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3. 12:11ㆍ■ 문화 예술/演藝. 방송人
다시 호명된 유재석의 이름이 갖는 의미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입력 2021. 01. 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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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무한도전’이 종영할 때 적지 않은 이들이 유재석의 시간이 저물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오랜 동안 탄탄하게 쌓아온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마치기 전까지는 해당 방송인에게 있어 든든한 뒷배 노릇을 하지만 마치고 나서는 새롭게 나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란 생각보다 더 수월하지 않다.
하지만 이어진 유재석의 행보는 주변의 우려를 무색하게 할 만큼 다채로웠다. 그간 ‘무한도전’에 쏟은 힘과 시간의 지분이 이렇게나 컸나 싶을 정도로,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에서부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SBS ‘미추리 8-1000’, JTBC ‘요즘애들’ 등, 이미 진행 중이던 몇몇 예능프로그램을 더하면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예능프로그램을 하나씩은 다 맡았다고 보아도 되겠다.
물론 이 프로그램들이 모두 현재진행형이진 않으며 몇몇은, 유재석이 참여한 것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렇게, 항상 어느 한 곳에서든 대상을 수상해 왔던 그의 이름이 더 이상 호명되지 않는 시점이 찾아왔고, 유재석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에 ‘무한도전’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아온 많은 이들의 마음은 문득 서글퍼졌으리라.
“어떤 결과가 됐든 받아들이고 내가 그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 그런 생각으로”
정작 누구보다 초조하고 불안했을 당사자인 유재석은 별 타격이 없어 보였지만. 속에서는 어떤 동요가 일었는진 알 수 없어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늘 그랬던 것처럼 성실하게 주어진 프로그램을 해 나갔고 과감하고 또 신중하게 새로운 도전들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니까 ‘무한도전’의 영예가 조금씩 잊혀갈수록 좀 더 자유로워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매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야 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러했다. 사실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종종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어, 방송인들에겐 쉽지 않은 구성이다. 하지만 유재석에게는 하루의 삶을 빼곡하게 살아내는 수많은 보통의 사람들과 이루어지는 짧고도 굵은 만남이 오히려 힘을 얻는 시간으로 작용했는지,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본연의 모습이 프로그램에 반영되는 비율이 높아졌다.
“제가 ‘무한도전’을 하고 다시 대상을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어쩌면 ‘무한도전’의 후속이라 보아도 될 MBC ’놀면 뭐하니?’를 시작할 사전 준비, 그러니까 부담을 덜어내는 작업을 치른 것일지 모른다. 김태호PD를 비롯한 여러 제작진과 함께 만들어 오고 있는 ‘놀면 뭔하니?'의 플랫폼은 ‘유재석’ 그 자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석은 프로그램 내에서, ‘부캐’라는 명명 하에 드럼과 하프 연주에서부터 트로트 가수로의 데뷔, 혼성 그룹 결성 뿐만 아니라 라디오 DJ, 치킨집 주방장, 연예기획사 대표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건, 그렇다고 또 어느 하나 유재석스럽지 않은 캐릭터는 없다는 점이다. 마치 유재석이라는 하나의 인물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주어진 상황 혹은 사람과 조화를 이루고 연합하여 함께 주어진 미션을 완성해나가는 그의 특별한 능력이, 부담을 던 그 자리에 제대로 들어서서 발휘된 결과다. 그리하여 2020년 연말, 결국 다시 한번 유재석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게 아니다. 과거는 과거의 자리에 두고 일어나, 본연의 모습에만 집중하며 나아간 끝에 다시 새로이 마주한 발자취여서, 유재석의 대상 수상은 더욱 의미 깊다.
분명, 풍요로웠다 기억되는 지점을 포함하여, 지나간 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죽음 앞에 서기 전까지 우리의 모든 삶의 순간은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인식한다면 우린 좀 더 자유롭게, 우리 본연의 삶답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 구애받지 않고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다 보면, 처음 맞는 또 다른 풍요로운 시간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모양새를 한 채로, 어느새 눈 앞에 도래해 있을 지도 모르는 법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SNS,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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