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떠나도 펠로시는 남는다…하원의장 '2년 더'

2020. 11. 19. 10:08■ 국제/미국

트럼프는 떠나도 펠로시는 남는다…하원의장 '2년 더'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2020.11.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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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 하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80)이 새로 구성되는 117대 의회에서도 하원의장 자리를 확보했다. 펠로시 의장은 2003년부터 민주당 하원 당대표 역할을 맡고 있으며, 2003~2007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하원의장을 역임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하원의장에 재등극한 펠로시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를 밀어부치는 등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2년 뒤 의장 자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민주당은 18일(현지시간) 하원의원들의 표결에서 펠로시 의장을 내년 1월 새로 출범하는 117대 의회 하원의장으로 추대키로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원의장은 의회가 새로 구성되면 전체 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되지만 민주당이 지난 3일 실시된 선거에서 하원 과반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펠로시 의장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민주당이 2018년 말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수를 확보하면서 하원의장에 취임한 펠로시 의장은 임기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예산안에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포함시키자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거부했고, 이 때문에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 연방정부 셧다운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펠로시 의장의 진두지휘 아래 2019년 연방정부 예산안을 봉쇄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국경장벽 예산을 일부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펠로시 의장은 당초 민주당 내에서 들끓었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면죄부를 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결집 등 민주당 입장에선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 진보진영은 펠로시 의장이 대통령을 견제해야 하는 의회의 의무를 저버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거지자 탄핵 카드를 빼들었다. 하원 정보위원회와 법사위원회 주도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한 청문회를 진행시켰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사건건 자신과 대립각을 세워온 펠로시 의장에 대해 ‘미친 여자’라고 비난하는 등 적개심을 감추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충돌한 사례는 많지만 지난 2월 4일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통령 신년연설에 두 사람은 극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년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뒤 연설문을 펠로시 의장에게 건넸고, 펠로시 의장은 연설문을 받은 뒤 악수를 청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시하고 돌아섰고, 펠로시 의장이 뻗었던 손을 거두며 민망한 표정을 짖는 장면이 TV화면에 그대로 중계됐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다음 그에게 받았던 연설문을 두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로 앙갚음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연방정부 셧다운 상태에서 열렸던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는 두 손을 오리 주둥이처럼 모으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펠로시 의장이 하원의장 자리를 지키고,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하면서 두 사람의 대결은 결과적으로 펠로시 의장이 승리한 셈이 됐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에서 압승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오히려 하원 의석이 전보다 줄어드는 등 고전했다. 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에 대한 결선투표 결과에 달려있긴 하지만 상원 과반수 확보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펠로시 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펠로시 의장은 경륜과 함께 2년 뒤 자리를 내놓겠다는 약속을 앞세워 하원의장 자리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8년 말 중간선거 뒤 하원의장 선거에서 4년 뒤 의장 자리를 내놓겠다는 약속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내가 가질 수 있는 지렛대를 약화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약속을 했다”면서 2년 뒤 의장 자리를 내놓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펠로시 의장은 1987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으로 처음 선출됐으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18선 고지를 넘었다. 그는 2003년부터 하원의장이 되면서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이끌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었다. 민주당이 2006년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내주면서 2007년 초 하원의장 자리를 내주었지만 민주당 하원 대표 자리는 계속 유지했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는 미국 역사에서 선출직으로는 자장 높은 권력에 오른 여성이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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