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황제 입은 '황룡포' 한국에 왔다

2019. 12. 10. 11:23■ 국제/世界 文化 遺産

청나라 황제 입은 '황룡포' 한국에 왔다

입력 2019.12.10. 09:36 수정 2019.12.10. 09:53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
청 황제가 입은 황룡포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노란색 비단에 각종 문양이 빼곡하다. 용 아홉 마리가 곳곳에서 몸을 꿈틀대고, 박쥐와 구름도 보인다. 아래쪽에는 파도와 절벽을 표현했다. 중국 청나라 황제가 입었다는 황룡포(黃龍袍)다.

죽은 자의 공덕을 기리며 올린 호칭을 새긴 도장인 시보(諡寶)에도 용 손잡이에 노란색 끈이 달렸다. 시보를 담은 시보함은 내함과 외함으로 구성되는데, 용과 봉황 문양으로 장식하고 금칠을 했다.

황룡포와 시보, 시보함은 모두 청나라 유물. 만주족이 세운 청(淸)은 중국에 존재한 마지막 왕조 국가다. 노란색과 용은 황제를 상징하는 색상이자 동물이다.

누르하치 시보와 시보함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청나라 초기 수도 선양(瀋陽, 심양) 중심부에 있는 선양고궁박물원(沈陽故宮博物院)이 소장한 귀중한 유물 120건이 한국을 찾았다. 그중에는 우리나라 국보에 해당하는 국가1급 문물 13건도 포함됐다.

외국 왕실 문화를 꾸준히 선보인 국립고궁박물관은 11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특별전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을 열어 선양고궁박물원에 있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중국 문화재를 국내에 소개한다.

청은 1595년 명나라 황실로부터 '용호장군'(龍虎將軍)에 임명된 누르하치(1559∼1626)로부터 사실상 시작됐다. 그는 여진 세력을 통합하고 1616년 후금을 건국했다.

중국 동북 지방에서 세력을 키운 후금은 1625년 랴오양(遼陽)에서 북쪽 선양으로 수도를 옮겼고, 누르하치 아들 홍타이지는 1636년 국호를 청으로 바꿨다. 1644년 이자성의 난이 일어나 명이 멸망하자 청은 대륙 전체를 다스리게 됐고, 베이징(北京)으로 천도하면서 선양은 제2의 수도로 자리매김했다. 최후의 황제 선통제(푸이)가 1912년 신해혁명으로 퇴위할 때까지 300년 가까이 중국 권력은 청 황제에게 있었다.

이후 선양 고궁은 200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오늘날 베이징 고궁과 함께 온전하게 보존된 중국 황실 궁궐로 평가된다.

홍타이지 칼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전시에는 청나라 문화를 알려주는 다채로운 유물이 등장했다. 황룡포와 시보 외에도 누르하치가 명으로부터 받은 칼, 홍타이지가 입은 일상복과 전쟁터에서 쓴 칼, 문인화가 오력(吳歷)이 그린 석벽소송도(石壁疏松圖)가 눈길을 끈다.

황제가 집무를 보는 공간인 대전 안에 둔 코끼리 모양 장식품, 푸른색 물총새 깃털과 진주·마노·산호·비취 등으로 꾸민 후비의 모자, 불교에서 상서롭게 여기는 여덟 가지 기물을 형상화한 팔보(八寶)도 관람객과 만난다.

전시는 청나라 건국 과정을 설명한 '후금, 일어나다'로 시작해 '청나라의 발흥지', '제왕의 기상', '청 황후와 비의 생활', '황실의 취향', '황실의 종교'로 이어진다.

고궁박물관은 특별전과 연계해 11일 리리(李理) 선양고궁박물원 부원장 강연회를 열고, 내년 1월 30일에도 청나라 건국과 발전 등을 주제로 강연회를 진행한다.

고궁박물관은 내년에 교류전 형태로 우리나라 유물을 가져가 선양에서 특별전을 개최한다.

물총새 깃털과 보석으로 장식한 모자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