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행보에 尹, 대통령 아닌 '영부남'된 이유

2024. 9. 14. 10:14■ 大韓民國/대통령과 사람들

[주간政談<상>] 김건희 여사 행보에 尹, 대통령 아닌 '영부남'된 이유

이철영2024. 9. 14. 00:01

'여·야·의·정 협의체' 출발 전부터 당정 '갈등' 여야 '갈등'
진성준, 韓 대표 외모 품평했다 논란에 "정중하게 사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반려견 써니를 안고 한가위 명절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추석 연휴가 시작했다. 모처럼 모인 가족들은 서로에게 '아프지 말자'는 말을 건네지 않을까 싶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추석 연휴를 맞아 대책을 내놓으며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나섰지만 당정간 의료개혁 인식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개혁 방향을 놓고 격론하며 이견을 보였다.

-또 추석 연휴 밥상머리엔 정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번 추석에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행보나 발언 등의 적절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번 주 정치권에서 눈길을 끌었던 여러 장면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맹렬하게 비판했던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산을 찾아 만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구조 근무자 격려 행보와 관련해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의 김건희 정권인가 보다. 자살 예방자가 아니라 분노 유발자 김건희"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 제공

◆2부속실 공사 속 보폭 넓히는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대외 활동에 나섰지.

-맞아. 주로 김 여사가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대통령실이 사후 공개하는 식이야. 김 여사는 지난 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와 친교 일정으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사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수난구조대와 경찰 등 구조 관계자들을 격려했어.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했던 김 여사가 현장에서 언급했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더라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10일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동행하며 대화하는 모습. 김 여사는 마포대교 난간을 살펴보면서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응. 김 여사가 현장 근무자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것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격려한 것을 두고 야당은 "가히 정권 실세답다",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의 김건희 정권"이라고 비판했어. 통상적인 격려 수준을 넘어, 직접 통치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이유에서야.
 

-대통령실 반응은 어때?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반응이야.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여사의 행보를 정쟁으로 삼는 자체가 상당히 부적절하다"며 "(영부인은) 대통령이 챙기지 못하는 곳의 목소리도 듣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어. 또, "앞으로도 약자와 소외계층을 돌보는 행보를 꾸준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어.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추석 연휴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활동을 할 거라고 예고하기도 했어.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재 김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 공사와 인적 구성이 완료되면 김 여사의 공개 행보는 더 잦아질 것으로 보여. 한편 법원은 지난 2일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 조종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 손모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어.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의정갈등 대책을 놓고 격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정한 기자

◆한동훈-한덕수 '격론'…2025년 의대증원 두고 이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추석 연휴 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

-한 대표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 발언에 유감을 표하거나 정부에 전공의 사법대응에 신중할 것을 요청하는 등 의료계를 달래려 노력하고 있어. 한 대표는 "의사는 정부의 적이 아니다", "의료계는 오랜 역사 동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발언도 했어. 의료계가 참여 전제조건으로 내건 '내년도 증원 백지화'에 대해서도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도 노력의 일환이지.

 

-근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격론? 이건 무슨 일이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민의힘과 정부가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한 대표와 한 총리가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어. 언론보도에 따르면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 과정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과 관련해 '2025년 증원 유예'가 의제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두고 이견을 보인 거지.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망설이고 있는 의료계를 협상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는 협의체 의제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어. 그러나 정부는 내년도 정원은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확실히 못 박고 있지.

-또다시 당정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는거야?

-사실 갈등 재점화 가능성은 '한 대표 없는 번개 만찬'이 알려지면서부터 제기됐어.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일부 최고위원과 수도권 중진 의원 등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어. 이 자리에 한 대표를 비롯해 친한계 의원이 없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한동훈 패싱론'이 일었거든. 일각에서는 한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유예' 제안으로 시작됐던 당정갈등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

-지금은 서로 기싸움보다는 의정갈등과 의료대란 해결에 힘써야 할 때인 것 같은데?

-맞아. 국민들의 불안과 피로감은 극에 달했어. 근데 상황이 쉽지는 않아 보여. 국민의힘은 의료단체의 참여를 계속해 유도하고 있지만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곳이 많아. 또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료계는 조정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이미 수시모집이 시작됐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라 의견차를 좁히기도 쉽지 않아 보이고. 게다가 야당의 참여도 불투명해. 다만 지금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책임을 서로에게 돌릴 때가 아닌 것만은 분명해. 말로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최우선'이라고 되풀이할 게 아니라 그 어떤 것보다 최우선 기준으로 두고 서로 조금씩 양보할 때 아닐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외모 품평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진 의장은 비판이 계속되자 "과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렸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더팩트 DB

◆"외계인 같더라"…외모 공격받은 한동훈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외모를 품평해 논란이 됐다던데.

-지난 9월 1일에 한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에 여야 대표 회담이 열렸잖아. 진 의장이 배석했었는데 한 대표를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나 봐.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해서 한 대표의 실물을 본 느낌을 말했더라고. "한동훈 대표의 키가 180㎝가 맞냐"는 김 씨 질문에 진 의장은 "그날도 키 높이 구두 비슷한 걸 신었다"라고 답했지.

-그러면서 "정치인치고는 굉장히 요란한 구두였다. 갈색 금속 장식, 버클이라고 해야 하나 그걸 두 개나 달았다. 신발이 참 요란하다. 가까이서 악수 나누고 얼굴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 외계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했어. 또 "얼굴의 생김이나 표정이 편안하고 자연스럽지 않고 많이 꾸민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색하게 느껴지고 조금 징그러웠다.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의 징그러움 같은 게 있었다"라고 말하더라고.

-논란이 될 법한 발언이네. 외계인 같다는 것도 문제고, 징그럽다고 했으니. 요즘 시대에 남 외모를 품평을 하다니 말이야. 그래서 진 의장 사과는 했대?

-10일에 SNS에 사과문을 올렸더라고. 진 의장은 "9월 1일 여야 당대표 회담에서 한 대표로부터 어떤 인상을 받았냐는 질문에 과한 표현을 하게 됐다. 외모를 비하하거나 인격을 모독할 생각은 결코 없었다"라며 "극히 개인적인 인상평에 불과한 것이었으나, 과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렸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라고 했어.

-한 대표도 진 의장의 표현이 불쾌했나 봐. 12일 경기 안성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계엄령설을 비판하면서 '외계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더라고. "외계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저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 외계인이니 뭐니 이런 얘기를 했더라. 본인들도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지 진 의장이 사과 글도 올리고 지나가다 만났을 때 사과한다고 말하시더라. 그 사과는 제가 잘 받겠다. 그런데 외계인 대비법과 같은 계엄령에 대한 대비법 같은 것까지도 올려놓는다면(문제가 있다)"라고 했어.

한 대표는 12일 " 저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 외계인이니 뭐니 이런 얘기를 했더라. 본인들도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지 진 의장이 사과 글도 올리고 지나가다 만났을 때 사과한다고 말하시더라. 그 사과는 제가 잘 받겠다"라고 말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남윤호 기자·X 갈무리

-그래도 진 의장의 대응은 나은 걸까. 김어준 씨 같은 방송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한 대표의 외모에 관한 언급을 하긴 했거든. 조 대표는 "한 마디 느낌으로 사람이 좀 얇다"며 "제 키가 181㎝인데 저하고 한 대표하고 키가 같다고 하더라. 자꾸 180㎝라고 (주장을) 하니까 말씀드린다. (국회의장 예방 때) 사진으로 보니 확실히 구별된다"라고 언급했지. 한 대표 실제 키는 자신보다 훨씬 작다는 거야. 그간 온라인상의 한 대표 지지자들은 한 대표가 키도 크고, 비율 좋은 8등신이라고 외모 칭찬을 종종 하더라고.

-진 의장 사과 이후에 조 대표에게도 집중이 많이 됐지만 결국 사과는 안 하더라. 조 대표는 10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얇다'는 말이 틀렸나. 김 씨가 (한 대표 키가) 180㎝라고 얘기해서 제가 생각하기엔 180㎝는 아닌 것 같다고 한 것"이라며 "제가 한 181㎝ 정도 키가 되는데 저보다 (키가 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게 무슨 외모 품평인가"라고 반문하더라.

-얇다는 것도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대응이 조금 아쉬워 보이네. 반면 몇몇 네티즌들은 한 대표 팬들의 외모 찬양이 지나쳤다면서 이번 일은 과한 외모 마케팅(?)에 대한 반감이 표출한 거라고 평가도 하더라. 그래도 요즘 같은 세상에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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