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0. 11:09ㆍ■ 국제/지구촌 인물
아내·딸 잃고 神 원망한 바이든, 그런 그를 일으킨 '두컷 만화'
임선영 입력 2020.11.10. 05:01 수정 2020.11.10. 09:33
바이든 당선자 책상 위 두 컷 '만화 액자' 눈길
부인과 딸 잃고 방황하던 바이든에 아버지 건네
"왜 나입니까?" 절규에 돌아온 답은 "왜 넌 안되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책상 위엔 수십 년간 간직해 온 조그만 액자 하나가 놓여있다. 액자에 담긴 건 두 컷짜리 만화. 그는 평소 "이 만화가 필요할 때마다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책상에는 '만화 액자'(노트북 뒤편)하나가 놓여있다. 그가 1972년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후 신을 원망하며 슬픔에 빠져있자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건넨 것이다. [트위터 캡처]
만화는 미국 유명 작가 딕 브라운(1917~1989년)의 '공포의 해이가르'다.
주인공인 해이가르는 거칠지만 가정적인 바이킹이다. 그는 자신이 탄 배가 폭풍우 속에서 벼락에 맞아 좌초되자 신을 원망하며 하늘을 향해 외친다. "왜 하필 나입니까?(Why me?)". 그러자 신은 그에게 이렇게 되묻는다."왜 넌 안되지?(Why not?)".
바이든 당선인이 수십 년간 간직해 온 만화. 그는 이 만화를 통해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트위터 캡처]
영국 유명 언론인 피어스 모건은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뒤인 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 만화에 얽힌 사연을 전했다.
모건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2015년 장남 보 바이든이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모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모건에게 "피어스, 조 바이든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모건은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일면식도 없었지만, "개성 있는 목소리"를 듣고 그가 맞는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1973년 1월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후 아들 보 바이든이 누워있는 병실에서 상원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은 모건에게 "아들에 관해 쓴 기사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낸 보는 46세에 요절하기 전까지 바이든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혔다. 전도유망한 젊은 정치인의 죽음을 접한 모건은 '보 바이든은 미국 최고의 대통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이때 모건에게 이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이든 당선인은 29세였던 1972년 상원의원이 되자마자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아들 보와 헌터도 이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그는 신을 원망하며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는지 그 이유를 거듭 묻고 있었다.
바이든 당선인 책상에 놓인 만화 액자. [트위터 캡처]
바이든 당선인은 모건과의 통화에서 "당시 아버지는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믿음을 잃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작정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만화를 넣은 액자를 건넸다. 그 만화가 바로 딕 브라운의 '공포의 해이가르'였다. "아버지는 내가 낙심해 있을 때마다 '얘야, 세상이 네 인생을 책임져야 할 의무라도 있니? 어서 털고 일어나'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이 만화는 나에게 ‘이미 일어난 일은 합리화할 방법이 없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불행은 찾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아버지의 방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는 이 만화를 통해 "아무리 나쁜 일처럼 보여도 많은 사람이 나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일을 겪고 있고,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과 '삶의 목적'을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힘든 일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털고 일어서지 않으면 일어난 일에 짓눌려질 것이다. 나는 처음엔(아버지가 만화를 주었을 때)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들 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만화가 주는 메시지가 너무나 소중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아버지 조셉 바이든 시니어(1915~2002년)는 보일러 청소와 중고차 판매 일을 했다. 그는 선거 운동을 하면서 "아버지는 항상 제게 '사람을 평가할 땐 그가 얼마나 자주 쓰러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일어섰느냐를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자주 말해왔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1985년 딸 애슐리를 안은 채 아들 보와 헌터, 조지 H.W. 부시 대통령 앞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은 자신의 아들을 기리는 칼럼을 쓴 모건에게 "내가 당신에게 빚을 졌다. 언젠가 갚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모건은 "당신은 내게 진 빚이 없다. 보에 대한 글은 내가 그렇게 믿기 때문에 쓴 것이다. 보의 죽음은 당신의 가족뿐 아니라 미국에도 크나큰 손실"이라고 답했다.
바이든은 모건에게 "아이들을 매일 안아줘라. 자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며 통화를 마쳤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중앙일보 주요 뉴스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
- 닭갈비의 배신···김경수 영수증이 김경수 잡았다
- 자살골 넣은 추미애···"법무부 검찰국, 검찰 특활비 10억 받았다"
- 20년전 앨 고어 "다신 전화 안하겠다"···이게 승복 연설의 정석
- 13일부터 걸리면 10만원···'턱스크족' 현장 이렇게 잡는다
- [단독] 김경수 잡은 허익범 특검 "증거 1333개, 유죄 확신했다"
- 2017년 '안보비'로 이름 바뀐 국정원 특활비..내년 404억 증액
- "헤어지자" 했다가 당했다···목숨 거는 '이별' 작년만 229명
- 앙심 폭발 트럼트, 패배 이틀뒤 트윗으로 에스퍼부터 해고
- 인파 북적 베이징 ‘바이든 식당’···자장면값 9년만에 3배 껑충
- "中과 전쟁나면 우리 도울까"…바이든이 불안한 대만
댓글 136MY
- 추천댓글도움말
- 찬반순
- 최신순
- 과거순
-
어떤날은4시간전
중앙은 며칠전까지 삼성 빨다가 선거되니트럼프 빨아대더니 이제 바이든 빠냐 중앙기자들 참 욕본다 ㅋㅋ
답글4댓글 찬성하기148댓글 비추천하기45
-
참깨1시간전
눈빛이 슬퍼보이더라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36댓글 비추천하기4
-
Jay4시간전
참으로 아버지다운 아버지를 모신,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이시네요.. 세상사 교훈이 되는 두컷 만화를 업무 책상앞에 두고, 초심을 잃지않고 오늘을 맞이한 바이든 당선자는 결코 미국을 혼란과 고립에 빠뜨리지 않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답글1댓글 찬성하기249댓글 비추천하기5
더보기
새로고침
많이본 뉴스
- 뉴스
- 1위"예전과는 다르다"..'방송정지' 결정에 MBN·TV조선 등 불안감 고조
- 2위재정적자 108兆 최악..갚아야 할 나라빚도 800兆 넘어
- 3위野 공수처장 후보 석동현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될 괴물"
- 4위"수신료 받는 KBS, '尹총장 죽이기' 현정권 편 들어" 황상무 전 앵커 사표
- 5위'조국 딸 집 초인종' 누른 기자 2명..경찰, 기소의견 송치
- 6위경주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꼭꼭 숨은 단풍 명소
- 7위하나투어 -94.5% 모두투어 -95.8%..여행업계 "이대로는 전멸 불가피"
- 8위의대생 86% 미응시한 의사국시 실기시험 끝났다
- 9위차고에서 발견된 6억 원어치 '스타워즈'
- 10위트럼프, 대선불복 이어 국방장관까지 경질.."충격적 움직임"
이전다음전체 보기
- 연예
- 스포츠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
- 질 바이든 "교직생활 계속"..백악관 최초 '투잡' 영부인
- 중앙일보20년전 앨 고어 "다신 전화 안하겠다"..이게 승복 연설의 정석
- 뉴시스'비밀이야' 사찰서 지적장애인 성폭행한 60대 스님 실형
- 서울신문트럼프 떠나도.. 또 다른 '트럼프들' 넘어야 하는 바이든
- 채널A여동생 밸러리가 이방카 역할하나..'바이든 패밀리' 눈길
- 뉴스1"남편 목숨 값이 '눈 먼 돈' 전락"..미망인들이 뿔난 이유는?
- [바이든 시대] 유세로 트럼프 골탕 먹였던 틱톡 이용자들 또 한 방
- 중앙일보13일부터 걸리면 10만원..'턱스크족' 현장 이렇게 잡는다
- 조선비즈오포·비보·샤오미 뜬다는데.. 韓 디스플레이 업계 근심 가득한 이유
- 뉴시스與, 정봉주 재심 요구 봇물..'BBK특검' 윤석열 공격 포석도
- 뉴스138년 방치된 광주 흉물 '서진병원' 드디어 사라지나
- 중앙일보[단독]김경수 잡은 허익범 특검 "증거 1333개, 유죄 확신했다"
'■ 국제 > 지구촌 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서 오토바이 타고 127m 화염 터널 통과..세계 기록 (0) | 2020.11.11 |
---|---|
바이든 "지금은 트럼프가 대통령" 불복까지도 포용 (0) | 2020.11.11 |
"해리스 당선은 印 경사" 외조부 고향 마을 축제 열기 (0) | 2020.11.06 |
나이차 무려 76세…103세 할아버지, 27세 여성과 중매결혼 (0) | 2020.07.30 |
'파푸아 오지 돕던' MIT 출신 미국 조종사의 안타까운 죽음 (0) | 2020.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