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9. 08:32ㆍ■ 건강 의학/의료 시스템
3400만명 실손보험..불편한 종이서류, 의료계 왜 매달리나
황수연 입력 2019.11.09. 05:01 수정 2019.11.09. 07:08
“보험사 배불리는 법이다.” “민간보험사의 농간에 국회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다.”
지난 7일 강대식 부산광역시의사회장 등 해당 의사회 소속 20여명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낸 한 여당 의원 지역구 사무소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별도로 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아도 자동 청구될 수 있도록 절차를 전산화하자는 게 골자다. 보험연구원이 2016년 성인 1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만원 이하 진료비 미청구가 51.4%에 달했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복잡하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주장이다.
의료계는 “병원이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닌데 왜 진료 관련 정보를 보험사로 넘기는 부당한 의무를 져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진료 자료를 넘기는 것도 일인데, 아무 대가 없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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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는...
의료계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게 따로 있다고 소비자단체는 주장한다. 법안에서 해당 서류의 전송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할 수 있게 한 부분이다. 병원이 20개가 넘는 보험사들에 일일이 환자 진료 정보를 보내는 게 비효율적이니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고 그곳에서 보험사로 전송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심평원은 진료를 심사하는 곳이다. 심평원이 청구 중계기관으로 개입하는 순간 과잉진료 등을 심사할까봐 반대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의 박명희 대표는 “건보수가와 연관돼 심평원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이 높다”며 “그간 비급여 진료는 자유롭게 했는데 관련 통계들이 언젠가 드러날 테니 최대한 이를 지연시키자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지난 국회 때도 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고 말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의료계는 비급여 의료비 정보가 쌓이면 향후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서류전송 업무 외에 심사 등의 목적으로 정보를 열람·집적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반대가 심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구 대행 업무로 인한 행정과 인력 등 비용 부담 문제를 어떻게 할지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영보험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만큼 보상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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