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5. 07:53ㆍ■ 자연 환경/식물 꽃
한 그루 한 그루가 숲으로.. 몽골 마을서 사라진 모래먼지
신혜정 입력 2019.11.25. 04:42
“10년 전에는 이곳에 모래밖에 안보였어요. 모래바람이 울타리를 넘어 게르(몽골 유목민 전통가옥) 안까지 쌓였죠.” 지난 7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276㎞ 떨어진 돈드고비 아이막(道)의 만달고비 시에서 만난 주민 에르덴바트(51)씨가 자신의 무릎 위를 손으로 짚었다. 한때 무릎을 넘을 정도로 모래가 쌓였다는 얘기다. 이처럼 매년 수십 차례 마을을 덮치던 모래바람은 지난 몇 년간 자취를 감췄다. 도시를 푸른 빛으로 둘러싼 방풍림 ‘고양이투글(고양의숲)’이 생기면서다.
몽골은 북극 다음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이다. 몽골 사막화방지연구소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난 70년간 몽골의 평균 기온은 2.45도 상승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지난 100년간 1도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몽골 국토의 약 77%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황무지라는 뜻의 ‘고비’란 단어가 지명에 들어가는 돈드고비 역시 피해가 심한 지역 중 하나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유목민이었지만, 연평균 강수량이 90㎜에 불과한데다 모래바람으로 풀이 자라지 않아 생계수단을 잃어가고 있었다.
몽골 정부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각 지역에 조림사업을 장려했다. 토양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흙의 생산성을 재생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돈드고비도 이에 따라 2003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지만 척박한 환경과 경험 부족 탓에 나무의 생존율은 40%를 넘지 못했다. ‘물이 있으면 가축을 먹여야지 왜 아깝게 나무에 주느냐’는 유목 중심 사고방식도 한몫 했다.
2009년 고양시가 돈드고비와의 결연을 통해 숲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고양시가 파견한 전문가들과 돈드고비 현지 담당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 비술나무ㆍ포플러 등 사막에서도 잘 살아남는 수종부터 심기 시작했다. 첫해 시범사업부터 주민들은 대기 중 모래먼지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했고, 6.25ha(헥타르ㆍ1㏊=1만㎡) 크기로 시작된 작은 숲은 조금씩 커져 11년차인 올해 여의도 크기의 3분의 1에 달하는 100ha로 넓어졌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한국보다 나무 생존이 힘들고 두 배 이상 느리게 자라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숲에 심은 나무 10만여주 중 약 70%가 살아남아 숲을 이뤘다. 주민들은 이제 ‘비타민나무’라 불리는 차차르간 나무 열매 등을 수확해 수익을 얻고 있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주민들이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체감했다는 것이다. 간톨가 돈드고비 환경국장은 “나무의 사막화 방지효과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자신의 집 앞에 나무를 심겠다며 문의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2,000여㎞나 떨어진 몽골 땅에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나무를 심는 이유는 몽골 사막이 우리나라 황사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2014년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한반도 유입 황사의 53~71%는 몽골에서 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몽골 건조지대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 중국 네이멍구(內蒙古)를 거쳐 한반도로 날아오는데, 이때 중국대륙에 있던 미세먼지까지 함께 안고 온다. 결국 몽골 사막화 방지가 우리나라 대기오염 해결과 직결되는 셈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국제협력분과위원인 김종우 푸른아시아 캠페인실장은 “미세먼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중국은 물론 몽골 등 주변국과의 다자간 협력을 강화해 발원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드고비=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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