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4. 11:33ㆍ■ 종교 철학/종교 이야기
원룸 건물인 줄 알았더니 '모스크'였네.. 이슬람 사원 무려 200여개
남정미 기자 입력 2019.12.14. 03:03 수정 2019.12.14. 09:47
국내 곳곳 모스크
멀리서도 보이는 뾰족한 첨탑과 둥근 돔 지붕, 다채로운 빛깔…. 이슬람교의 사원인 모스크 하면 떠오르는 특징들이다. 모스크는 중동에서나 보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모스크가 적지 않다. 놀라지 마시라, 그것도 기도실인 무살라까지 포함해 이슬람 사원 최대 200곳이 국내에 존재한다. 도대체 이 많은 이슬람 사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잘 드러내지 않는 국내 모스크
추산 기관마다 다르지만 국내에는 한국인 3만5000명, 외국인 10만명 등 이슬람 신자 약 15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 사원의 경우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모스크 17곳, 무살라 123곳이 존재한다. 이슬람 이주 공동체 연구자인 이수정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학 박사는 "최근에는 각 대학이나 병원 등에도 소규모 예배실이 많이 생기면서 모스크와 무살라를 포함해 이슬람 사원이 최대 200곳까지 존재한다고 보는 게 학자들의 견해"라고 했다.
모스크와 무살라의 분류는 이렇다. 전자는 이맘(지도자)이 존재하고, 설교단인 민바르와 벽을 파서 메카 방향을 표시하는 일종의 벽감인 미흐랍까지 갖춘 경우. 후자는 그렇지 못한 소규모 사원 혹은 기도실이다.
일반적인 모스크의 특징은 멀리서도 알아보기 쉽다는 것이다. 첨탑이나 돔 형태의 지붕 등이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내 모스크는 서울 중앙 모스크, 부산 모스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런 외형적 특징을 지니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모스크가 있다는 것을 알면, 이웃 주민 대부분이 크게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모스크의 주요 출입자인 외국인 남성에 대한 선입견이 크고, 낯선 외국어로 예배를 드리는 소리에 민감하기도 하다.
실제 경남 통영에 있는 모스크의 경우, 눈앞에서 이를 보고도 모스크인지 분별하기가 어렵다. 얼핏 보면 단순한 원룸 건물 같지만, 그 안을 자세히 보면 민바르와 천으로 제작한 미흐랍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30~50여명이 정기적으로 와서 예배를 드린다.
이 박사는 "한국에서 이슬람교가 주류가 아닌 상황에서, 외부적으로 색채가 강하게 드러날 경우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이슬람교도들도 인지하고 있다"며 "건축 양식은 중동과 달라도 모스크의 기능을 하고 있고, 내부에 들어가면 필요한 요소가 다 있기 때문에 엄연한 모스크"라고 했다.
점차 다변화되는 모스크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모스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서울 중앙 모스크다. 우리나라에서 1976년 가장 먼저 문을 열었고 가장 크다.
국내에서 이슬람 사원이 가장 많은 지역은 수도권과 경상권이다. 공단 지역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흔히 모스크에 출입하는 이슬람교도들을 아랍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근처 공단에서 근무하는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등 아시아 출신이 많다. 경기 연천, 경남 김해 모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비자가 만료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 같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아예 기도실 자체가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모스크와 무살라가 많이 생기는 추세다. 한국외대 근처 회기 모스크, 울산대 앞 무살라, 경북대 앞 모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경북대 모스크의 경우 신자 대부분이 한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는 유학생이며, 나머지 모스크도 학생들이 주축이다. 특히 최근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각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무살라를 만들기도 한다.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송도 모스크의 경우 국내 모스크 중 유일하게 아랍계가 주축이다. 송도 주변에 거주하는 아랍계 무역상들이 모인 곳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독지가가 후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1년간 5만㎞ 주행하며 연구
이 박사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1년간 전국 모스크와 무살라 75군데 현장을 직접 찾았다고 했다. 관련 기관에서 추정치를 발표한 적은 있지만, 현장 확인은 이 박사가 처음이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소규모 무살라의 경우 국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도 제대로 된 주소가 나오지 않았다. 구글 등 해외 사이트에서 검색해 주소를 알아낸 다음, 직접 차를 몰고 동네로 향했다. 그마저도 세부적인 주소가 없어 헤매기 일쑤. 전화는커녕 대부분 간판이나 표지판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근처 상점 등에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 없느냐"고 묻거나, 무작정 외국인들을 따라가 찾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1년 만에 자동차로 5만㎞를 주행했다고 한다. 이 박사는 "이미 지방을 가보면 식당 종업원들이 중국인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슬람교도인 경우가 많다"며 "세계화와 종교 다원화 시대, 어차피 함께 지내야 할 사람들이라면 제대로 기록하고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슬람 사원은 이들 사이에서 이주민센터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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