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주의 수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애국심이 마구 솟구칠 정도인데요. 과거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일군 결실입니다. 그런 나라기 때문에 어떤 논쟁이 벌어질 때 최소한 사실에 근거해서 의견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름을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건강한 결론을 낼 수 있으니까요.
■ '외국인에게 다 퍼준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입니다. 다 퍼주는지 확인하려면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 찾아보면 되겠죠. 이자스민 전 의원이 19대 국회의원 때 발의한 법안을 전수조사했습니다.
발의 법안은 모두 686건입니다. 이 중 외국인, 재외국민 관련 법안은 22건입니다. 전체의 3.2%입니다. 나머지 96.8%는 우리나라 국민 이익을 대변하는 법안입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1) 상훈법 일부개정법률안 (2015년 8월 발의)
"유관순 열사의 훈격은 대종교 지도자인 나철 선생과 동일한 건국훈장 독립장(5등급 중 3등급)으로 1962년 독립운동가에 대한 건국훈장 서훈 당시에 기여도와 희생도 등을 검토하여 결정되었으나, 현재의 국민적 인식·평가 등에 비추어볼 때 저평가된 측면이 있음.
이에 훈장 또는 포장을 받은 사람의 해당 공적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가 현저히 달라진 경우 공적심사를 거쳐 훈격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거 저평가 혹은 과대평가 되었던 공적을 재심사하여 역사적인 평가에 상응하는 훈격의 서훈이 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
2)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013년 2월 발의)
"독도는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여 왔으며, 역사적ㆍ법률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일본은 정부주도로 언론에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음.
이에 독도에 관하여 조용한 외교라는 원칙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독도에 관한 교육ㆍ홍보를 함으로써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을 국내 및 해외에 알리려는 것"
3)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013년 10월 발의)
"보훈급여금이 압류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음. 이에 보훈급여금은 지급대상자가 신청하는 경우 보험급여만 입금되도록 개설한 전용계좌에 지급하고, 해당 계좌의 예금에 관한 채권은 압류할 수 없도록 규정"
쉽게 말해, 저평가된 유관순 열사의 훈격을 높이고,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걸 적극 홍보하고, 보훈급여가 압류된 독립유공자를 보호하자는 내용입니다. 이런 '호국' 법안 외에 '민생' 법안도 많았습니다.
4)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015년 10월 이자스민 대표발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알선·강요범죄는 폭행·감금·성매매 대가갈취·강간·강제추행 등으로 이어져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와 다를 바 없음. 아동·청소년 대상 성구매 행위 등에 대해서도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여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
5)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2015년 7월 발의)
"긴급차량의 진로를 방해한 차량 단속 건수가 최근 3년간 15건 이하로 실효성이 부족함. 이에 소방공무원에게 긴급자동차 우선 통행을 방해하는 운전자에 대한 단속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
6)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015년 6월 발의)
"성매매광고나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사례처럼 불법 대부업 광고를 하는 행위 외에 이를 도와주는 행위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할 필요가 있음. 이에 불법 광고임을 알면서도 이를 제작ㆍ공급ㆍ게재ㆍ배포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것"
정리하면, 아동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강요한 '못된'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소방차 앞길 막는 차량을 소방공무원이 단속할 수 있게 하고, 불법 대부업 광고를 도와주는 행위도 더 세게 처벌하자는 겁니다. 비록 많은 법안이 임기만료로 폐기됐지만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법안들이었습니다.
■ '외국인에게 퍼주긴 퍼준다?'
'다' 퍼주는 건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퍼주긴 퍼주는지 알아봤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외국인, 재외국민 관련 법안은 22건입니다. 법안 전문을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1) 필리핀 공화국 태풍 피해 희생자 추모 및 복구 지원 촉구 결의안 (2013년 11월 발의)
필리핀만 특정해서 지원하는 건 이 1건뿐입니다. 2013년 11월 필리핀에 태풍 하이옌이 강타했습니다. 초반에 집계한 사망·실종자 수가 무려 1만 2천 명이었습니다. (나중에 수정된 공식 집계는 사망자 6천여 명, 실종자 1천7백여 명)
이자스민 전 의원의 결의안에 다른 국회의원 120명이 함께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루 뒤 거의 똑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됐는데요. 국회의원 280명이 동의했습니다. 전체 국회의원이 300명이었으니까요. 거의 모든 국회의원이 공감한 결의안이었습니다.
2) 다른 외국인, 재외국민 법안 내용은?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법안은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안'입니다. 선입견 없이 보시라고 원문을 올립니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2013년 2월 기준으로 합법체류 기간 만료로 인해 미등록 신분으로 전락한 19세 미만의 아동 수가 6천여 명에 이르며, 통계로 잡히지 않는 미등록 아동을 포함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됨.
혈통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이주아동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출생등록조차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상실한 경우에는 불법체류 상태로 전락하게 되어 보육서비스, 학생으로서의 권리, 건강보험 혜택 등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음.
이에 이주아동이 평균생활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확립을 통해 이주아동의 교육권, 건강권, 보육권 등이 적극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제안 이유는 이렇고요.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이주아동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차별 없는 생활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함.
나. 모든 이주아동은 존중받으며, 헌법과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 기타 관계 법령에서 금지하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국내에서 거주하는 동안 교육적·신체적·사회적·정서적·도덕적으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평균 수준의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을 이 법의 기본이념으로 함.
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주아동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복지증진을 위한 지원 정책 등을 수립·시행하도록 함
라. 법무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5년마다 이주아동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함
마. 법무부장관은 5년마다 이주아동의 양육 및 생활환경, 이주아동의 정서적․신체적 건강, 이주아동학대 등 이주아동의 종합실태를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공표하고, 이를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에 반영하도록 함.
바. 이주아동은 출생 등록될 권리를 가지며, 출생 사실을 신고·증명할 수 있도록 함
사. 법무부장관은 이주아동이 대한민국에 체류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출입국관리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주아동이 계속하여 체류할 수 있도록 특별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
아. 법무부장관은 이주아동의 부모가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이주아동이 특별체류자격을 부여 받은 경우에는 이주아동의 특별체류기간 종료 시까지 이주아동 부모의 강제퇴거를 유예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함.
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주아동이 교육권, 건강권, 보호․양육권 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함"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이라고 보시나요,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다고 느끼시나요? 사실 이 법안은 UN 아동권리협약과 거의 비슷합니다. UN 아동권리협약은 1989년 UN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UN 가입국 대다수가 이를 따르고 있고요. 1991년 UN에 가입한 우리나라도 협약을 준수해야 합니다. UN 가입 후 30년 가까이 지났는데 그동안 없었던 게 이상했던 거죠. 내국인 눈에는 보이지 않던, 아니면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차별'이 외국인 출신 국회의원 눈에 띄었던 겁니다.
'저 법안 통과되면 아동을 빌미로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이 넘쳐날 거다', '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외국인 퍼주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백번 이해해서 적어도 이 법안만큼은 논쟁의 영역에 있다고 치고 다른 법안을 살펴보겠습니다.
위 2개 법안을 뺀 외국인, 재외국민 지원 관련 법안은 20건입니다.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안'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요. '재외국민 관련 법안'이 4건, '한부모가족지원법'이 2건, '난민법'이 2건, 나머지는 별개의 법안 1건씩이었습니다. 대부분 다문화가족이나 재외국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자는 내용이었고요. 세금이 펑펑 쓰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2014년 11월 발의)
"교육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아동 보육·교육을 실시함에 있어 다문화가족 구성원인 아동이 차별을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함"
=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2015년 2월 이자스민 대표발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고, 사회구성원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사회통합 홍보영상을 제작, 지상파방송의 공익광고에 송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함"
=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2012년 6월 발의)
"결혼이민자인 부 또는 모의 모국어 교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명확히 하여 모국어 교육 지원 사업을 활성화"
※ 다른 발의안들은 다문화가족의 정의를 확대하거나, 다문화가족센터 콜센터에 소수 국가 언어 가능자를 배치하고, 학교 교직원들에게 다문화 교육을 하자는 내용입니다.
※ 이자스민 전 의원의 발의안 중에는 외국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도 여럿 있습니다. '외국인토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외국인의 무분별한 한국 국토 매입을 막기 위해 외국인 토지 취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내용입니다.
■ 일본군 성 노예 기림비 반대?
2013년 12월, 국회 안에 일본군 성 노예 기림비를 만들자는 법안이 올라왔습니다. 법안이 타당한지 따지는 법안심사소위가 열렸는데요.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은 "기림비를 건립하자는 취지에는 공감을 합니다마는 지금 현재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제고 차원에서 기림비는 시민단체와 민간 주도로 설치되고 있기 때문에 민간운동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여가부뿐 아니라 외교부 의견도 같다고 덧붙입니다.
당시 외교통일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이었던 이자스민 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상 제가 외통위를 하다 보니까 이것에 대한 부분이 굉장히 애매해요. 왜냐하면 여가위 차원하고 외통위 차원의 생각이 굉장히 다릅니다, 일본 위안부 관련된 것은. 물론 이런 일도 다해야 된다고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이런 결의안까지는 기림비를 세우는 것은 대부분 늘,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외통위 차원, 외교부 차원으로는 늘 해외에 나갔을 때도 일본에 있는 것도, 어디 다른 나라에 있는 것도 민간 차원으로 기림비를 세우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거기는 모양이 훨씬 더 보기 좋다는 그런 얘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통위 같은 경우는 그 이야기도 얼마 전에 한일연맹 만남도 있었고 혹시라도 이게 대개 애매하게 괜히 그냥 해외에서도 사실상 의원들끼리 만나서 얘기를 했을 때 얼마 전에도 여성, 우리가 못 갔던 벨기에에서……
못 갔던 그런 부분들이 그 이야기는 되게 힘들게 투표, 세션(session)을 얻는 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다른 의원님 이야기로는 아마 일본은 특히 위안부 관련된 것은 굉장히 인정을 하고 싶은 그런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괜히 건드려서 외교 차원으로는 더 좋지는 않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너무 많아서 제가 이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찬반이, 사실 저도 여가위 위원으로서, 외통위 위원으로서는 굉장히 애매한…."
이자스민 당시 의원이 '국회 안의' 기림비 설치에 반대하는 취지로 말했던 건 맞습니다. 민간 차원 기림비가 더 좋다는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말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전 의원이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 지원을 무작정 '반대'만 하는 사람이었을까요? 그의 의정활동 전체를 보겠습니다.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자스민 당시 의원이 2012년 8월 대표 발의한 법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최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소녀상에 일본인이 말뚝을 세우는 등의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이에 대하여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음.
그 밖에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에 대하여 손해배상이나 보상금의 청구 등 다양한 소송을 제기해 왔으나 인정되지 아니한 바 있고, 최근에는 일본 당국뿐만 아니라 일본군위안부를 부정하는 일본 내부의 우익세력 등의 활동에 의하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임.
이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등에 대하여 소송 등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법률상담 및 소송대리 등을 지원함으로써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지키고 역사를 바르게 보존하려는 것"
법안은 발의 석 달 만에 가결됐습니다. 이자스민 의원 덕분에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은 소송에서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 공원 조성 결의안'. 이자스민 당시 의원이 2014년 2월 발의한 법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1.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군의 행위가 각종 국제협약에도 어긋나는 범죄행위임을 명백히 한다. 당시 국제사회는 이미 헤이그조약(1907), 부인 및 아동 매매금지에 관한 조약(1921), 강제 노동 금지 조약(1930), 노예 금지 조약(1926) 등 납치, 강제연행, 성범죄 등 인권유린행위를 금지한 국제법을 만들고 법을 통해 관련 행위를 규제하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이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는 이미 국제사회가 법으로 규정하고 있었던 범죄임을 분명히 한다.
2.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 정부가 범죄행위인 ‘위안부’제도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인정할 것과, 피해자의 존엄성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자국의 역사교과서에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기록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교육 및 인식제고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3.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올바른 역사 인식 및 교육의 일환으로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공원을 국회 외부에 조성하여, 자라나는 아동과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모두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주요 외국인사들이 공원을 방문하여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한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등의 수십만 여성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이하 생략)"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자스민 당시 의원은 2015년 11월 미국 UN 본부에서 일본군 성 노예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5개국 국회의원이 '성 노예 피해자를 위한 국제의원 연합'을 만들어, 뉴욕에서 성명을 발표한 겁니다. 이 전 의원은 2015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재개관식에도 참석해 할머니들 곁에서 온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 이자스민 아들은 담배 절도범?
2015년 3월, 세계일보는 '[단독]새누리당 현역 의원 큰아들 편의점서 수십만 원 절도 의혹'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자스민 당시 의원 아들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현금 30만 원 또는 담배 수십 갑을 훔쳤다는 의혹을 제기한 건데요. 이후 수많은 언론이 기사를 받으면서 해당 의혹은 사실처럼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요. 편의점 사장도 "절도 피해를 본 적 없다"라고 했습니다. 편의점 본사인 세븐일레븐은 "담배가 분실된 사실은 있지만 이자스민 의원의 아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분실된 담배가 있긴 있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세븐일레븐 조사 결과 2014년 11월 18일부터 3개월 동안 담배 250갑이 없어졌습니다. 이 씨 아들은 2014년 11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주말에만 일했습니다. 3개월=90일 중 이 씨 아들 근무 시간=8일 정도로, 겹치는 기간이 매우 짧고요. CCTV 증거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편의점 근무 매뉴얼상 근무자를 교체할 때마다 담배 개수를 세서 전달해야 하는데 해당 점포에서는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아 벌어진 일로 추정됐습니다.
무혐의 처분이 나왔지만 여전히 절도 의혹 기사는 언론사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 남아 있습니다.
■ 국회에서 초코바? 학력위조? 재혼? 이중국적?
국회에서 초코바 먹고 스마트폰 게임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전 의원이 초코바 먹고 게임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근무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국회에 음식물 반입을 금지한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은 할 수 있지만, 쉬는 시간에 초코바 하나 먹었다고 비난하는 건 과도합니다. 심상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이 2015년 국정감사 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유일한 의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의원은 2014년 우수한 의정활동으로 시민단체가 주는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학력위조는 필리핀 의대생이 아닌데 의대생이라고 거짓말했다는 의혹인데요. 실제로 이자스민 전 의원은 2011년 KBS에 출연해 의대에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의대에 가지 않았습니다. 필리핀 아테네오 데다바오 대학교 생물학과 중퇴입니다. 그러면 거짓말한 게 아니냐고요? 맥락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필리핀과 한국의 의대 체계는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의과대가 있는 대학교로 갑니다. 필리핀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반 대학교 간 다음에 의대, 즉 medical school에 들어갑니다. 우리나라 로스쿨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전 의원이 다닌 곳은 medical school이 아니지만 medical school로 들어가기 위해 거치는 학교입니다. 실제 해당 학교는 생물학과 학생 100%가 의대에 진학한다고 설명했고, 제가 확인해보니 그렇게 생물학과->의대로 간 필리핀인도 다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재혼 의혹도 사실이 아닙니다. 이중국적자 의혹도 거짓말입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필리핀에서 태어났지만 1998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면서 한국인이 됐습니다.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됐습니다. 이 전 의원은 혼자서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다만 여러분과 한국 사람이 되는 과정이 달랐을 뿐입니다."
"큰 소리로 응원하고 함께 행동해주세요. 그래야만 기울어진 세상의 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이 남긴 말입니다. '기울어진 세상의 균형'을 바로 잡는 건 '사실' 그 자체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취재기자: 한동오 hdo86@ytn.co.kr
그래픽 디자이너: 김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