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8. 11:34ㆍ■ 법률 사회/性범죄·Me Too
내 성범죄 자랑 맞장구친 놈, FBI였다...함정수사에 징역 170년
채팅앱 상대에 범행 자랑하다 덜미
FBI수사관 들이닥쳐 물증 확보
올해만 10여건 함정수사 성과
입력 2021.02.28 09:52 | 수정 2021.02.28 09:52
미 플로리다주 올란도에 사는 조지 풀로(27)는 지난해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상대방에게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무용담을 벌이듯 떠벌렸다. 그는 다섯살 짜리 여자 어린이에게 몹쓸 짓을 한 일을 자랑삼아 얘기했고, 어린이들에 대한 변태적 욕구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상대방이 계속 맞장구를 치자 그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진 다섯장을 모바일로 전송했다. 그가 음란행위를 하면서 이를 어린아이들이 보도록 하는 장면이 사진에 담겨있었다.
어린이 대상 성범죄를 조심하라는 미국 뉴욕주 수사당국의 경고 문구 /뉴욕주 수사국 홈페이지
나중에 그는 성인남성이 어린아이를 범하는 동영상까지 보냈다. 풀로가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쯤으로 생각했던 대화 상대방은 위장수사를 벌이고 있던 수사관. 이른바 ‘언더커버’(undercover·함정수사)에 걸려든 것이다. 제 발로 감옥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었다. 연방수사국(FBI)이 기다렸다는 듯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풀로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FBI는 그가 2019년 여름부터 이듬해 2월까지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몹쓸짓을 저지른 물증을 찾아냈다. 풀로는 작년 9월 범행을 자백했다. 위장수사에 덜미를 잡힌 미성년 성착취범에게 플로리다 중부 연방지법 폴 바이런 판사가 선고한 형량은 징역 170년과 평생 보호관찰이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고, 의학기술의 발달로 그가 197살에 출소를 한다고 해도 교정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하며 성범죄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원 판결이 난 직후 마이클 맥퍼슨 FBI 탬파 수사본부 수석 특수요원은 “선고받은 형량이 얼마나 됐든 이 괴물이 어리고 순수한 아이에 대해 저지른 짓이 지워질 수는 없다”며 “이번 징역 170년 선고는 수사당국이 이런 포식자들이 다른 희생자를 노리지 못하도록 찾아내 사회에서 제거하는 노력이 성과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와 기소·판결을 계기로 아동 성착취범죄에서 함정수사가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동상대범죄 현황을 다룬 FBI 보고서 표지 /FBI 홈페이지
미 연방검찰과 각 주 경찰, FBI는 급증하는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 척결을 위해 2006년부터 ‘안전한 유년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폭넓은 협력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 숨은 성범죄자를 색출해내기 위해 FBI요원을 ‘비슷한 부류’로 위장해 투입하는 함정수사기법이 폭넓게 활용되는 양상이다. 이는 실제 수사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26일에는 뉴욕주 페인티드 포스트에 거주하는 조던 소워스비(25)가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 혐의로 거주지에서 체포됐다. 그는 온라인에서 성착취물 다운로드를 제의하며 접근해온 FBI위장요원의 접근에 걸려들면서 거주지가 노출됐다. FBI와 뉴욕주 경찰은 그를 체포하면서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어린이 성착취사진과 동영상 수백점 및 디지털 기기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함정수사요원은 때로는 미성년자로 위장한다. 뉴욕주 코이먼스 할로우에 거주하는 베넌 슈머혼 3세(51)는 10대 전용 온라인 대화방에서 만난 열 세 살 소녀에게 성관계를 제의하고 나체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열 세 살 소녀라고 생각했던 상대방은 함정수사를 벌이던 FBI요원이었다. 이미 성범죄로 10년 보호 관찰 조치에 있던 그는 최대 20년까지 징역살이를 할 수도 있는 처지다. 앞서 12일에도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에 거주하는 방사선 기술사 조지 토머스 그리피스(41)가 기소됐다. 그 역시 소셜 미디어 동향을 살피던 검·경 수사망에 걸려들어 함정수사요원의 접근에 덜미를 잡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이렇게 함정수사를 통해 체포·기소·유죄선고를 받은 아동 성착취범죄사례가 10여건이 넘는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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