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7. 12:32ㆍ■ 스포츠/스포츠 이야기
"매일 맞았어요" 학생선수 구타·성폭력 피해 심각
최동수 기자 입력 2019.11.07. 12:01 수정 2019.11.07. 12:05
"매일매일 맞았어요. 창고 들어가서 손으로 등이든 얼굴이든 그냥 막…"(초등학생 남자 배구선수)
"제가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가 된 기분이에요. 찍는 분들도 계시고…"(중학교 여학생 체조 선수)
초·중·고 학생 선수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언어나 신체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조재범 전 코치의 선수 폭행·성폭행 사건 이후 진행한 조사에소도 성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선수 응답비율이 전체의 4%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7일 발표한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와 스포츠 (성)폭력 판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5274개 초중고교 운동선수 5만7557명 가운데 9035명이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체의 15.7%다. 신체폭력 피해자는 8440명으로 14.7%로 나왔다. 성폭력을 경험한 서수도 2212명으로 응답자의 3.8%다.
이번 전수조사는 인권위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총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5만7557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는 초등학생 1만8007명, 중학생 2만1952명, 고등학생 1만7598명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학생들이 선수로 활동하지만 아동이고 학생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며 "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초등학생 가운데 5명 중 1명은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폭력을 경험한 학생 가운데 69%는 코치와 감독 등 지도자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심부름이나 빨래, 청소를 시키는 사례도 779명(4.3%)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체폭력을 경험한 초등학생 선수는 2320명, 전체의 12.9%로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 75.5% △선배 15.5% 순이다.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느끼는 감정을 묻는 질문에서 898명(38.7%)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상당수가 폭력을 정당화한 것으로 풀이됐다. 성폭력 피해를 밝힌 학생도 438명(2.4%)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폭력을 훈련이나 실력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하는 '폭력의 내면화' 경향을 보인다"며 "운동집단 내 폭력 문화가 지속,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 경험 시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답한 학생들이 많았는데 성폭력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학생선수들 가운데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3039명, 응답자 가운데 13.8%로 조사됐다. 가해자는 선배선수나 또래선수가 50.5%로 절반을 넘었고 지도자도 43.8%로 나타났다.
운동을 포기하려 했던 경험에 대한 질문에는 10명 중 1명 꼴인 2329명(10.6%)이 그렇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 빨래나 청소, 심부름을 한 학생도 1952명(8.9%)으로 나왔다.
신체폭력 경험자는 3288명, 응답자의 15%다. 초등학생 선수와 마찬가지로 신체폭력을 경험한 학생 5명 중 1명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피해의 자기내면화가 심각했다는 게 인권위의 지적이다.
성폭력을 경험한 학생수도 1071명(4.9%)에 달했다.
피해 조사결과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지라고 강요 42건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졌음 131건△강제로 키스나 포옹, 애무 45건 △신체 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하였음 76건 △성관계 요구 9건,△강간 5건 등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6.1%인 2832명은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운동부 내 신체폭력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1421명(8.1%), 운동부 내 신체폭력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한 선수는 5710명(32.5%)이다.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703명(4%)로 조사됐다. 동성 선배나 또래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았고, 피해 장소는 과거 훈련장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숙소 등 비공개 장소로 변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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