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흑인·여성' 부통령과 세컨드 젠틀맨 탄생 "우리가 해냈다"

2020. 11. 8. 07:35■ 국제/백악관 사람들

첫 '흑인·여성' 부통령과 세컨드 젠틀맨 탄생 "우리가 해냈다"

천금주 입력 2020.11.08. 05:59

대선 승리로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 부통령에 오르게 된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현지시각으로 7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해냈다”며 감격해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러닝메이트인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이날 승리 확정 보도 후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든 당선인과 통화하는 짧은 영상을 올렸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공원에 있던 해리스 당선인은 통화에서 “우리가 해냈다. 조, 우리가 해냈다”라고 거듭 말한 뒤 “당신이 이제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휴대전화 영상은 해리스 당선인의 남편인 더글라스 엠호프 변호사가 직접 촬영한 것이라고 한 보좌관이 CNN방송에 전했다. 이와 별도로 엠호프는 아내와 포옹하는 사진과 함께 “당신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해리스 당선인은 미 언론이 일제히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대선은 바이든이나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에 대한 선거”라며 “미국의 정신과 이를 위해 싸우려는 우리의 의지에 관한 선거”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해리스 당선인은 “우리 앞에는 할 일이 아주 많이 있다”면서 “시작해보자”고 했다.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 부통령으로도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는 정치경력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77세 백인 남성’ 대선후보를 보완할 적임자로 꼽혀 일약 부통령 후보에 발탁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해리스 당선인이 워싱턴DC 중앙무대에 발을 들인 건 2017년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이 되면서다. 그때만 해도 2004년 샌프란시스코 검사장, 2011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내며 이력을 쌓아 중앙무대로 갓 진출한 새내기였다. 그러나 해리스의 운명은 2년 뒤인 작년 1월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 선언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2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바이든은 물론 버니 샌더스·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쟁쟁한 후보들이 포진해 해리스 의원의 자리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던 해리스 당선인이 존재감을 보여준 건 지난해 6월 첫 TV토론이었다.

과거 인종차별주의 성향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협력했던 바이든 당선인의 이력을 들추고 흑인으로서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매섭게 몰아붙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나중에 해리스 당선인의 공세에 무방비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바이든 후보가 각별히 아끼다 먼저 떠나보낸 장남 고(故) 보 바이든과 절친한 사이였다. 그러나 해리스 당선인은 해를 넘기지 못하고 자금난 등으로 경선에서 하차했다. 이후 ‘고령의 백인 남성'을 보완할 부통령 후보가 필요했던 바이든 당선인은 해리스 당선인을 낙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을 정면 공격했던 해리스를 끌어안으며 포용적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후보들을 물리치고 중앙무대 신예나 다름없는, 그것도 첫 경선 TV토론에서 자신을 가차 없이 공격한 해리스 당선인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당선 시 첫 여성·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 되는 것이라 상징성이 크면서도 표심 확장의 동력이 됐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 역시 77세의 바이든 당선인을 향한 우려를 불식하는 요소다. 행여 바이든 당선인이 유고 상황이 되더라도 건강 문제없이 바로 권한대행을 이어갈 수 있다. 검사 이력을 십분 활용, 2018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청문회에서 ‘송곳질의’로 주목받았던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해내는 것 역시 해리스 의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었다.

대선 승리로 해리스 당선인은 연방의회에 발을 들인 지 4년 만에 백악관에 진출,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라는 역사를 쓰게 됐다. 해리스 당선인이 부통령에 오르면서 그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도 미국 역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이 됐다.

미국에선 대통령의 부인을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 부통령의 부인을 ‘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동안 여성 부통령이 나오지 않아 ‘세컨드 젠틀맨’은 없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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