드라이브를 풍요롭게 한다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은 기다렸다는 듯 13개의 스피커를 통해 피아노 연주곡을 은은하게 흘려보낸다. 미세한 소리까지 예민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일깨워 들려주는 섬세함이 일품이다.

자, 이제 목적지는 어디로 설정해볼까. 오늘 같은 날씨엔 목적지 따위 없이 무작정 달리고 보는 게 상책이지만, 마음과 다른 성격은 어느새 전기차 전용 T맵 내비게이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단은 가장 멀리까지 달려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를 잡는다. 왕복 300km에 가까운 장거리.

“C40 리차지의 달리는 맛은 신선하다. 볼보의 고유한 느낌이 전기차의 흐름에도 스며들어 있다.”

평소 같으면 아무런 목적 없이 이 정도 거리를 그저 달려보고 싶어 운전할 일은 없겠지만, 오늘은 예외다. 이런 날씨에, 이 차를 몰고 느긋하게 달릴 기회는 흔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의 예감은 분명히 맞을 것이다.

모든 채비를 마치고 나자, 볼보 C40 리차지는 마침내 주차장을 벗어나 하얗고 푸르게 빛나는 봄볕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봄 햇살을 한껏 끌어안고 마음껏 반짝이는 하얀 차체는, 볼보가 처음 선보인 이 순수 전기차를 더 돋보이게 한다. 일말의 진동이나 소리도 없이 스르르 미끄러져 나아가는 전기차의 몸놀림이야 이제 어지간히 익숙해진 느낌이지만, C40 리차지의 달리는 맛은 어딘가 신선하다.

가죽을 전혀 쓰지 않은 실내. 소재와 상관없이 시트는 볼보답게 훌륭하다

지난 십수 년간 볼보 차를 탈 때마다 다시 떠올리곤 했던 그 고유한 느낌이,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이는 전기차의 흐름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볼보 차를 탈 때면 으레 감탄했던 시트의 탄탄한 촉감과 안정감 또한 그대로다. 정수리에 와닿는 봄볕이 한층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C40 리차지와 함께하는 오늘의 드라이브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근사할 것 같다.

시트 포지션은 의외로 높은 편이다. 가장 낮은 위치로 맞춰놓고 앉아도 낮게 느껴지지 않는다. 뒤꽁무니가 날렵하게 빠져 있는 쿠페 스타일의 외모를 보며 지레짐작했던 포지션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 그게 거슬리지 않는다. 덕분에 시야는 한층 훤해지고, 실제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마저 안겨준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의 독특한 토포그라피는 다분히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트 포지션으로 보면, 이 차는 '쿠페 스타일의 전기 SUV'라고 할 수 있겠다. 세련된 외모에 고성능 전기모터를 담아낸 SUV. 한마디로 말해, 지금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테마를 모조리 다 담아낸 ‘인싸 중의 인싸’다.

80%의 충전 잔량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에 떠 있는 내비게이션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60%가량의 배터리 잔량이 남아 있을 것임을 예측해 보여준다. 달리는 내내 경로 주변의 충전소와 사용 가능한 충전기 정보까지 내비게이션을 통해 운전자에게 부지런히 전달한다.

배터리 충전 잔량을 비롯해 꼭 필요한 정보를 보기 좋게 전달해주는 클러스터

전기차를 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충전 잔량을 기웃거리는데, C40 리차지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세세하게 알려줘 아직 전기차가 낯선 운전자들의 작은 걱정까지 달래준다.

손바닥에 딱 적당히 기분 좋게 잡히는 스티어링 휠 그립감은 전기차를 몰고 있다는 생각을 어느샌가 잊게 한다. 그냥 너무 좋은 날씨에, 기분 좋은 차를 몰고 상쾌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다는 기분만 충만할 뿐, 세세하게 따지고 살펴보며 신경 곤두세울 생각은 깨끗이 사라지고 만다.

“스웨덴 아비스코 국립공원의 지형을 형상화한 토포그라피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분명 볼보인데 볼보가 아닌 듯한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운전을 하는 동안에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부분은 익숙한 볼보 스타일 그대로, 그러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소소한 디테일은 지금까지의 볼보와 조금씩 다른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인다.

 

출발하기 전 차에 올랐을 때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서 차분하면서도 오묘하게 빛나던 독특한 느낌의 토포그라피 디자인이 바로 그런 예다. 스웨덴 아비스코 국립공원의 지형을 형상화했다는 이 그래픽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개의 전기모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어울린 C40 리차지는 세련되고 차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총 408마력의 야무진 힘을 숨겨두고 있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힘껏 밟으면 하얀 차체는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눈부신 햇살 속으로 소리 없이 바람처럼 날아간다. 고개가 뒤로 젖힐 만큼 강렬한 가속감은, 정교한 스티어링 반응과 맞물려 풍족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공간도 생각보다 좋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를 가르는 센터터널 높이를 낮춘 덕에 독립적인 공간감과 편안한 안락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생각보다 훨씬 넉넉한 2열 시트는 의외로 높은 시트 포지션과 더불어 이 차가 분명 SUV의 DNA를 품고 있음을 다시 한번 께닫게 한다. 머리공간도 충분하고 무릎공간도 불편함이 없다. 무엇보다 2열 시트 위까지 넓게 펼쳐진 유리지붕이 선사하는 개방감은 무척 만족스럽다.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스티어링 휠 왼쪽 버튼을 눌러 주행보조장치를 작동한다. 버튼 하나로 켜고 끌 수 있는 주행보조장치 조작은 정말 수월하다. 주행속도 설정 역시 마찬가지. 매끈하게 달리고 있던 C40 리차지는, 주행보조장치를 켜자 앞차 및 옆 차선을 촘촘히 체크하며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옆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도 제때 반응하고 주변 흐름에도 정확히 맞춰가며, 그리고 굽이진 커브길에서도 정확히 차선 중앙을 지키며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의 운전이 조금은 더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그 와중에도, T맵 내비게이션은 목적지 주변의 충전소를 화면에 계속 띄우며 쉼 없이 일하고 있다.

서울의 서쪽 끝에서 출발해 동쪽 끝까지 달려 설정해둔 목적지에 도착하니, 내비게이션이 예측했던 충전 잔량에 거의 정확히 들어맞는 잔량이 디지털 계기반에 떠 있었다. 이 정도면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가 충전해도 충분할 것 같다. C40 리차지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356km.

 

정확한 충전기 정보를 꾸준히 제공받으며 주행한다면 어느 정도의 장거리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불편함은 없을 수준이다. 무엇보다, 볼보의 브랜드 정체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운전감각이 기분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게 무척 반갑다.

 

C40 리차지는 볼보가 처음 공개한 순수 전기차다. 올해 봄은, 이 차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한국의 첫 봄날’이다. 여름 햇살처럼 따갑지 않고, 가을볕처럼 쓸쓸하지 않은 봄 햇볕은 멋부리지 않은 듯 세련된 이 차의 구석구석을 차분하게 비춰준다.

심플하기만 해 보이는 C40 리차지의 옆모습은 봄 햇볕 속에 숨겨놓았던 정교한 캐릭터 라인을 하나둘 꺼내 보이고, 볼보의 디자인 정체성을 살려내면서 분위기에 변형을 준 테일램프와 독특한 후면 디테일은 틀림없는 볼보이나 모두가 알고 있던 그 볼보는 아닌,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로운 볼보의 시대를 열어줄 C40 리차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림없는 볼보 DNA 계승자’임을 입증하는 이유는 또 있다. C40 리차지는 최근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중의 최고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를 받았다. 안전에 대한 볼보의 고집은 전기차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밤길을 되짚으며 출발했던 그곳으로 돌아가는 C40 리차지의 실내에는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 가득했다.

CREDIT
EDITOR : 김우성 PHOTO : 아놀드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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