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0. 09:00ㆍ■ 통신 인터넷 우편
[단독] SKT, 011 번호 해지 못한다..공정위 지적에 약관 삭제
입력 2019.12.10. 07:34
공정위, "소비자에 불리한 조항..약관법 위반"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앞으로 SK텔레콤은 장기간 2세대(2G)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011·017 등의 번호 고객과의 계약을 직권으로 해지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SK텔레콤이 2G 이동통신 서비스 종료 약관을 삭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관련업계, 당국 등에 따르면 공정위 약관심사자문위원회는 지난 2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SK텔레콤의 2G 이동전화 이용약관이 약관법을 위반했다며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사무처에 이어 교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약관심사자문위까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무효 의견을 전달받은 SK텔레콤은 해당 약관을 자진 삭제키로 결정하고 공정위에 시정안을 제출했다. 이달부터 SK텔레콤은 더 이상 2G 서비스를 장기간 이용하지 않은 고객의 계약을 임의대로 정지 또는 해지를 할 수 없다.
아울러 약관이 삭제되더라도 이미 직권해지된 고객들은 기존 번호를 원상복구시킬 수 없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약관법을 잣대로 약관이 적법한지 여부만 따질 수 있다. 시정 효과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피해 구제를 원한다면 한국소비자원이나 법원 등을 통해야 한다.
SK텔레콤도 현실적으로 원상복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 대신 기존 2G 고객과 마찬가지로 3G, LTE, 5G로 전환하면 요금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약관을 자진삭제하기로 했다"며 "향후에도 고객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SK텔레콤이 약관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되면 공정위는 심사 절차를 종료할 예정이다. 원칙대로라면 자문기구인 약관심사자문위의 의견을 바탕으로 공정위 사무처 소속 심사관은 약관 시정권고 또는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약관을 스스로 고치겠다고 결정하면서 공정위는 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약관 삭제 조치에도 SK텔레콤의 당초 계획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기준 SK텔레콤 2G 가입자 수는 54만9565명이다. 전체 SK텔레콤 고객(2858만명)의 1.9% 수준이다. 약관이 만들어진 지난 2월에만 해도 SK텔레콤의 2G 사용자는 약 85만명이었다.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약 8개월 만에 2G 고객 비중이 1%대까지 낮아진 셈이다.
SK텔레콤은 연내 2G 서비스 종료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2012년 KT가 가입자를 1% 미만으로 줄인 뒤 2G 서비스를 종료한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 역시 2G 가입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관측이 있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2G 서비스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약관 개정을 통해 직권해지를 단행해왔다. 공정위 지적에 따라 10개월 동안 적용한 약관을 삭제해야 하지만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SK텔레콤으로부터 2G 서비스 종료 승인 신청서를 접수, 이를 심의 중이다. 2G 서비스가 종료되면 정부의 '010번호통합정책'에 따라 011, 017 등 01X 번호를 쓰던 사용자들은 010 번호로 변경해야 한다.
앞서 SK텔레콤은 올해 말 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 2월 '이동전화 이용약관'을 변경했다. 석 달 동안 이용내역이 없다면 직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수차례 문자와 우편으로 안내해야 하고 이용정지 후에도 1개월 이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고객 동의 없이 통신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첫 직권해지 사례가 발생했다.
공정위는 약관법상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먼저 3개월 이상 사용량이 없을 경우 이용을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선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이행해야 할 급부를 일방적으로 중지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봤다.
또 이용정지 후 1개월 이내 이의가 없으면 해지한다는 조항은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는 해제권·해지권을 부여하거나 그 행사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기본요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있는 데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지, 해지하는 조항은 고객에게 불리하다고도 봤다.
이번 사건은 SK텔레콤이 서둘러 2G 서비스를 종료하려고 시도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주파수 사용 기한인 오는 2021년 6월까지 2G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2G 장비 노후화와 단말 생산 중단, 가입자 지속 감소, LTE·5G 중심의 글로벌 생태계 형성 등으로 더이상 정상적인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약관을 변경했다.
한 2G 사용 고객은 반발하며 공정위에 SK텔레콤의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심사를 청구했다. 01X 이용 고객들은 기존 번호로 LTE, 5G 등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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