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큰 격차로 패배할 것으로 예측되자 더불어민주당 내부가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1년 후 대선을 앞두고 충격적인 참패 결과를 받게될 경우 대선 가도 역시 밝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소집해 재보선 패배 후 당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인데 '전면적인 쇄신' 요구에 따라 당내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밤 10시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과 김종민·염태영·노웅래·신동근·양향자·박성민·박홍배 최고위원이 자리한다. 이어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모인다.
선거 참패 후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EP(KBS·MBC·SBS)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9% 득표율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7.7%)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도 국민의힘이 압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득표율 64% 대 33%로 크게 앞섰다. 다만 출구조사에 사전투표 결과는 반영돼 있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후 결과가 나오자 한 순간에 무거운 침묵을 유지했다. 출구조사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예측된 결과란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다녀보니 우리당에 회초리 때려야겠다는 서울시민이 생각보다 너무 많더라"면서 "막바지에 김상조·박주민 전월세 인상 건이 터지면서 사실상 전의를 상실한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중산층은 부동산값 올라 집한칸 못사는데 강남살면서 '임대료를 더 받느냐' 이 분노를 선거운동하면서 잠재울 방법이 없더라"고 전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의원은 "15%p 이상 질 거라고 예상했다"며 "무슨 '샤이진보'냐"고 혀를 찼다. 그는 "우리당 의원들이나 캠프의 초재선 의원들이 민심을 읽을 줄 모르고 단톡방에서 '이긴다' '엎었다', 한심하다"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당의 잘못이 크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수도권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문제나 특정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정권을 총체적으로 심판한 것"이라며 "그걸 잘 읽어야한다"고 강조했다.
5선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임금은 배, 백성은 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옛말을 거듭 절감한다”며 “민심이 두렵다”고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대전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20%p 이상의 대패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사전투표 결과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재선 의원은 "사전투표 개표하면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며 "한자릿수 격차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어야겠다고 하시니 달게 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것저것 문제가 많다 싶었는데 이번에 한번은 혼쭐 나야 저희도 정신 차리고 더 열심히 하니까 (유권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신 거 같다"고 해석했다.
패배를 받아들이고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당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통된 목소리였다. 다만 그 방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또다른 수도권 의원은 "이럴 때일수록 원칙있게 가야 한다"며 "5월 초 새 당대표를 뽑는 일정에 맞게 새 체제를 통해 '질서있는 쇄신'으로 가는게 맞다"며 "거대여당이 원칙있게 열심히 다시 국민신뢰를 받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다선 의원도 "당헌당규대로 상식적으로 질서있게 수습해야 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당 소속 의원들이 겸손하고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초재선들 참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도부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대위 체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결과가 안좋은데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사퇴할 사람들은 사퇴하고 청와대나 당이 빨리 비대위 체제를 세워 민심수습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