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의 뒤집힌 세상, 올해의 자연 사진 선정

2021. 7. 26. 08:14■ 사진/명작 갤러리

오랑우탄의 뒤집힌 세상, 올해의 자연 사진 선정

[사이언스샷]

전체화면자동재생

6 / 17

 

 

동물행동 부문 2등상 조한 완드래그의 ‘깜놀 물고기’./네이처TTL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06.04 09:41

 

종합우승과 동물행동 부문 우승작인 토머스 비자얀의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다’./네이처TTL

오랑우탄이 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하늘이 뒤에 있다. 실제로는 오랑우탄이 나무를 타고 물가로 내려오는 모습이다. 캐나다의 사진작가인 토머스 비자얀은 물에 비친 오랑우탄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 사진은 네이처 TTL 올해의 사진작가전에서 종합우승 작품으로 선정돼 상금 1만5000파운드(한화 약 2400만원)를 받는다. 이 사진은 동물행동 부문 우승도 차지했다.

◇물에 비친 하늘과 오랑우탄의 절박한 운명

네이처 TTL은 온라인 무료 야생동물·풍경 사진잡지를 운영하는 영국의 비영리 단체로, 지난해부터 사진전을 개최했다. 네이처 TTL 설립자인 영국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윌 니콜스는 “토머스의 사진은 정말 독특해 즉시 심사위원단이 주목했다”며 “독특한 관점과 구성 덕분에 당신이 정확히 무엇을 보고 있는지 바로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자얀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 물에 잠긴 나무를 선택했다. 덕분에 그는 하늘이 물에 비친 모습를 포착해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오랑우탄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이 사진은 내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비자얀은 “우리 행성의 주요 자산인 수령 1000년 이상의 나무들이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가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기름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오랑우탄은 집인 나무를 잃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동물행동 부문 2등상 조한 완드래그의 ‘깜짝 놀란 물고기’./네이처TTL

◇악어와 물고기의 먹고 먹히는 순간 포착

올해 네이처 TTL 사진전에는 전 세계에서 8000여점이 출품됐다. 동물행동 부문 2등상은 조한 완드래그의 ‘깜짝 놀란 물고기’에 돌아갔다. 작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물고기가 악어 입에 잡히는 순간을 포착했다. 물고기의 놀란 표정이 생생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인 센서 카메라 부문 우승작 존 폼스톤의 ‘북숲쥐의 실루엣’./네이처TTL

무인 센서 카메라(Camera Traps) 부문 우승작은 존 폼스톤의 ‘북숲쥐의 실루엣’이 차지했다. 한밤중에 북숲쥐의 뒤에 있는 플래시가 터져 실루엣을 만들었다. 이 부문 2등상은 제임스 로디의 ‘버려진 오두막의 소나무담비’가 선정됐다.

무인 센서 카메라 부문 2등상 제임스 로디의 ‘버려진 오두막의 소나무담비’./네이처TTL

풍경 부문은 제이 루드의 ‘생명의 나무’가 우승작이 됐다. 작가는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이 장면을 포착했다. 오른쪽에 있는 낙타가시나무 고목의 그림자가 마치 과거 강물의 흔적에 손을 내밀고 생명을 갈구하는 느낌을 준다.

풍경 부문 우승작 제이 루드의 ‘생명의 나무’./네이처TTL

풍경 부문 2등상은 패니 리드의 ‘꽃 부케’가 선정됐다. 브라질의 석호에서 광물이 침전된 모습을 포착했다.

풍경 부문 2등상 패니 리드의 ‘꽃 부케’./네이처TTL

◇해변의 바위 눈동자와 물속의 가오리 우주선

작은 세계 부문은 제임스 기포드의 ‘흰개미의 춤’이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작가는 셔터 속도를 느리게 해서 짝짓기 비행에 나선 흰개미에서 빛이 퍼지는 모습을 포착했다.

 

작은 세계 부문 우승작 제임스 기포드의 ‘흰개미의 춤’./네이처TTL

2등상은 사만사 스티븐스의 ‘자연의 함정’이 차지했다. 캐나다 앨곤퀸 야생동물 연구소의 연구원인 작가는 어린 점박이도롱뇽 두 마리가 식충식물에 붙잡힌 모습을 포착했다. 보통 식충식물은 한 번에 도롱뇽 한 마리만 잡는다.

작은 세계 부문 2등상 사만사 스티븐스의 ‘자연의 함정’’./네이처TTL

야경 부문은 이반 페드레티의 ‘눈’이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노르웨이 해변에서 별이 가득한 하늘을 찍은 작품이다. 해변의 돌이 마치 밤하늘을 바라보는 눈동자처럼 보인다.

야경 부문 우승작 이반 페드레티의 ‘눈’./네이처TTL

2등상은 아모스 라비드의 ‘잠자는 용’이 차지했다. 섭씨 영하 25도에 얼어 붙은 러시아 바이칼 호수 한 가운데 날카로운 바위섬이 마치 동면하고 있는 용처럼 보였다고 작가는 말했다.

야경 부문 2등상 아모스 라비드의 ‘잠자는 용’./네이처TTL

수중 부문 우승작은 그랜트 토머스의 ‘가오리 우주선’이 선정됐다. 밤에 몰디브의 바다 속에서 대왕쥐가오리가 입을 크게 벌린 모습이 마치 우주선을 연상시킨다. 가오리는 이렇게 입을 벌리고 플랑크톤을 빨아들인다.

수중 부문 우승작 그랜트 토머스의 ‘가오리 우주선’./네이처TTL

◇도시에서 태어난 아라비아 여우

도시 야생동물 부문 우승작 칼롤 무크허지의 ‘날개달린 가족’./네이처TTL

도시의 야생동물 부문은 칼롤 무크허지의 ‘날개달린 가족’이 차지했다. 제비가 천적을 피해 히말라야의 한 상점에 둥지를 튼 모습을 포착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제비를 ‘부와 행운의 여신’으로 여겨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숭배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제비의 배설물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도시 야생동물 부문 2등상 모하메드 무라드의 ‘아라비아의 여우’./네이처TTL

도시 야생동물 부문 2등상은 모하메드 무라드의 ‘아라비아의 여우’가 선정됐다. 아라비아 붉은 여우는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사막에서 번식하는데 어린 여우가 쿠웨이트의 도시에서 포착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야생동물 초상 부문 우승작 데니스 스토그스딜의 ‘졸린 북극곰’./네이처TTL

야생동물 초상 부문은 데니스 스토그스딜의 ‘졸린 북극곰’이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작가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북극곰이 산마루를 올라가다가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이다, 오후의 부드러운 하늘이 졸음에 빠진 북극곰의 완벽한 배경을 이루고 있다.

야생동물 초상 부문 2등 제임스 기포드의 ‘창조의 가마솥’./네이처TTL

2등은 제임스 기포드의 ‘창조의 가마솥’이 선정됐다. 작가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한낮의 열기 속에 코뿔소 어미와 새끼들이 쉬고 있는 모습을 찍었다. 먼지 속에 비친 모습은 마치 창조의 순간에 불 속에서 최초의 코뿔소가 막 태어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16세 이하 부문 우승작 토머스 이스터브룩의 ‘선택의 여지가 없네’./네이처TTL

16세 이하 부문은 토머스 이스터브룩의 ‘선택의 여지가 없네’가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찌르레기 무리 뒤로 갑자기 송골매 한 마리가 나타난 모습을 찍었다. 2등은 라파엘 셍커의 ‘산중의 싸움’이 받았다. 산양 두 마리가 스위스의 절벽 끝에서 싸우는 모습이다.

16세 이하 부문 2등상 라파엘 셍커의 ‘산중의 싸움’./네이처TTL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