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로 시작해 부가티로 끝나는 프랑스 최고 車박물관

2020. 12. 20. 12:40■ 우주 과학 건설/陸上 鐵道 自動車

부가티로 시작해 부가티로 끝나는 프랑스 최고 車박물관

다음자동차 입력 2020.12.20. 09:0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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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티를 만나다- 뮐루즈 국립 자동차 박물관 (1)

현재 프랑스 최고의 자동차 박물관이라고 한다면 뮐루즈에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정식명은 ‘도시의 자동차 국립 박물관 슐룸프 콜렉션 (Cité de l’Automobile – Musée National – Collection Schlumpf)인데, 흔히 뮐루즈 국립 자동차 박물관으로 줄여서 쓰고 있습니다.

뮐루즈 국립 자동차 박물관 전경 / 사진=이완

과거 섬유공장 자리에 들어선 이 국립 자동차 박물관은 전시 면적이 25,000m²에 무려 400여 대에 이르는 클래식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400여 대라고 하니 감이 잘 안 오실 텐데요. 꼼꼼하게 이 모델들을 다 둘러보려면 최소 반나절은 잡아야 할 정도의 많은 숫자입니다.

이처럼 많은 자동차를 그렇다면 누가, 언제, 어떻게 모았던 걸까요? 국립 자동차 박물관이라고 하니 중앙 정부나 시가 나서 수집을 한 것이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출발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박물관 역사는 섬유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한스와 프리츠 슐룸프(Schlumpf) 형제로부터 시작됩니다.

한스 슐룸프(좌)와 프리츠 슐룸프(우) 형제 / 사진=Arnaud 25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두 아들은 성장 후 함께 섬유 사업 등을 하며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그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특히 두 살 아래 동생 프리츠 슐룸프가 자동차 수집에 광적으로 집착했습니다. 1961년 시작된 자동차 수집은 은밀하게 이뤄졌고, 공장 내 한 창고에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사온 자동차가 공개될 뿐이었습니다.

슐룸프 형제의 자동차 수집에는 하나의 원칙 비슷한 게 있었습니다. 미국이나 아시아 지역의 자동차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들의 눈에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의 고전적 자동차만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1965년 한 잡지에 의해 슐룸프 형제의 컬렉션이 소개되었고, 결국 공개를 결정하게 됩니다.

17,000m² 크기의 중앙 전시실을 위해 창고는 개조됐고, 1976년까지 엄청난 돈이 박물관 프로젝트에 투자됐습니다. 하지만 섬유산업이 주춤하면서 그들의 사업도 힘을 잃게 되는데요. 많은 자금이 박물관에 들어간 바람에 회사는 더 빠르게 추락하게 됩니다. 결국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갔고, 파산을 피할 길이 없자 슐룸프 형제는 빚만 잔뜩 남긴 채 스위스로 피신합니다.

노조는 하는 수 없이 슐룸프 형제가 모은 자동차와 박물관을 강제로 점령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밀린 임금 일부라도 건질 생각이었던 겁니다. 채권자들 또한 고가의 자동차를 처분해 빌려준 돈 일부를 되찾을 생각이었습니다. 자동차를 놓고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결국 1981년 뮐루즈 시는 박물관 협회와 함께 거액을 들여 이 창고와 수집된 자동차 모두를 인수합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2년 정식으로 박물관은 문을 열게 되죠. 이후2000년 3월, 개보수 작업 후 재개장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박물관 주 전시실 전경 / 사진=이완

그런데 많은 이들이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을 부가티 박물관이라고도 부릅니다. 왜 그럴까요? 슐룸프 형제가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수집하면서 흩어져 있던 부가티 모델을 모으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컬렉션의 핵심이었던 것이죠. 그 결과 현재 이 박물관에는 90여 대에 이르는 부가티 모델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수집된 부가티 30대를 기차로 한꺼번에 실어 나른 일화는 유명합니다.

기차에 실린 부가티 모델들과 프리츠 슐룸프 / 사진=부가티

뮐루즈 국립 자동차 박물관은 그 명성에 비해 박물관 주차장은 공터를 연상시키듯 뭔가 엉성합니다. 하지만 다리 건너편에 있는 건물은 주변과는 전혀 다른 세련된 분위기를 하고 있죠. 무엇보다 2006년 입구 전면에 설치된 자동차 모형들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프랑스와 이웃한 독일, 스위스는 물론이고 멀리서 찾는 방문객이 많아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 오후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독특한 박물관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 사진=이완

주 전시공간에 들어가기 전 사람들은 먼저 슐룸프 가문 소개와 사업, 그리고 자동차 수집과 관련한 간단한 역사가 담긴 영상물을 볼 수 있는 곳에 들르게 됩니다. 바닥과 벽 천장이 온통 붉은색으로 된 이 방에 들어서면 선명하게 대비된 푸른색의 부가티 타입 35B 레이싱 모델에 눈이 가게 되는데요.

슐룸프 집안을 기념하는 공간 / 사진=이완

192년부터 1931년까지 생산된 레이싱카는 타르가 플로리오 연속 5회 우승을 비롯, 1800번 이상 크고 작은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 부가티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부가티의 특징인 말발굽 보양의 그릴이 이때 등장했고, 알로이 휠을 적용해 휠 역사에 큰 변환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부가티 타입 35B / 사진=이완

이제 부가티 모델들을 본격적으로 만나볼 시간입니다. 난 다른 차 다 제치고 우선 부가티를 보고 싶다는 분들은 거대한 주 전시관의 좌측 뒤쪽에 마련된 공간으로 가면 됩니다. 럭셔리 클래식카들 약 80여 대가 별도로 전시돼 있는 곳으로, 주로1930년대 전후에 생산된 롤스로이스, 벤틀리, 벤츠, 마이바흐부터 부아쟁과 들라이예까지, 시대를 빛냈던 명차들이 푸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빛나는 모델은 부가티 타입 41 르와이얄입니다.

럭셔리 클래식카들이 모여 있는 전시실 / 사진=이완

부가티 르와이얄은 1926년 첫 프로토타입이 나온 말 그대로 부가티 최고의 럭셔리 세단입니다. 배기량이 무려 12,763cc인 8기통 가솔린 엔진 출력이 무려 300마력으로 최고속도는180~200km/h까지 낼 수 있었습니다. 차의 길이는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최소 6m였고, 휠베이스가 웬만한 콤팩트 해치백보다 긴 4.5m 이상이었죠. 공차 중량이 3톤에서 최대 3.5톤에 이르는, 초럭셔리 세단 최고 위치에 있던 모델이었습니다.

르와이얄과 에토레 부가티 / 사진=부가티

하지만 세계 경제가 경제 대공황으로 어려움에 처하는 등 이 차를 판매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첫 주문은 1932년에 이뤄지는데요. 파리 사업가 Armand Esders는 헤드램프가 없는 (야간에 운전할 일이 없었기에) 르와이얄을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Esders 로드스터는 제작된 르와이얄 6개 모델 중 두 번째 것입니다. (이 차는 나중에 새 주인에 의해 다시 한번 차체에 변화를 맞으며 ‘쿠페 드빌 스타’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됩니다.)

현재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에 이 르와이얄 Esders 한 대가 전시실 출구 쪽에 전시되어 있는데 오리지널 섀시와 일부 부품을 이용해 새롭게 제작된 것으로, 당시 제작된 원형의 느낌을 바로 코앞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전시 중인 부가티 타입 41 르와이얄 Esders / 사진=이완

르와이얄 Esders를 제외한 오리지널 르와이얄 중 현재 박물관에는 두 대가 전시 중인데요. 가장 먼저 제작되었던 쿠페 나폴레옹(섀시 넘버 41-100)과 4번째 제작된 (세 번째 고객을 맞았던) 리무진 파크 워드(Park-Ward)입니다. 당시는 엔진과 변속기를 포함한 섀시는 제조사가 만들고 차체는 외부 코치 빌더들에 의해 주문 생산되던 시기였는데 부가티 역시 그런 흐름을 따랐습니다. 4번째 르와이얄 파크 워드는 바로 이 코치 빌더 중 하나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르와이얄 파크 워드 (사진 위)와 쿠페 나폴레옹 (사진 아래) / 사진=이완

르와이얄은 당시 경쟁 브랜드였던 롤스로이스보다 훨씬 비쌌고, 총 6대가 만들어져 4대가 판매됐을 뿐입니다. 이 희소성 때문에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가 그간 이뤄졌고, 이제 슐룸프 형제에 의해 뮐루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더는 경매 시장에서 볼 수 없을 듯합니다.

르와이얄 라디에이터 뚜껑은 독특하게 ‘춤추는 코끼리’라는 이름의 엠블럼 타입의 형상이 달려 있다. 부가티 유일한 보닛 위의 모형으로 에토레 부가티의 동생 렘브란트 부가티가 만들었다 / 사진=부가티

또 부가티 하면 1934년부터 1940년까지 약 700여 대가 생산된 타입 57 시리즈도 유명합니다. 그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예술적인 자동차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모델로, 아우토슈타트 탐방기에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당연히 뮐루즈에서도 57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데요. 57 SC 아틀란틱처럼 희귀 버전은 아니지만 타입 57 역시 시리즈가 주는 독특한 미감을 경험하게 합니다. 1937년과 1938년 2년 동안 41대가 만들어졌다고 하죠.

부가티 타입 57 SC / 사진=이완

 

부가티 43A 로드스터 (사진 위)와 부가티 46 코치 (사진 아래) / 사진=이완

1930년에 만들어진 부가티 43A 로드스터, 부가티 46, 그 외에도 다양한 부가티 클래식 모델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침 제가 방문했을 때엔 특별 전시실에서 부가티의 과거와 현재 주요 모델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공간에 핀조명을 받은 부가티들에 많은 관람객이 시선과 마음을 빼앗겼죠. 그중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린 것은 2016년 베이론 후속작으로 나온 시론, 그리고 2년 후에 나온 디보(Divo)였습니다.

특별전 전시관 / 사진=이완

특히 디보는 그 강렬한 스타일로 인해 정말 인기가 많았습니다. 시론은 1,500마력에 최고속도 420km/h에 달하는 하이퍼카의 대명사죠. 0-100km/h가 2.4초인 이 괴물차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30억을 넘어가며 베이론 후속작으로 매우 성공적인 등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500대 한정 판매에도 아직 완판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 인기 모델 디보는 시론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으로 부가티 브랜드 창립 110년을 기념해 나온 모델입니다. 시론과 비교하면 최고속도는 380km/h로 뒤지지만 가격은 시론 2배에 달합니다. 40대만 판매하기 때문에 바로 완판이 되었죠. 공도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울 이 차를 박물관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시론(사진 위)과 디보(사진 아래) / 사진=이완

또 관람객의 관심을 받은 모델은 1923년에 4대만 제작된 타입 32였습니다. 흔히 투어 드 탱크, 그냥 탱크(Tank)로도 불리는 경주용 자동차인데 디자인이 무척 독특합니다. 차체 무게는 650kg밖에 안 나가는데 무려 8기통 엔진이 들어갔습니다. 이 엔진을 넣기 위한 짧은 휠베이스는 물론 새로운 트랜스액슬 개발을 해야 했습니다. 실제 레이스에서 탑 3 안에 드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죠.

부가티 타입 32 탱크 / 사진=이완

 

레이싱 자동차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부가티 경주용 차들 / 사진=이완

이 외에 레이싱 카들을 모아놓은 별도의 전시실이 있는데, 수십 대의 레이싱카들과 나란히 부가티 레이싱 모델들도 함께 놓여 있습니다. 또 일부 부가티 자동차는 주 전시실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한 마디로 부가티로 시작해 부가티로 끝이 나는 그런 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가티 외에도 뮐루즈 국립 자동차 박물관은 볼 차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클래식 자동차를 통해 이 박물관의 또 다른 매력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전시관을 빠져나가는 출구 쪽에도 여러 부가티 모델들, 차체, 그리고 엔진이 전시돼 있다 / 사진=이완

 

글/이완(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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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해전에6분전

    저런 디자인을 하신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꼭 한번 가 보고 싶네요,.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0댓글 비추천하기0

  • 김동의9분전

    부가티~~부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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