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6. 03:34ㆍ■ 국제/지구촌 인물
'미얀마 민주화 상징' 수지, 어쩌다 '인류 범죄 동조자' 됐을까
김향미 기자 입력 2019.12.15. 21:36
[경향신문] ㆍ국제사법재판소 출석 “로힝야족 집단학살은 아니다” 부인
ㆍ7년 전 노벨상 수상 당시 입장과 정반대…국제사회선 비판
ㆍ변절 논란에 재평가 여론…“군부 탓 목소리 못 내” 분석도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자문역의 변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수지 자문역은 지난 10~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에 출석, “집단학살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2017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 의도를 부인해 국제사회 비판을 받았다.
한때 민주화와 인권수호의 상징으로 통했던 그는 왜 ‘인류 범죄 동조자’로 전락했을까.
수지 자문역은 14일 미얀마로 돌아왔다. 수도 네피도에 몰린 수천명의 지지자들은 “수지 자문역이 미얀마를 지켰다”며 환호를 보냈다고 AP통신, 방콕포스트 등 외신들이 전했다. 수지 자문역은 여느 정치인들처럼 차량 창문을 내리고 미소를 지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한 시민은 “수지 자문역은 국가를 대표해 법원에 갔다. 그(수지)는 국가의 지도자로서 책임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했다. 서구 국가들의 근거 없는 비난에 맞서 미얀마 민주주의·인권·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이미지를 연출한다는 의도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지 자문역이 지난 11일 ICJ 재판에서 “집단학살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2012년 노벨 평화상 수상 연설을 떠올렸다. 그는 1991년 민주화운동 공로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가택연금으로 인해 21년 만에 상을 받았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소수민족 탄압을 우려하면서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이유는 민주적 기관과 방법들이 인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7년 만에 선 또 다른 국제무대에서 그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래드 애덤스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담당자는 “수지 자문역은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인물이라기보다는 냉정하고, 계산적인 정치인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민주세력을 이끈 수지 자문역은 2016년 사실상 최고지도자인 국가자문역에 취임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세력을 의식한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지지기반은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버마족이다. 로힝야족을 우대하고 버마족을 탄압했던 영국 식민통치 시절을 돌아보면 두 민족 사이엔 풀 수 없는 앙금이 쌓여 있다.
수지 자문역이 군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30년 이상 수지 자문역과 알고 지낸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CNN 인터뷰에서 “수지 자문역은 군대를 두려워하고, 인도주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든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치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CNN은 14일 “수지 자문역의 몰락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면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완벽하지 않고, 민주적인 전환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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