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7. 10:47ㆍ■ 건강 의학/의약품
남자라 자궁도 없는데.. "60만원 자궁경부암 주사 맞으라니요?"
정단비 인턴 입력 2019.11.17. 07:00 수정 2019.11.17. 07:26
#회사원 S씨(29)는 최근 여자친구에게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를 맞고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S씨의 여자친구는 그에게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HPV) 바이러스가 남성에게 잠복해있다가 성관계를 통해 여성에게 전염되기에 남성도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씨는 백신 접종이 6개월에 걸쳐서 3회를 맞아야 하고, 총비용도 60만원이나 소요된다는 말에 접종을 망설였다. 그러자 그의 여자친구는 '이기적이다'라며 화를 냈다.
자궁경부암은 접종을 통해 '100%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이지만, 낮은 인식 문제로 꾸준히 발병자가 발생하고 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선 한해 900여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유병률도 증가추세다. 자궁경부암 진단 환자는 2013년 5만4000명에서 2017년 5만9000명, 지난해 6만2000명 등으로 환자 수가 꾸준히 많아지고 있다.
자궁이 있는 여성에게 발병하는 병이지만, 양성 모두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HPV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HPV 바이러스 감염경로는 99%가 성관계인데, HPV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과 성관계를 한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린다.
이 같은 이유로 캐나다, 스위스, 뉴질랜드, 호주 등은 남성 청소년에게도 HPV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낮추고 있다.
호주의 경우 2013년부터 남성 청소년에게도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접종을 시작한 뒤 발병률이 76%나 감소했다. 호주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자랑한다.
취업준비생 민모씨(26)는 "내가 아직 여성을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를 남자도 맞는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가 없어서인지 아직은 왜 남자가 맞아야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접종을 두고 연인간 갈등을 빚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회사원 강모씨(28)는 "얼마 전 남자친구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아달라'고 요청했다가 '정말 남성도 맞아야하는 게 확실하냐'는 질문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자친구의 반응에 섭섭해 이후 관계가 소원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재윤 고려대학교 산부인과 교수는 "당연히 남성도 백신을 맞는 게 좋다"며 "HPV 바이러스는 대부분 성관계에 의해 전염되므로 남녀 모두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학회 공보의도 "남성도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는 게 좋다"며 "남자는 걸리지는 않지만 하나의 전달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백신이라고 하는 것은 전체 군중면역을 이뤄야하는 것으로서, 적어도 70% 되는 인구가 같이 예방접종을 해야 예방효과가 달성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때문에 해외 국가들이 양성 모두에 자궁경부암 국가 백신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남성까지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비용 문제 때문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비용대비 효과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남성이 HPV바이러스에 감염된다해도 그게 곧 자궁경부암 발생을 의미하지는 않고, 중간에 자연 소실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백신들이 많기 때문에 자궁경부암에만 우선순위를 두기는 어렵다"며 "남성 청소년에게까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접종을 확대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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