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

2021. 1. 14. 12:28■ 문화 예술/영화 이야기

'미나리'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아이즈 ize 글 박한빛누리(칼럼니스트) 입력 2021. 01. 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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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박한빛누리(칼럼니스트)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을 때 많은 영화인들은 101년째를 맞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쾌거라며 기뻐했다. 앞으로 오랫동안 다시 있기 힘든 일이기에 더욱 경이로운 사건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진짜 앞으로 오랫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나 영화인이 수상하는 '제2의 기생충' 같은 쾌거를  보는 건 힘들까? 아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르면 오는 4월 25일,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왠지 기분 좋은 소식이 들릴 것만 예감이 커지고 있다.  

 

재미동포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가 지난해부터 각종 미국 영화 시상식에서 수상행진을 이어가며 후보 지명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윤여정은 미국 각종 매체와 평단의 격찬을 받으며 지난해 연말부터 열린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11관왕’에 등극했다. 선댄스 샌디에이고, 뮤직시티, 디스커싱 필름, 노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오클라호마 비평가협회 작품상, 미들버그 영화제,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카프리 할리우드 국제영화제부터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비평가협회 등이 주최한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강력한 아카데미 수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미나리'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에 첫 공개됐을 때부터 호평을 받았다  영화가 공개된 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2021년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에 대한 예측 기사에서 '미나리'를 후보로 예측한 10개 영화 중 하나로 언급했다. 물론 예측이기는 하지만 꽤나 공신력 있는 매체라는 걸 감안할 때, 수상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영어로 리 아이삭 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했다. 스티븐 연과 한예리가 주인공인 제이콥- 모니카 부부를, 윤여정이 한국에서 온 외할머니를 연기했다. 즉 스티븐 연이 연기한 제이콥은 정이삭 감독의 아버지, 한예리는 어머니 모니카 역할이다.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Plan B가 제작했고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이디 버드', '미드소마' 등을 배급한 A24가 투자를 맡았다. 

 

그런데 영화 제목은 왜 '미나리'일까? 당시 정 감독의 할머니가 미나리 씨앗을 가져다 심었는데 가장 잘 자란 이유에서다. 정감독은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하고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라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의 이력이 재미있다. 1978년 미국 아칸소 출생. 사실 그는 이과 출신의 수재로 원래는 의대에 진학하려고 했다.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던 중 3학년 때 영화에 빠지며 인생이 바뀌었다. 결국 마지막 학기에 영화로 전공을 바꿨다. 그리고 미국 유타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학을 공부했다. 이후 '하이웨이', '섹스와 커피', '코요테', 그리고 장편데뷔작 '문유랑가보', '아비가일' 등을 연출했다. '문유랑가보'는 칸에서 호평을 받았고 '아비가일'은 ‘29회 로스앤젤레스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에서 감독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KBS '다큐 세상'에서 ‘유타대학교 아시아 캠퍼스 교수 이삭 정’으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정이삭 감독 이외에도 한국계 문은주 감독도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라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문은주 감독은 가수 헬렌 레디의 인생을 다룬 영화 '아이 엠 우먼'으로 찬사를 받으며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기생충’의 괄목할 만한 성과 이후 한국 영화인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바람난 가족', '하녀'의 임상수 감독은  미술 잡지 '아트 인 아메리카'의 편집장인 리처드 바인의 소설을 영화화한 '소호의 죄'를 연출할 예정이다. 현재 휴 잭맨과 브래드 피트가 캐스팅 물망에 올랐고 빠르면 올해 말에 크랭크인 될 예정이다. 임상수 감독 이외에도 충무로 중견 감독들을 향한 할리우드의 러브콜이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이 백인 중심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현재의 상황은 최근 할리우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는 재능 있는 흑인, 아시아계 등 유색 인종 영화인들이 선입견과 편견을 깨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계 영화인들이 약진하고 있다. 정이삭 감독이 영화 '미나리'로 그 흐름의 선두에 서 있다고 보면 된다. 더 이상 비주류 소수의 목소리가 아닌 주류로 올라서기 위해 싸우고 있다. '미나리'의 후보지명과 수상이 더욱 기다려지고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차기 아카데미상 후보로 거론되는 '미나리'는 국내 극장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그동안은 코로나19로 개봉일을 잡지 못했다. 수입사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 전후로 개봉될 예정이다. 참고로 2021년 78회 골든 글로브 후보 발표는 2월 3일이며, 시상식은 2월 28일이다. 제93회 아카데미상의 후보 발표는 3월 15일, 시상식은 2021년 4월 25일에 열린다. '미나리' 관련 희소식이 들릴 때마다 아마도 미나리 삼겹살 맛집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박한빛누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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