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인사농단 논란···판사 콕 찍어 "대법관·법원장 안돼"

2021. 2. 9. 08:55■ 법률 사회/法曹人

[단독]김명수 인사농단 논란···판사 콕 찍어 "대법관·법원장 안돼"

 

박사라.이수정 기자

 

2021.0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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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 논란이 법원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요직을 맡았던 법관은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이유로 사표를 내게 하는가 하면 진상 조사에 참여한 법관은 서울중앙지법 주요 자리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 목표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에서 했듯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들로 법원 주류세력의 교체"라는 지적이 나온다.

 

 

 

"金,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 승진 안된다 선포"

 

© ⓒ중앙일보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8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2020년 1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흉흉한 이야기가 돌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여럿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고위직 판사 두 명을 콕집어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는 것이다. 한 명은 대법관 후보에 올랐던 법원 내 대표적인 ‘엘리트 판사’였고, 다른 한 명은 법원장 승진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그 자리에서 “그 두 사람은 대법관도, 법원장도 돼선 안된다, 내가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당시 행정처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모두 징계 대상에 오르거나 형사처벌을 받진 않았다. 이를 두고 김 대법원장이 “그런 일에 연루돼서 징계든 탄핵이든 받아야 될 판에 승진이 무슨 말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이후 두 판사는 각각 대법관 후보에서 탈락하고, 법원장 승진도 하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모두 사표를 냈다. 특히 법원장 승진에서 탈락한 판사는 인사 발표 직전에야 그 사실을 알고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장이 부담스러워 하신다" 사표 종용도

 

김명수 대법원장의 ‘내치기 인사’ 논란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재현됐다. 지난달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행정처 고위 관계자로부터 “김명수 대법원장이 부담스러워하신다. 승진은 기대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화로 통보받았다고 한다. 해당 부당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법원장 승진 1순위’로 꼽히던 상황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이를 사실상 ‘사표 종용’으로 받아들였고, 동료들에게 괴로운 심경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인사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법원행정처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해당 부장판사 역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됐지만 징계나 기소를 받지 않았다. 그는 2015년 행정처로부터 재판 개입 여지가 있는 문건을 전달받았지만 고민 끝에 파쇄했다.

 

이를 두고 한 법관은 “징계나 기소도 받지 않은 판사들조차 ‘사법농단’에 이름이 연루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표를 종용 당한다”며 “양승태 사법부에서 잘 나갔던 판사들은 앞으론 단물도 없다는 건데 대법원장이 정치적으로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징계 받은 법관 중 사직·임기만료한 전현직 법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징계 받은 법관 중 사직·임기만료한 전현직 법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우리법·인권법 후배'는 중앙지법 수뇌부로

 

반면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역임한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거나 ‘판사 블랙리스트’ 조사에 참여한 법관들은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 성지용 신임 중앙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출신으로 2017년 김 대법원장 지시로 만들어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진상조사단에도 참가했다.

대형 형사사건 배당을 결정하는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 임명된 고연금 부장판사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판사 블랙리스트’ 1차 조사에 참여했다. 송경근 신임 민사 1수석부장판사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 때 검찰 수사를 주장했었다.

 

© ⓒ중앙일보 김명수 대법원장 ‘코드 인사’ 논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명수 대법원장 ‘코드 인사’ 논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임종헌 전 차장 재판장, 이례적 6년 유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맡은 윤종섭 형사36부 부장판사는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유임해 “전례없는 인사” 논란을 낳았다. 임 전 차장 측은 2019년 6월 윤 부장판사가 검찰 측 편을 드는 등 유죄 심증을 드러냈다며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그런 윤 부장판사가 이번 유임 인사로 선고까지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재판을 맡아 ‘편파 진행' 비판을 받았던 김미리 형사21부 부장판사도 중앙지법에 3년째 유임됐다. 그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으로 평가되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잇따라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차례로 자리를 옮긴 김형연·김영식 전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이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특정 부장판사를 중앙지법에 6년 동안이나 유임시키는 이례적 인사를 하는 건 유죄를 선고하라는 것과 다를 바 무엇이냐”며 “오죽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 농단이란 말이 법원 내부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사라ㆍ이수정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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