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0917(음0819) TUE 白華

2019. 9. 17. 21:00■ 菩提樹/나의 이야기

■ 白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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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華]

 

어머니,

이 세상 올 때부터 유난히도 울어 보채던 둘째 아들

자라면서 속 썩이고 애먹이며 씻을 수 없는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명줄 짧은 이놈을

맹물에 진간장 풀어먹이며 살려놓았다지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길 때 마다 품에 안고 생명을 이어주신 어머니.

한 많은 어머니의 그 청춘

당신의 뼈골은 삭아지고 등은 구부러지고

애간장은 새카맣게 타버려 재마저 흔적이 없습니다.

 

일곱 식구 고개 넘길 장려 쌀 말반을 이고

소벌 개천 건너오다 돌부리에 넘어져서 온몸이 상처투성인 채 그 쌀자루 부둥켜안고 오십 리길 걸어 집에 도착해 한주일 꼬박 일어나지도 못했던 어머니의 그 모습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둥근 다리미에 숯불을 올려 배위에 광목을 깔고 배탈을 다스리던 그 순간들을 어찌 잊어 버렸겠습니까.

그 무거운 돌덩어리 절구통을 이고 이십 리길이나 걸어오다니요

어찌 그 목이 살아있어 머리가 어깨에 닿지 않을 리 없지요.

사하라 태풍이 불어 집 뚜껑이 통째로 날아갔던 날,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저희들을 부엌으로 불러 뜨끈뜨끈한 갱죽을 끓여 주시고 웃으며 다독여 주시던 어머니.

비 내리는 날일라 치면 당신은 괜찮다며 삿갓에 도롱이(蓑衣) 입고 자식은 그 귀한 비닐우산 씌워서 공동묘지 산 고개 넘어 신작로 까지 바래다주고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장승처럼 지켜보고 서있던 그 모습 이 자식은 어찌 하라고요?

 

어머니,

오늘이 어머니 생신입니다.

한평생 추석 지나자마자 생신이라고 오지 말라 손사래 치던 어머니

자식들 생일은 잊지 않고 미역국을 끓여주러 한사코 먼 길 한번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꿈에 만난 어머니 모습 보고 화들짝 놀라 일어났습니다.

우절기 찬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쪽문을 열고 서쪽 하늘 바라보며 한없이 통곡합니다.

못난 아들의 이다지도 두터운 업장 당신의 눈물이 감로수 되어 빌고 빌어 털어 내 주셨습니다.

 

어머니,

당신께서 늘 칭명주송 서원하던 그 이름 부르시다 목이 잠겨 못 다 부른 그 이름을

죽는 그날까지 아니 세세생생 칭송 하오리다.

이 세상 밝게 빛날 무궁한 白華시여

나의 영원한 어머니시여!

 

20190917(0819) TUE 05:00(KOREA 20190917 TUE 21:00)

 

華亭 合掌

 

■ 20011005(佛紀2545 陰曆0819) FRI 白華

 

■ 白華

 

@ 사진 : 관곡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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