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진년 연행도첩' 등 조선 회화·불경·마애불 5건 보물 된다

2020. 10. 29. 12:36■ 불교/불교 문화재

'경진년 연행도첩' 등 조선 회화·불경·마애불 5건 보물 된다

이기림 기자 입력 2020.10.29. 09:51

문화재청, 보물 지정 예고..30일 예고기간 및 심의 거쳐 지정

'경진년 연행도첩'.(문화재청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경진년 연행도첩' 등 조선 시대 회화, 불경, 마애불 등 5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진년 연행도첩'은 경진년인 1760년, 11월2일 한양에서 북경으로 출발해 이듬해 1761년 4월 6일 돌아온 동지사행의 내용을 영조(재위 1724~1776)가 열람할 수 있도록 제작한 어람용 화첩이다.

화첩에 수록된 홍계희의 발문에 영조가 사행단이 떠나기 전 홍계희를 불러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잡혀있던 심양관의 옛터를 자세히 살피라는 명을 내렸다는 내용과 그 외 참고할만한 사적도 그려서 올린 경위가 자세히 기록됐다. 그 결과, 이 화첩에는 그가 화가들을 데리고 직접 현장을 찾아간 심양관과 산해관의 옛터, 북경의 문묘 등 유교 사적의 그림이 풍부하게 수록됐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언해) 권상1의2'는 중국 당나라 승려 규봉 종밀(780~841)의 초본(베낀 글)에 세조가 한글로 구결한 판본을 저본으로 해 1465년(세조 11년) 주자소서 금속활자인 '을유자'로 간행한 것으로 줄여서 '원각경'이라고 부른다.

불교의 대승경전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이후 사찰에서 수행을 위한 교과목 중 하나로 채택돼 널리 유통됐으며, 마음을 수행해 원만한 깨달음(원각)에 이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언해) 권상 1의2'는 전래되는 판본이 적은 귀중본으로서, 15세기 국어학과 서지학, 금속활자 인쇄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므로 보물로 지정할만한 가치가 있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언해) 권상1의2' '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1'.(문화재청 제공)© 뉴스1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1'은 1481년(성종 12년)에 류윤겸, 조위 등 홍문관 학자들과 의침(15세기) 승려들이 왕명을 받아 당나라 시인 두보의 '두공부시'에 대해 여러 주석을 참고해 내용별로 분류하고 한글로 번역해 편찬한 '분류두공부시(언해)'의 권11에 해당한 책이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최초로 간행한 번역시집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1455년(세조 1년)에 주조된 금속활자인 을해자로 찍었으며 동시기 만든 한글 활자인 '을해한글자'도 사용해 조선시대 금속활자 인쇄사에서도 중요한 자료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는 조선 전기 왕실에서 두보시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원작에 충실해 우리말로 정밀하고 아름답게 번역한 조선 시대 한글번역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문경 봉암사 마애미륵여래좌상'(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21호)은 1663년(현종 4)에 제작된 마애불로서, 경북 봉암사 옥석대(백운대)에 위치해 있다. 제작 시기와 주관자, 존상 명칭은 풍계 명찰의 문집 '풍계집'에 수록된 '환적당대사 행장'을 통해 확인된다. 명찰은 17세기 승려 환적당 의천의 제자로, 이 책에 의천이 발원해 마애불을 조성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좌상은 높이가 539.6㎝, 너비가 502.6㎝ 정도이며 머리 주변을 깊게 파서 광배 형상을 만들고, 위는 깊고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점차 얕은 부조로 처리했다. 둥글고 갸름한 얼굴에 오뚝한 콧날, 부드러운 눈매, 단정히 다문 입 등이 자비롭고 인자한 인상을 풍긴다.

이 불상의 수인은 미륵불의 수인 중 하나인 용화수인으로, 두 손으로 긴 다발형의 꽃가지를 쥐고 있는 모양이다. 1663년이라는 뚜렷한 제작연대를 염두에 둘 때 마애불 도상이 확인된 기준작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문경 봉암사 마애미륵여래좌상' ''미륵원'명 청동북'.(문화재청 제공)© 뉴스1

'미륵원'명 청동북'은 충남 공주에 있던 사찰 인제원의 후신인 미륵원에 걸기 위한 청동북이다. 청동북은 사찰의 일상적 불교 의례에서 사용하는 불교의식구이자 범음구인 청동제 금고로, 공양 시간을 알리거나 사람을 모을 때 주로 사용한다. 이 문화재는 측면에 음각으로 새겨진 명문으로 통해 1190년(고려 명종 20년) 미륵원에 걸기 위해 제작한 금고임을 알 수 있다.

3개의 뉴(손잡이)를 가진 전형적인 고려 시대 청동북으로, 안쪽에는 16개의 꽃잎을 가진 연꽃이 당좌를 중심으로 배치됐다. 당좌 안에는 14개의 연꽃 씨가 양각으로 배치돼 있는데, 표면이 다소 마모돼 원래 금속 색이 드러나 보이기도 하지만, 얕게 도드라진 양각으로 표현된 연꽃잎들의 배치가 균형감 있게 잘 구성돼 있다.

12세기 청동북 중에서 비교적 큰 크기의 대형 청동북이며, 문양의 조각 솜씨가 좋고 주조 기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시대 청동북의 제작 기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문화재 5건에 대해 30일간 예고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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